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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개발에선 전광훈 목사 사례 비일비재…버티면 유리하다는 거 다 알기 때문"

    입력 : 2023.07.30 07:35

    [땅집고]

    [땅집고] “서울시 주택공급을 늦추는 원인은 크게 토지주와 사업시행자 간 갈등, 지자체 인허가의 어려움, 토지주(조합원) 간 갈등입니다. 사업에 참여하는 각 주체의 속내를 파악하고 합의점을 찾는 것이 서울시 주택공급 속도를 높일 수 있는 해답이라고 봅니다.”


    개발업체에서 일하는 김민석씨가 최근 신간 ‘재개발의 정치학’을 펴냈다. 김씨는 책에서 시행업무를 수행하는 민간, 토지주, 지자체 등 각자의 이익이 무엇인지를 파악해야 서로 간 입장을 이해하고 합의점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김씨는 연세대 도시공학과 학사·석사를 졸업하고 피데스개발을 거쳐 현재 큐브 프라퍼티에서 개발사업 실무를 맡고 있다.

    - ‘재개발의 정치학’을 쓰게 된 계기는?

    “수십개의 도시 계획이나 주택 사업 시행 업무를 진행하면서 진행이 된 사업과 되지 않았던 사업을 쭉 정리할 계획이 있었다. 그러면서 각 사업이 원활히 진행될 수 있었던 이유, 되지 않았던 이유 등을 각각 파악했고 사업 찬반 세력, 인허가의 어려움 등도 함께 정리했다. 이 내용이 주택 수요자 입장에서 어떤 사업지의 주택을 매입하면 좋을지 판단 기준을 세울 만한 가이드북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 시행 업무 하면서 시행 현장의 고질적인 문제 뭐였는지?

    “시행사업의 시작인 토지 매입 단계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 토지주들과의 협상이다. 필지 소유자가 여럿이라 다같이 협상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몇 명은 필지를 여러 개 갖고 있었다. 다 같이 모여 3.3㎡당 1억원 정도에 계약하기로 한 상황이었는데 협상 말미에 사람들이 대부분 자리를 뜨자 한 명이 남아서 '내가 다른 토지주들 설득을 다 했으니 이에 관한 인센티브를 받아야겠다'며 이면 계약을 요구했다. 이 사람은 만약 이면계약서 쓰지 않으면 다른 토지주들을 설득해 협상을 무효로 만들겠다고 협박을 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런 상황이 특수한 사례라기보다는 비일비재하다.

    최근 장위10구역에서 끝까지 버티던 전광훈 목사처럼 토지 수용 과정에서 끝까지 버티는 토지주들을 상대하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다. 공공사업을 하기 위해 토지를 수용하려면 감정평가, 수용 재결 신청 등을 비롯한 일련의 절차를 거치는데 적어도 6개월~1년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 일부 토지주들은 사업 진행주체에게 필요한 것은 시간 단축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끝까지 나가지 않고 버틴다. 이들은 다른 지역에서도 수용을 당해본 경험이 있어 이렇게 버티면 좀 더 협상에서 유리하다는 걸 알고 있는 거다. 법에서 허용하는 방법이라 막기는 어렵다.”

    - 토지주가 이익을 최대로 끌어올리기 위해 이주를 하지 않는 사례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례도 있다. 예컨대 어떤 지역이 개발 예정지로 선정되면 인근 지역은 지가가 올라 개발 지역 내 토지 수용을 당하는 소유주들은 주변 지역으로 이주하기 어려워진다. 이 문제 발생의 근본 요인은 뭐라고 보나?

    “총 세 가지 이유가 겹쳐 문제가 발생한다고 본다. 토지를 강제로 수용할 수 있는 법이 있다는 점, 감정평가액의 산술 평균 기준으로 수용한다는 점, 감정평가를 하고 실제 보상하는 시간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점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산 가치는 시간이 지날수록 오를 수밖에 없다. 특히 토지는 더 만들어질 수도 없어 대체재도 없고 희소성이 크다. 그런데 보상가액은 법적 기준이 정해져 있어 일정 수준을 넘지 못한다. 특히 강남권 개발 예정지인 구룡마을, 성뒤마을 등은 바로 대로 하나만 건너면 수십억짜리 아파트가 있으니 토지주 입장에서는 몇년전 책정됐던 감정가가 부당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 이에 대한 해법은 뭐라고 생각하나?

