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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너스 손' 정용진, 결국 이마트까지?…성수점, 이수점, 광명점 폐업

    입력 : 2023.08.02 07:30

    [땅집고] 지난 26일 서울 동작구 사당동 전철 4·7호선 이수역 9번 출구에서 나와 이수자이 아파트 상가로 갔다. 이 단지 상가 지하 1층에는 이마트 에브리데이가 영업 중이었다. 원래 이 자리에는 2011년 4월부터 올 초까지 대형마트인 이마트가 있었다. 하지만 지난 6월 폐업하고 한 단계 규모가 작은 소형 슈퍼마켓 이마트 에브리데이로 재개장했다. 같은 날 경기 광명시에 있던 이마트 광명점도 마찬가지로 에브리데이로 바뀌었다. 이마트가 자사 매장을 이마트 에브리데이로 전환하는 것은 서울 동대문구 이문점 이후 이번이 두 번째다.

    [땅집고]이마트 이수점이 올해 6월 이마트에서 이마트에브리데이로 전환했다. /김리영 기자

    최근 국민마트의 대명사로 꼽히는 이마트 매장이 사라지고 있다. 지난해 강서구 이마트 가양점과 경기 시흥 시화점이 폐업한 이후 올해 이마트 성수점과 이수점, 광명점이 연이어 폐업했다. 지난 몇 년 간 신세계그룹이 이마트 매장 실적이 악화하자 일부 점포를 정리하고 본격적인 신사업 투자에 나섰기 때문이다.

    ■이마트 사라져…부피 줄이거나 체험형 매장으로 리뉴얼

    이마트는 지난 5년간 실적 부진의 늪에 빠졌다. 이마트는 2017년까지만 해도 영업이익이 5669억원으로 5000억원대 이상을 유지했지만, 2021년 3168억원, 지난해엔 1357억원까지 떨어졌다.

    2018년 30만원선이었던 이마트 주가도 지난 26일 기준 주가는 7만6900원까지 하락했다. 1년 기준으로는 내내 신저가를 기록하고 있다.

    이마트는 지난 몇 년 간 전국 부실 사업장을 정리하고 자산 확보에 나섰다. 2019년 전국 13개 점포를 매각해 9525억원을 마련했고, 2020년에는 스타필드를 지으려던 마곡동 부지를 팔아 8158억원, 2021년 가양점 매각으로 6820억원을 확보했다. 지난해 4월에는 이마트 성수점과 함께 있던 이마트 본사 문을 닫았다. 이마트 본사의 토지와 건물은 1조2200억원에 크래프톤·미래에셋 컨소시엄에 매각했다.

    매각한 점포는 한 단계 규모가 작은 이마트 에브리데이 등으로 전환하거나, 아예 리뉴얼을 거쳐 재오픈할 계획이다. 이마트 이수점과 광명점의 경우 부피를 줄인 에브리데이로 전환했다. 이마트 성수점은 미래형 점포 ‘더 타운몰’로 재개장할 예정이다. 최근 리뉴얼해 선보인 월계점과 인천 연수점, 일산 킨텍스점에 도입한 모델이다. ‘오래 머물고 싶은 체류형 매장’을 표방해 마트는 신선 식품 중심 식료품 매장으로 압축하고 나머지 공간은 식음료(F&B)매장, 스트리트형 몰, 온라인 배송을 위한 PP(Picking&Packing)센터로 구성한다.

    [땅집고] 기존 이마트 매장을 리뉴얼한 '더 타운몰' 킨텍스점. /신세계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지난 5월 더 타운몰 연수점을 직접 찾은 자리에서 “물건을 파는 경쟁이 아닌, 고객의 시간을 사는 경쟁을 하고 있으며, 신세계 모든 사업은 그렇게 진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고객의 체류시간을 늘리고, 경험 콘텐츠를 위주로 오프라인 소비 공간을 재정비한다는 방침이다.

    ■ “고객 시간 산다”며 신세계 유니버스 출범…철수 우려도 나와

    이마트는 매장을 매각해 확보한 돈으로 SSG랜더스(신세계야구단), 스타벅스커피코리아(17.5%·4860억원)와 이베이코리아(현 지마켓) 지분(80%·3조5591억원)을 인수했다. 오프라인 유통 공간의 콘텐츠 경쟁력 강화 기조와 무관하지 않다.

    중점적인 신사업으로 이마트는 2021년 SK그룹으로부터 야구단 SK와이번스 지분 100%와 토지, 건물 등 부동산을 1353억원에 사들여 ‘SSG랜더스’를 창단했다. 소비자와 접점이 많은 유통업에서 시너지를 낸다는 목표로 정 부회장이 야심차게 추진한 사업이다. 인수한 지 2년 만인 2022년 11월 SSG랜더스가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하는 성과도 있었다. 또 지난 6월 신세계그룹은 신세계 유니버스 클럽을 출범했다. 온라인 SSG닷컴·G마켓 통합멤버십인 ‘스마일 클럽’에 SSG랜더스, 이마트, 신세계백화점, 스타벅스, 신세계면세점 등 오프라인 계열사의 혜택을 더한 새로운 유료 멤버십이다.

    하지만 정용진 부회장이 투자한 사업 중 철수한 사례가 셀 수 없이 많아 신사업에 대한 업계 전망이 좋지만은 않다. 지난 10년간 정 부회장이 도전했다가 접은 사업은 손에 꼽을 수가 없을 정도로 수두룩하다. 유통업계에서는 ‘마이너스 손’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2017년 드럭스토어 ‘부츠’(Boots)를 도입해 국내 30여개 매장을 오픈했지만 영업부진을 이어가다 2020년 운영을 종료했다. 2018년 선보인 남성 전문 패션 편집숍 ‘쇼앤텔’도 1년6개월 만에 망했고, 같은 해 문을 연 가정 간편식 매장 ‘PK피코크’는 2년 만에 문을 닫았다. 같은 해 일본 돈키호테를 본따 론칭한 ‘삐에로쑈핑’은 2019년 전국 7개 지점이 적자를 면치 못하고 영업을 종료했다. 신세계조선호텔의 첫 독자 브랜드 레스케이프 호텔은 적자가 심해 신세계조선호텔의 신용등급이 하락하는 요인이 되기도 했다. 이마트가 2016년 말 제주소주를 인수하면서 새롭게 내놓은 소주 브랜드 ‘제주소주 푸른밤’도 결국 2년 만에 사라졌다.

    [땅집고]이마트 쓱세일 예고 포스터(왼쪽)와 프로야구 SSG 랜더스 우승 후 눈물을 흘리는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인스타그램

    최근 SSG랜더스 야구단 내 선수 간 폭력 사태가 발생해 시작부터 사업에 찬물이 끼얹어졌다. 지난해에는 SSG 통합우승에 기여한 류선규 단장이 돌연 자진 사퇴하면서 “신세계가 구단 운영에서 SK 색깔을 지운다”, “비선실세가 있다”는 흉흉한 소문도 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신세계그룹은 비교적 호황기에 알짜 이마트 부지 등을 매각하며 유통으로 손실을 본 부분을 부동산으로 만회한 측면이 있다”며 “최근 추진하는 신사업의 경우 경쟁 점포가 이미 크게 성장해 있기 때문에 콘텐츠 경쟁력을 제대로 갖추지 않으면 승산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김리영 땅집고 기자 rykimhp2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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