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3.07.24 16:45
[땅집고] 지난 19일 국내 최대 규모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인 ‘부동산스터디’에 올라온 ‘지금 집을 팔아야 하는지 고민입니다’라는 제목의 게시글이 화제다. 필명 ‘부동산 아저씨’는 은퇴를 앞두고 노후 대비가 안 된 K씨의 사례를 소개하고 문제 해결책을 제시했다. K씨는 재건축 이슈가 있는 노후 아파트 1채를 보유했다. 그는 ▲현재 집을 팔고 자녀가 살고 있는 지방에 두 채를 매수해서 한 채는 실거주를 하고 한 채는 월세를 놓을지 ▲재건축 완공까지 버틸지 고민이다.
<이하 본문>
K씨가 살아왔던 삶
올해 나이 56세인 K씨는 중소기업에서 계약직으로 일을 하고 있다. 불안정한 고용 상태인데 이마저도 나이 때문에 앞으로 몇 년 버틸 수 없다. 최근 들어 무릎의 통증으로 인해 밤잠을 설치는 날도 늘어 간다.
K씨는 대학을 졸업하고 20대 중반에 결혼을 해서 줄곧 남편이 벌어다 주는 돈으로 딸아이 한 명을 키우며 평범한 주부의 삶을 살았다. 그런데 15년 전인 2008년 어느 날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치욕적이면서 억장이 무너지는 일을 경험했다고 한다. 그것은 바로 남편의 외도로 인해 이혼을 하게 된 것이다. 1년이 넘는 이혼 과정으로 인해 심신이 모두 피폐해지며 힘든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다른 여자에게 눈이 멀어진 남편이라는 사람은 두 모녀에게 전혀 관심이 없었다고 한다. 아이에게 양육비를 주지 않는 조건으로 살고 있는 집을 K씨에게 주는 것으로 어렵게 이혼조정이 마무리 됐다고 한다.
그때 K씨는 40대 초반, 딸은 중학생이었다. 다행히 두 모녀가 지낼 집은 해결이 되었지만, ‘앞으로 어떻게 먹고사느냐’가 가장 큰 문제였다. 돈을 벌지 않으면 당장 두 식구의 생활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었다. 결혼 후 줄곧 가정주부로만 살아왔던 K씨는 경력단절로 인해 급한 대로 급여가 적더라도 닥치는 대로 일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K씨의 소득으로는 저축은 거의 불가능했고 두 사람의 생계를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만족해야 했다고 한다.
딸은 공부를 제법 잘했기 때문에 서울에 괜찮은 대학을 졸업했다. 짧은 취업준비생 기간을 거쳐 취업을 했고, 2년 전 결혼도 했다. 현재 딸은 지방에서 살고 있다. 서로 의지하면서 함께 살아왔던 딸이 이제 새로운 가정을 이루고 사위와 잘 살아가고 있는 모습이 참으로 예뻐 보였다고 한다.
정작 문제는 K씨였다. 한 달에 200여만원 정도의 급여가 K씨의 소득 전부다. 노후 준비는 전혀 해놓지 못했다. 더 큰 걱정은 2년 전 딸을 시집보낼 때 살고 있는 집을 담보로 2억원을 대출받아 딸의 결혼 자금으로 사용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매달 100만원에 가까운 원리금 상환액이 부담이다.
다행히 현재 살고 있는 집은 나름 상급지에 속하는 지역에 있으며 재건축 이슈가 있는 아파트이기 때문에 20평대임에도 불구하고 시세는 10억~11억원 정도 된다. 집값에 비해 상대적으로 2억원이라는 대출금은 많아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런데 이는 상대적인 것이다. K씨처럼 월 소득이 200여 만원 안팎이라면 100만원의 부담은 클 수밖에 없다.
그래서 K씨는 집을 팔기로 마음을 먹었다. 딸이 살고 있는 지방으로 내려가 아파트 2채를 매수해서 1채는 본인이 실거주를 하고 나머지 한 채는 월세를 놓아 생활을 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한다. 무엇보다 조만간 딸이 2세 계획을 갖고 있으므로 자신이 가까운 곳에 살면서 미래에 태어날 아이를 돌봐 주면서 딸이 직장생활을 하는 데 도움을 주고 싶다는 마음이 컸다.
하지만, 오랫동안 얼굴을 맞대고 살았던 이웃들의 만류가 심했다. 재건축 이슈가 있는 아파트로 갈수록 집값은 계속해서 올라갈텐데 조금만 더 버티면 되는데 지금 파는 것은 너무 아깝다는 것이다.
해결책
일단 해당 아파트를 11억원 선에 팔았으면 한다. 2억원의 대출을 상환하고 나머지 9억원 범위 내에서 살 수 있는 제일 좋은 신축 아파트를 매수한다. 그리고 반전세를 놓는다. 매매가가 9억원 정도인 아파트의 경우 보증금 1억5000만원에 월세 150만원 정도에 반전세를 놓을 수 있을 것이다. 임차인에게 보증금으로 받은 1억5000만원 중에서 1억2000만원으로 딸의 집 근처로 전세를 얻는다.
딸이 살고 있는 지역의 아파트는 상승 여력이 커보이지는 않는다. 양질의 일자리가 있어서 거쳐 가는 수요가 많아 전세, 월세 시장은 괜찮다.
즉, 해당 지역은 K씨가 ‘살아야 하는 곳’은 맞지만 ‘사야 하는 곳’은 아닐 가능성이 높다. 그러므로 이곳에 두 채를 매수해서 한 채는 실거주용으로 나머지 한 채는 임대용으로 자산을 세팅하는 것은 K씨에게는 권하고 싶지 않다.
그동안 K씨의 근로소득은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었을지 모르나 지난 15년간 잘 지켜온 재건축 예정 아파트가 부족한 근로소득을 보충해 주는 역할을 충실하게 잘해주고 있었다. 즉, 집이란 소유권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잘 보유하면서 잘 키우는 것도 중요하다. 그리고 어느 정도 키웠을 때 본인의 상황을 고려해서 활용할 줄도 알아야 한다. 젊었을 때 잘 키웠다면 노년에는 잘 누렸으면 한다. /김리영 땅집고 기자 rykimhp2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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