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3.08.03 13:58 | 수정 : 2023.08.03 15:25
[땅집고] 아파트 지하주차장 건설 과정에서 철근을 누락한 한국토지주택공사(LH) 발주 단지의 시공·설계·감리를 담당했던 업체 중 상당수가 이미 LH로부터 벌점을 받은 이력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3일 LH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허영 의원에게 제출한 '건설사업자 및 건설사업관리자 벌점 부과 현황' 자료에 따르면, 최근 국토교통부 조사 결과 철근이 빠진 LH 아파트 15곳 중 13개 단지의 공사에 참여한 업체들이 2018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벌점을 부과받은 사실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5개 단지 시공·감리·설계에 참여한 업체는 모두 70곳이다. 이 중 23개 업체(40%)가 48차례에 걸쳐 벌점을 받았다.
벌점을 받은 이유별로 보면 '건설용 자재 및 기계·기구의 적합성 검토 확인 소홀'이 20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설계도서대로 시공됐는지 단계별로 확인하는 과정을 소홀히 해 벌점을 받거나(5건), 시험 장비 또는 건설기술인 확보가 미흡(5건)했던 경우도 있었다. 또 품질관리계획·품질시험계획의 수립과 시험 성과를 철저히 검토하지 않은 경우(5건)도 확인됐다.
파주운정 A34 시공을 맡은 대보건설은 최근 5년 동안 3건의 공사에서 누계 벌점 4.72점을 받았다. 건설 사업자 중 벌점이 금호건설(7점), STX건설(5점)에 이어 3번째로 많았다. 이 회사는 파주운정3 A-23BL 지구 시공도 함께 수주했다.
설계와 감리에 참여한 업체 중에선 케이디엔지니어링과 목양종합건축사무소가 최근 5년간 부실 설계 및 감리로 각각 벌점 6.28점과 3.83점을 받았다. 건설사업관리자 중 벌점 상위 1, 2위를 나란히 차지한다.
그런데도 케이디엔지니어링은 인천가정2 A-1BL과 남양주별내 A25 두 곳의 설계에 참여했고, 목양종합건축사무소 역시 남양주별내 A25/양산사송 A-8BL/아산탕정 2-A14 등 세 곳에서 감리를 따냈다. 이 회사에는 LH 전직 임직원 20여명이 재취업해있는데, 최근 5년간 LH 수주 금액이 두 번째로 많아 전관유착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원래대로라면 벌점이 누적된 업체는 LH 공사에 입찰할 때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LH는 벌점을 받은 업체들에 1점당 0.2점씩 감점을 주고 있다. 하지만 목양종합건축사무소를 비롯한 일부 업체는 벌점을 받으면 즉각 LH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판결이 날 때까지 벌점을 무력화하는 수법을 써서 LH 발주 사업을 꾸준히 따낸 것으로 확인됐다.
LH는 지난 2일 건설업계 카르텔을 근절하는 혁신 방안을 발표하면서, 부실시공 설계·감리업체는 한 번 적발하자 마자 퇴출하는 '원스트라이크 아웃'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미 부실 시공·설계·감리가 드러난 업체에는 이를 적용하지 않는다. 원론적으로는 철근 누락 부실시공이 드러난 업체가 LH의 다른 입찰에도 참여할 수 있다는 뜻이다.
LH 관계자는 "소급적용에는 문제가 있어 향후 부실이 드러난 업체부터 적용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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