    “해법은 두가지 정도가 있다고 본다. 우선 개발이익을 나눠 갖는 방법으로 최근 3기 신도시에서 시행하는 대토리츠와 비슷하게 운용해 볼 수 있다. 현재로서는 토지를 수용하고 현금으로 돌려주는 것이 아니라 토지로 똑같이 돌려주는 이른바 '대토보상 방식'이 소유주 이익을 최대한 보장할 수 있는 방법이다. 예를 들어 주거지 100평짜리 땅을 갖고 있는 소유주에게 신도시 완공 후 30평 짜리 상업지를 돌려주고 단독주택이나 상가 지을 수 있도록 한다면 면적은 줄어들었어도 실질적으로 돌려받는 가치가 커졌기 때문에 소유주들의 불만은 줄어들 수 있다.

    또 한가지는 지역별·사업별 성격에 따라 보상기준을 달리하는 것이다. 민간사업인지 공공사업인지, 재개발재건축 등 민간 토지 사업, 산업단지 개발, 3기신도시 개발 등 다양한 사업에 똑같은 기준을 적용하니까 문제가 발생한다고 본다. 일괄적으로 적용하면 행정적으로 편하고 비용 측면에서 경제적이기는 하지만 지역별 상황을 고려하지 못한다. 토지를 수용하는 LH가 언제나 전국 각지의 특징을 잘 아는 것은 아니다. 지역 사정을 속속들이 알고 있는 민간에 역할을 적극적으로 위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지역별 수용 차등 적용하면 공정성 논란을 피할 수 없을 텐데?

    “특정한 상황이나 기간에 한정해 특별법을 제정하는 것과 비슷한 개념이라고 보면 된다. 지역별 상황에 맞게 용역을 해 지구단위 계획이나 도시 계획을 제정하는 것과 비슷한 과정을 거치면 지역별 산정기준이 달라도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행정 비용(용역)이 드는 일이라 쉽사리 지역별 산정 기준을 세우기는 어려울 것이다. 공무원·정치인 입장에서는 일괄적인 기준을 적용하는 것이 더 편한 게 사실이다.”

    - 책의 서두에 강남 대치동 ‘은마아파트’ 사례를 들며 조합원, 서울시, 정부 간 다층적인 갈등에 대해 다뤘다. 최근 압구정3구역 재건축 단지에서도 조합과 설계사, 서울시 세 개 주체가 갈등을 겪고 있다. 서울시의 지침을 어긴 설계회사가 당선됐는데 결과 예상했나?

    “사실 예상 못 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한강 일대 아파트 단지를 개발하기 위해 특혜를 주기 위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했고 조합원들은 오세훈 시장의 강력한 개발 의지를 읽었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다만 법이 아닌 행정규칙에 따른 사업이다 보니 사업 인허가 과정에 주관이 개입될 여지가 크다고는 본다. 특히 건축 설계 영역은 인허가권을 가진 공무원의 주관에 따라 통과 여부가 달라지기도 쉽다. 서울시 설계지침을 위반한 희림은 이런 허점을 노렸을 가능성이 높다.”

    - 서울시는 압구정3구역 설계 공모를 무효화하겠다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서울시의 대응은 어떻게 보나?

    “서울시의 월권으로 보는 시각도 있지만 당연한 처사라고 본다. 현재 서울시에서만 15개 재건축 단지가 신통기획을 진행하고 있고 앞으로 20개, 30개 단지가 나올 것이다. 때문에 서울시 지침을 따르지 않은 설계안이 당선되는 것을 선례로 남기면 다른 재건축 단지들 사이에서 불공평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오세훈 시장의 신통기획에 차질이 생길 우려가 있다.

    아마도 오세훈 시장은 지금이 서울시 새 아파트 공급을 원활하게 할 수 있는 마지막 타이밍이라고 본 것 같다. 앞으로 공사비 인상에 따른 분양가는 지속적으로 오를 것이고 세대 분화도 끝나가는 시점이라 지금이 새 아파트를 빠르게 공급하기 가장 쉬운 시점일 수 있다. 오세훈 시장의 신통기획은 하루빨리 치적을 쌓고 싶은 욕심과 주택을 하루빨리 공급해야 한다는 공적 책무가 함께 작용해 만들어진 작품으로 보인다.”

    - 규모가 큰 재개발·재건축 사업지에서 조합원과 조합 집행부 간 대립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 조합원의 이익을 조합 집행부가 오롯이 대변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어떻게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 보나.

    “서울시 공급의 가장 큰 축인 정비사업이 지연되는 것은 인허가 문제도 있지만 조합 내부 구성원 간의 갈등 때문인 경우도 허다하다. 때문에 공무원이나 정비사업 코디네이터 등 전문가들이 나서서 조합 내부 중재를 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정비사업 진행 절차와 관련한 토지소유주 교육시스템 도입도 고려해 봄 직하다. 조합원들이 정비사업 관련 지식을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전현희 땅집고 기자 imh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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