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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이 똥간, 벽화 그리면 달라지나" 창신동의 분노, 신통기획으로 풀릴까

    입력 : 2023.08.04 07:21

    '도시재생'에 묶였던 서울 종로구 창신동, 5000가구 새 아파트촌으로
    [땅집고] 서울 종로구 창신동 쪽방촌 골목 담벼락에 벽화가 그려져 있다. /조선DB

    [땅집고] “창신동은요, 서울 도심 입지인데도 그놈의 ‘도시재생’ 때문에 개발이 꽉 막혀서 똥간이나 다름없는 집도 많은 곳이에요. 이제 오세훈이가 재개발해 준다니 믿고 기다려 봐야죠.”(창신동 주민 A씨)

    지난 31일 서울 광화문에서 버스를 타고 15분 정도 이동하니 종로구 창신동 일대에 도착했다. 서울 핵심지로 꼽히는 광화문 업무지구와 지근거리인 알짜 입지 동네인데도 가파른 경사를 따라 낡은 저층 주택과 상가만 빼곡하게 들어서 있었다. 주거 밀집지인데도 마땅한 주차장이 없어 비좁은 골목에 주차해 둔 차량이 적지 않아, 길 양쪽에서 자동차가 동시에 진입할 때마다 한쪽이 한참 동안 후진해 길을 터줘야만 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땅집고] 서울 종로구 창신동 일대 좁은 골목에 자동차가 주차돼있어 다른 자동차 한 대가 이동하기도 버거운 상황이다. /이지은 기자

    서울 부동산 시장에서 대표적인 ‘도심 속 폐허’로 꼽히는 창신동. 광화문 업무지구 출퇴근이 편리하고 지하철 6호선 창신역까지 끼고 있어 입지 자체는 경쟁력 있다고 평가받지만, 지은 지 30~40년 이상 된 주택만 빼곡한 상태로 개발이 멈춰 주거 선호도가 크게 떨어진다. 이 때문에 지역 토박이인 중장년층이나 월세가 싼 낡은 집을 찾아 몰려든 외국인 거주 비율이 크게 높은 편이다.

    창신동 주거 환경이 열악해진 데는 악명 높은 사연이 있다. 동네 재개발을 손꼽아 기다리는 주민들이 수두룩했지만, 2015년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이 일대를 ‘고쳐서 다시 쓰는 도시’를 표방하는 도시재생사업 구역으로 묶는 바람에 동네 전체가 침체된 것. 하지만 오세훈 서울시장이 취임한 뒤 창신동을 ‘신속통합기획’ 방식을 통해 5000가구 이상 새아파트촌으로 재개발하겠다고 약속하면서 지역 주민들 기대감이 커지고, 대형 건설사마다 시공권을 따내려고 눈독을 들이고 있는 분위기다.

    ■“창신동 망한 건 다 ‘도시재생’ 탓…집은 똥간인데 벽화만 그려대”

    창신동은 과거 오세훈 서울시장 집권기인 2007년까지만 해도 재정비 촉진 사업인 뉴타운 구역으로 지정돼 재개발 압력이 높았던 지역이다. 하지만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집권한 이후 2013년 뉴타운 구역에서 해제되고, 대신 2015년 ‘도시재생 1호 사업지’로 선정됐다.

    도시재생사업은 고 박 전 시장이 당시 SH사장인 변창흠 사장과 함께 추진한 사업이다. 오 시장이 진행했던 뉴타운 대안으로 내세웠는데, 전면 철거하고 다시 짓는 재건축이나 재개발 대신 해당 지역 특성을 살려 소규모로 개발하는 정비를 지향한다. 서울시는 2014년부터 2019년까지, 약 5~6년 동안 창신동에 800억원 이상 예산을 투입해 도시재생사업을 진행했다. 하지만 관련 사업이 담장에 벽화 그리기, 마을 꼭대기에 전망대 설치하기, 간판 교체하기 등에 그쳐 이 일대 주거 환경을 악화시키고 주택난을 불러온 원흉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실제로 그동안 창신동 주민들이 ‘박원순표 도시재생’에 쏟아내는 불만이 적지 않았다. 예를 들어 오르막길에 있는 한옥 두 채를 이어 붙인 주택 겸 점포 ‘현대마트’의 경우, 지붕에 비닐을 덮고 그 위에 돌을 올려놓는 등 건물이 무너져 내리기 직전 수준으로 낡은 상태이다. 그런데도 서울시가 도시재생 명목으로 간판만 새로 바꿔 달아 주민들 손가락질이 이어졌다. 쪽방촌 골목 담벼락에 그려 넣었던 벽화가 빛이 바래 되레 더 흉흉한 분위기를 풍기고, 고지대에 설치해 둔 전망대는 요즘처럼 더운 날씨일수록 찾는 사람이 없어 무용지물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땅집고] 서울 도심 입지인데도 낡은 저층 주택과 상가가 빼곡한 종로구 창신동 일대. /박기람 기자

