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은 꼬불꼬불, 인프라는 제로…불편한 '빌라공화국' 경기 광주

[땅집고] “요즘 같은 저출생 시대에 학교허가 나기 쉽지 않은 거 아시죠? 그런데 오포읍에서는 2년 만에 학교가 둘이나 생겼습니다. 하지만 아직 도로교통, 주차시설, 상업시설 같은 인프라는 없어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경기 광주시 능평동 주민 A씨)

경기 광주시 신현동·능평동(구 오포읍)은 성남시 분당과 인접한 이른바 ‘분당생활권’으로 강남·분당 일대 집값 상승, 전세난 여파로 주택수요가 급증하면서 우후죽순식으로 빌라 등 다세대 주택건설이 급증하고 있다. 주택·인구 수가 급증하고 있지만 학교, 체육시설, 도로 등 기반시설이 부족해 지역 주민들의 불편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빌라만 유독 증가하는 경기 광주시

경기 광주는 성남 분당과 맞붙어 있는 지역이다. 특히 2015~2016년 주택경기 회복되고 저금리 기조와 맞물려 다세대주택이 우후죽순 들어섰다. 최근 10년간 광주시 전체 주택 수 증가율이 6.8%인 것에 비해 다세대 주택의 증가율은 12.8%다.

광주에 유독 다세대주택이 많이 늘어난 이유는 뭘까? 광주시 산지비율이 70%로 광주시 전체가 자연보전권역이고 99.3%는 팔당특별대책1권역, 24.2%가 개발제한구역, 19.4%가 상수원 보호구역이다. 자연보전권역에서는 3만㎡ 이상의 택지개발이 제한된다. 때문에 현행 주택법에 따라 사업계획 승인을 받지 않아도 되는 30가구 미만 규모의 다세대주택만 우후죽순 들어섰다. 대규모 택지개발을 했으면 학교, 도로, 공원 등 기반시설이 함께 들어섰겠지만, 일종의 쪼개기 난개발로 빌라촌만 들어선 것이다.

실제 땅집고 현지 취재 결과 57번 지방도에서 분당으로 진입하는 일부 구간을 제외하고는 신현동·능평동 일대 도로가 2차선에 그쳤다. 도로에서 10~20m 떨어진 곳에 4~5층 규모의 다세대 주택이 들어서 있었는데 200m 정도 거리마다 건물 1층에 편의점이 들어서 있었다. 통상 주택가에 형성되는 먹자상권, 학원가 등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여기에 서울·분당 등지에 전세난이 가세하면서 광주시 인구가 급증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2015년 10월 기준 서울 아파트의 평균 전세금은 약 3억6000만인데 광주시 신축 전용면적 76m² 다세대주택 분양가는 2억7000만 원 정도로 서울 전세금의 70% 수준이었다. 분당과 인접한 오포읍 일대 인구는 지난 2022년 8월 기준 11만4634명으로 2010년 12월(5만8376명)에 비해 두 배 가량 증가했다. 이에 따라 오포읍은 지난해 9월 오포1·2동, 신현동·능평동 등 행정동 4개로 분화됐다. 김선미 상록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2015년 하반기 서울 아파트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금 비율)이 70% 수준에 이르자 서울에서 밀려난 세입자들이 집값이 저렴한 광주로 이주하는 수요가 늘면서 건축업자들이 앞다퉈 빌라를 지었다”고 말했다.

■학급당 학생 수 서울2배, 과밀학교

문제는 늘어난 인구·주택 수에 따라 교통시설·상업시설·상하수도 등 기반시설도 함께 지어졌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는 점이다. 광주시의 인구는 현재 증가율은 4%를 넘고 경기도에서 네 번째로 많지만 도로 증가율은 1% 수준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출퇴근 시간 교통체증 심각해 불편을 토로하고 있다. 도로는 물론 인도, 상하수도 학교, 주차장, 상업시설 등도 부족한 상황이다. 학급당 학생수가 40명 안팎으로 서울의 2배 수준이다.

이에 따라 광주시에서는 최근 2년간 오포읍에서만 초등학교 2개(신현초·능평초)가 개교했다. 이중 능평초는 부지면적 1만4507㎡에 40개 학급 규모로 지어졌는데 지하1층에 수영장 등 체육시설과 지하 2~3층에 주차시설을 배치했다. 능평동 주민 A씨는 “학교, 체육시설, 주차시설이 생긴 것은 좋지만 학교 지하에 다른 부대시설을 설치한 것이 썩 반갑지만은 않다”며 “장마철 집중호우에 대비할 수 있을지도 우려된다”고 했다.

■쪼개기 개발 방치하는 국토부

경기도에서는 난개발을 막기 위한 방안도 마련 중이다. 다만 여전히 꼼수로 빌라를 지을 수 있는 방법이 남아 있어 난개발이 심화할 가능성이 있다. 경기도는 지난 3월 ‘쪼개기 허가’를 막는 주택법 시행령을 국토부에 건의했다. 현행 주택법에 따르면 50가구 이상 공동주택을 건설할 경우 사업계획승인, 환경영향평가 등을 받아야 하고, 도로 등 기반시설을 조성해야 한다. 빌라 건축주들은 기반시설을 조성하는 데 드는 비용을 피하기 위해 토지를 분할하고 30가구 미만의 여러 개 동을 각 필지에 분양하는 방식으로 꼼수를 부려왔다. 고용수 경기도 건축디자인과장은 “현재 동일 사업주체가 필지를 쪼개서 개발하는 데 대한 법적 제재는 있으나 분할돼 있는 땅에 여러 사업주가 소규모 빌라를 짓는 것은 가능하다”며 “경기도가 국토부에 해당 시행령 개정을 요청한 지 4개월이 지났지만 아직 국토부에서 받은 답변은 없다”고 했다./전현희 땅집고 기자 imh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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