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3.07.28 07:17 | 수정 : 2023.07.28 10:45
<차학봉기자의 부동산 봉다방>
교통전문가 최기주 아주대 총장
[땅집고] “2020년에 가변차로를 만들어 김포와 당산역을 잇는 급행버스를 추진했지만 서울시의 반대로 무산됐다. 대도시광역교통위원회가 경기도와 인천, 서울의 광역교통망을 통합적으로 계획하고 관리해야 골드라인과 같은 지옥철이 되풀이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2019년 초대 대도시광역교통위 위원장을 역임한 교통전문가 최기주 아주대 총장은 김포골드라인 사태와 관련, 수도권 광역교통망의 통합적 계획과 관리, 미래 수요를 내다본 선도적 투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정부가 자칫 표를 의식한 정치권과 자치단체장들 요구에 굴복해 전철노선을 왜곡할 경우, 오히려 교통난을 가중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2019년 초대 대도시광역교통위 위원장을 역임한 교통전문가 최기주 아주대 총장은 김포골드라인 사태와 관련, 수도권 광역교통망의 통합적 계획과 관리, 미래 수요를 내다본 선도적 투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정부가 자칫 표를 의식한 정치권과 자치단체장들 요구에 굴복해 전철노선을 왜곡할 경우, 오히려 교통난을 가중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서울대에서 학사와 석사, 미국 일리노이대학에서 박사를 취득한 최 총장은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 국토부 세계도로위원회 한국위원장, 대한교통학회장 등을 역임했다. 2022년 2월부터 아주대 총장을 맡고 있다. 최근 최 총장을 만나 지옥철 논란을 빚고 있는 김포골드라인 등 수도권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른바 ‘교통지옥’ 해법에 대해 물어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 김포 골드라인은 ‘골병라인’, ‘지옥철’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혼잡하다.
“미래의 교통 수요까지 감안해서 전철과 도로망 계획을 세우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한국은 신도시가 입주한 후에 ‘지옥철’, ‘교통대란’이라는 아우성이 터져 나와야 교통대책을 허겁지겁 마련한다. ‘선(先)입주 후(後)교통’이라는 비판이 수도 없이 쏟아졌지만 잘못된 행정이 되풀이됐다. 다행히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19년 국토교통부 산하에 ‘대도시광역교통위원회’가 만들어졌다. 초대 위원장을 맡아 광역교통체계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지만 아직 미진한 부분이 많다. 한때 광역교통 행정을 책임졌던 사람으로서 사과를 드린다.”
■"올림픽대로 대광위서 관리 필요"
- 김포 골드라인 혼잡을 해결하기 위해 지하철 5호선 연장 등 정부가 다각도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그러나 지하철 연장은 2030년이 훨씬 지나서야 가능하다.
“대도시 광역교통위원장으로 있을 때도 김포 골드라인 개통(2019년)과 관련한 교통문제 해결을 위해 여러 방안을 검토했다. 가장 적은 비용으로 단기간에 혼잡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이 올림픽대로에 급행광역버스인 ‘BTX(Bus Transit eXpress)’를 투입하는 것이었다.
김포와 당산역을 잇는 급행광역버스를 혼잡시간대에 가변차선을 활용,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교통수요가 폭증하는 출근과 퇴근 시간대의 차량이 몰리는 방향이 다른 점을 이용, 가변차선으로 버스 전용차선을 확보하면 올림픽 대로의 전체 교통에 대한 영향도 최소화할 수 있다고 봤다.
대광위차원에서 논의가 됐지만, 서울시가 제동을 걸면서 실현되지 못했다. 서울시가 교통정체를 가중시킨다는 이유로, 반대했다. 사실 서울시 입장에서는 일부러라도 시경계에 교통 정체를 발생시켜 경기도의 교통량 유입 증가를 막는 것이 바람직할 수도 있다. 서울시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수도권 전체의 교통을 원활하게 운영하기 위해서는 광역교통위원회가 좀 더 강력한 권한이 필요하다고 본다.”
-외국은 어떤가?
“런던은 서울의 2.6배 규모로 크다. 한국의 서울과 경기도, 인천을 합친 규모이다. 런던시장이 광역교통문제를 담당한다. 인천, 경기도에서 서울로 출퇴근하는 교통수요가 많지만, 지방자치단체가 다르다 보니 아무래도 수도권 전체를 고려한 교통체계 구축이 쉽지 않다. (정부는 2022년 11월 지하철 5호선을 연장하기로 확정했으나 인천, 김포, 서울시의 의견조정이 제대로 되지 않아 노선확정이 미뤄지고 있다.)