    60대 창신동 주민 A씨는 땅집고 취재진에 “서울에 창신동 같은 똥간이 또 어디 있느냐”며 “박원순 시장 때 도시재생으로 묶이는 바람에 동네 자체가 썩어나갔다”고 토로했다. 이어 그는 “이곳에 집을 가지고 있어도 리모델링하거나 신축해봤자 지역 인프라 자체가 떨어지니 주거 환경을 끌어 올리는 데 한계가 있다”며 “전월세를 주려고 해도 싸게 내놔야만 집이 나가니 명백한 재산권 침해”라고 했다.

    창신동, 5000가구 이상 새 아파트촌으로…2030년 이후 완공 예정, 12구역 편입이 관건

    이런 창신동에도 개발 볕이 들기 시작했다. 2021년 오세훈 서울시장이 재집권하면서 내세운 ‘신속통합기획’ 대상지에 창신동 일대 구역들이 줄줄이 선정되면서다.

    신속통합기획이란 서울시가 정비계획 수립 단계부터 제시하는 공공성과 사업성을 고려한 가이드라인을 따르는 대신, 각종 인허가 절차 지원을 받아 정비구역 지정까지 걸리는 시간을 기존 5년에서 2년여로 단축하는 정비사업방식을 말한다. 오 시장이 서울 주택 공급량을 늘리기 위해 고안한 제도라 ‘오세훈표 정비사업’이라고도 불린다.

    [땅집고] 서울 종로구 창신동 신속통합기획 재개발 추진 현황. /이지은 기자

    먼저 지하철 6호선 창신역 역세권 입지인 창신11구역이 지난해 12월 1차 신속통합기획 재개발 후보지로 선정됐다. 이어 2차 후보지 발표에선 지하철 1호선 동대문역을 끼고 있는 창신9구역과 10구역이 연달아 이름을 올렸다.

    앞으로 서울시는 신속통합기획 재개발을 통해 창신동 3개 구역을 총 5000여가구 새아파트촌으로 탈바꿈할 전망이다. 서울시는 구릉지인 창신동 일대 지형을 살려 아파트 건축에 나설 방침이다. 예를 들어 창신11구역의 경우 경사를 따라 건축물이 겹겹이 배치되도록 해, 단지 전체가 인근 서울성곽·낙산과 어우러질 수 있도록 계획하는 등이다. 창신동 구릉지형 최대 높낮이 차이가 70m에 달하는 점을 감안해, 주민들이 지하철역까지 걸어서 이동하기 편리하도록 단지 내 에스컬레이터나 엘리베이터도 충분히 마련할 방침이다.

    현재 신속통합기획 후보지로 지정된 창신동 일대에서 아파트 시공권을 확보하려는 건설사가 적지 않다. 포스코건설, 현대엔지니어링 등 이른바 10대 건설사마다 각 구역 재개발 추진위원회를 찾아 홍보물을 배포하거나 현수막을 걸어뒀다.

    [땅집고] 서울 종로구 창신·숭인동 신속통합기획 구상도. /서울시

    다만 창신동이 재개발을 마치는 시점은 2030년 이후가 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또 이 지역 인프라를 완벽하게 개선하려면 1호선 동대문역을 낀 저지대인 창신12구역까지 함께 개발해야만 전체 퍼즐을 맞출 수 있을 전망이다. 실제로 창신동 일대 신속통합기획안을 마련하고 있는 관계자들이 서울시 측에 동네 전체를 제대로 로정비하기 위해서는 창신12구역을 개발 구역으로 꼭 편입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강대선 창신10구역 재개발추진위원장은 “지난 5월 창신12구역에 대한 신속통합기획 후보지 수시 접수를 이미 완료했다”며 “오는 8월 17일 서울시청 앞에서 창신12구역 신속통합기획 선정을 촉구하는 시위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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