프랑스 미국도 광역교통기구가 대도시와 인근지역의 통합적인 광역교통망에 대한 계획과 건설, 관리를 맡는다. 우리는 대도시 광역교통위원회가 뒤늦게 출범한 데다, 실질적 권한을 행사하기는 힘들다. 대광위가 올림픽대로나 강변북로 등의 도로를 관리한다면 좀 더 효율적인 교통망 구성이 가능할 것이다.”
-대광위원장이 차관급이다. 지금은 국토부 관료들이 1년 정도 하고 교체된다.
“고도의 전문성을 가진 사람이 4~5년 정도는 해야 한다고 본다. 수도권뿐만 아니라 각 지방도 광역교통망 구축이 중요하다. 지금은 국토부에서 차관 승진하면 1년씩 하고 교대를 한다. 인사관리 차원의 자리로 전락했다. 장기적인 계획을 갖고 정책을 펴기 어려워졌다.”
-정부는 김포와 인천서부 지역의 교통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GTX와 지하철 5호선 연장사업을 추진한다. 좀 더 일찍 시작할 수는 없었는가?
“경제적 타당성 검토를 통과해야 전철망이든 도로망을 건설할 수 있다. 교통수요가 아니라 비용편익분석(BC분석, Cost-Benefit Analysis)에 맞춰 결정했다. 물론 자원의 최적 분배를 위해서는 필요한 절차이다. 그런데 BC 타령만 하다가는 김포 골드라인 사태 같은 것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김포골드라인이 2량 편성의 꼬마 전철로 만들어져 지옥철이 된 것도 이른바 비용편익분석(BC) 탓이다. 10년은 고사하고 5년 앞도 내다보지 못하고 BC만 따진 탓이다.
수도권은 시간이 지날수록 인구가 늘어나고 택지와 신도시 개발수요가 증가하는 것은 명약관화하다. 미래의 개발수요를 감안해서 교통망계획을 세워야 한다.”
-국토부는 대규모 신도시보다 소규모 택지개발을 선호한다. 교통학계에서는 이른바 ‘쪼개기 개발’이라는 비판을 한다.
“국토부는 대규모 신도시 개발이 수도권 집중을 심화시킨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어 소규모 개발을 선호했다. 또 대규모 개발에 따른 대대적인 교통망 건설에도 부담을 느낀다. 신도시 등 대규모 택지를 조성할 때 광역교통개선대책을 수립해야 하는 기준이 과거 100만㎡ 또는 인구 2만명 이상이었다. 광역교통대책을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다. 그래서 90만㎡, 인구 1만7000명 규모의 택지를 여러 개 만드는 식의 쪼개기 개발로 광역교통개선대책을 세우지 않으려고 했다. 김포 등 교통대란을 겪고 있는 지역들이 대체로 그런 식의 난개발 과정을 거쳤다. 그래서 2020년 기준을 50만㎡ 또는 1만명 이상으로 범위를 확대했다.”
■일본은 전철 먼저 개발한 후 택지개발
-각 지역에서 GTX 등 광역철도에 대한 요구가 많다.
“가장 효율적인 교통망을 구성하기 위해서는 도시간을 운영하는 광역철도, 도시내 수송을 담당하는 도시철도, 지역 모세혈관 역할을 하는 지선과 지역 순환버스 등 연계 교통망을 구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모든 지역에 광역철도와 도시철도를 만드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런데 지역주민들의 요구라는 이유로 정치권이 광역철도와 도시철도를 무작정 연장하려고 있다. 지역민원에 따라 지하철과 전철망이 춤추면 돈은 돈대로 들고 속도는 늦춰지면서 효율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계획적 개발과 교통망 구성의 원칙을 지키지 않다 보니 뒤늦게 과잉 투자논란도 벌어진다. 의원들이나 자치단체장이 표를 의식해서 장기 계획이 아니라 지역 민원 차원에서 교통망 계획을 추진한다. 이런 것에 맹점이 있다. 간선철도의 개발을 대광위가 결정하고 보조수단으로 필요시 도입하는 것은 좋다. 만일 지역 교통망이 먼저 치고 나가면 정작 간선철도가 갈 길을 막는다. 김포경전철이 5호선 등이 지나야 할 길을 먼져 차지하여 막는 결과가 나온 것이 타산지석이다. 그래서 장기계획이 필요하다.
인천 서부지역과 김포의 경우, 청라, 검단, 한강신도시 등이 입주하면서 교통수요가 폭증하자 뒤늦게 인천지하철 2호선, 서울 지하철 5호선, 7호선, 9호선의 연장과 GTX 건설이 추진되고 있다. 중복, 과잉 논란도 벌어질 정도이다. 도시의 발전 방향에 맞춰 교통망 계획을 세우고 택지를 개발했다면 시행착오 없이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
-일본은 철도망을 먼저 건설하고 택지를 개발하는 이른바 ‘선교통, 후입주 신도시 개발’을 한다. 우리는 왜 안 되나?
“여러 이유가 있지만 신도시 등 택지개발과 교통망을 건설하는 주체가 달라서 발생한 문제도 있다. LH의 경우 우선 땅의 개발이 주목적이다. 최근 LH가 선교통, 후입주를 목표로 ‘선교통처’를 만들었다. 바람직한 방향이다.
일본의 경우, 전철망 등 교통시설을 민간이 설치하고 토지의 개발권을 주는 제도가 있다. 전철회사들이 철도를 먼저 깔고 철도역사 주변에 택지를 개발한다. 택지 조성을 통해 수요를 창출하는 것이다. 수요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맞춤형 철도운영을 한다. 특급(特急), 급행(急行), 쾌속(快速), 보통(普通) 등 4 종류를 운영한다. 급행 철도 덕분에 일본의 통근권이 획기적으로 확대돼 주택가격이 안정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
대중교통을 위해 다른 나라들은 우리보다 훨씬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파리의 경우, 우리 수도권의 절반 정도 크기인데 버스 전철 등 대중 교통망에 투입되는 비용이 한국의 2배 정도는 된다.”
- 총장을 맡고 계신 아주대가 개교 50년을 맞았다.
“아주대는 지난 4월12일 개교 50주년을 맞이했다. ‘세상의 A+가 되겠습니다’라는 슬로건을 만들고, 교육∙연구∙국제∙문화∙역사 5개 부문에서 총 25개의 기념사업을 벌였다. 글로벌 대학의 총장과 미래 학자, 세계 유수의 대학에 자리 잡은 아주 동문들과 함께 온∙오프라인으로 ‘대학의 미래와 역할’에 대해 논의하는 장도 마련했다.
아주대의 지리적 이점을 활용해 ‘한국형 실리콘밸리’의 중심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기틀을 만들고 싶다. 아주대는 공과대학, 정보통신대학, 소프트웨어융합대학과 자연과학대학, 인문대·사회대와 경영대 그리고 로스쿨과 약학대학, 간호대학과 의과대학이 한 캠퍼스에 위치하고 있음은 물론 대학병원 역시 대학 캠퍼스와 함께 있다. 융합 교육과 연구에 매우 유리한 환경이다. 삼성전자, 현대차와 같은 대기업 그리고 중견기업, 스타트업을 비롯한 다양한 기업들이 우리 대학과 가까운 거리에 위치, 긴밀한 산학협력과 공동연구가 가능하다. 아주대는 위로는 판교 밸리, 아래로는 광교와 평택까지 산업현장의 가운데 위치해 있다. 연결과 융합의 시대에 이 같은 장점을 최대한 활용하여, 대형 집단 과제 유치와 R&D 사업 정책 제안 등에 나서고자 한다. 바이오 분야 첨단학과와 관련 대학원 신설도 추진하고 있다.”
-대학도 변화가 불가피하다.
“기존의 대학과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대학의 형태를 구상하고 있다. 기존 ‘단과대학’이나 ‘학과’의 구분이 없이 학생들은 전공을 정하지 않고 입학한다. 본인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학문 분야에서 필요한 기본 과목들을 첫 1년 동안 배우고, 2학년부터 자유롭게 전공 과목을 공부한다.
이때부터 공부하는 전공 역시 현재의 학과 체계와는 다르다. 여기서의 전공은 다양한 학문들이 융합되어 있는 ‘소전공’을 의미한다. ‘소전공’은 학교에서 만들어 선택하도록 할 수 있고, 학생들이 직접 ‘학생설계전공’으로 구성할 수도 있다. 이러한 소전공들은 예전의 ‘학과’처럼 한번 만들어지면 계속 유지되는 것이 아니라, 학생과 사회의 수요와 변화에 따라 유지되거나 수정되거나 없어질 수도 있다. 물론 학생들의 전공 선택권은 100% 보장되어야 한다.
학생들은 스스로의 흥미와 적성에 맞추어 자기주도적으로 공부하고, 융합 프로젝트를 수행하여 이를 통해 졸업 요건을 갖추게 된다. 졸업장에도 학과나 단과대학이 아닌, 학생의 활동 내용과 이수한 소전공 등을 표기하고자 한다. 졸업생의 역량과 능력이 졸업장에 찍힌 학과나 단과대학 명으로 보여지는 것이 아니라, 그 학생이 대학생활 동안 수행한 여러 구체적 프로젝트로 보여지게 된다. 즉 대학 졸업장은 학생 스스로가 무엇을 해왔고, 또 앞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것이 되어야 한다.”
/차학봉 땅집고 기자 hbcha@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