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대신 "1박 350만원" 단기 대여…강남 집주인 은밀한 돈벌이

[땅집고] “옆집에 하루는 30대 서양인이 왔다 가고, 며칠 후엔 20대 청년 세 명이 몰려오길래 이상하긴 했는데, ‘에어비앤비’ 숙소일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강남구 주상복합 입주민 김모씨)

서울 강남구 주상복합 아파트에 살고 있는 김 씨(47). 6개월 넘게 비어있던 옆집에 지난달부터 낯선 사람들이 드나는 걸 목격했다. 연령대와 성별이 제각각이라 꺼림칙했던 김 씨는 이웃 주민들과 추적에 나섰다. 그 결과, 김 씨가 살고 있는 주상복합 아파트가 고액 숙박시설로 에어비앤비에 등록한 것으로 파악했다.

도심 주거시설을 숙박 용도로 활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문제는 에어비앤비에 등록해 무허가로 공유 숙박업소를 운영하는 이들이 크게 늘고 있다는 점이다. 주거시설을 숙박용으로 영리활동에 이용하기 위해서는 이웃 주민들의 동의를 받고,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외국인관광 도시민박업’ 허가가 필요하다. 하지만 소음·위생 문제를 우려한 아파트 입주민과 이웃들에게 숙박업 이용 동의를 얻기는 쉽지 않다.

■강남3구 절반 이상이 ‘무허가’ 에어비앤비…6일만 굴리면 월세급 수입

18일 강남구·서초구·송파구 각 구청에 따르면, 외국인 관광 도시민박업으로 등록된 곳은 강남구 69곳, 서초구 6곳, 송파구 42곳으로 총 117개다. 하지만 외국인 관광객이 주로 사용하는 공유형 숙박 플랫폼 ‘에어비앤비’에는 강남3구에만 260개가 넘는 공유 숙박시설이 나온다. 절반 이상이 합법적 절차를 거치지 않은 무허가 공유 숙박 시설인 것으로 확인됐다.

에어비앤비에는 소형 아파트부터 최고급 펜트하우스까지 다양한 유형의 주거시설이 등록돼 있다. 가격도 천차만별이다. 주말 1박 기준으로 강남구 역삼동 D아파트는 33만원(262달러)이 넘는 숙박비를 내야 한다. 송파구 최고급 주거시설로 불리는 ‘시그니엘 레지던스’는 총 3057달러(약 380만원)에 나와 있다. 시그니엘 레지던스의 60평형대 기준으로 계약 기간 1년 월세가 2000만원에 달한다. 한 달 관리비는 190만원이다. 시그니엘 레지던스 세입자가 한 달에 주거비용으로 2200만원이 드는 점을 감안하면 6번을 숙박 시설로 내주면 월세에 달하는 수익을 얻는 셈이다.

■전세 수요 급감하자 원룸·오피스텔까지 확산

강남3구를 중심으로 무허가 공유 숙박시설이 우후죽순 늘어난 이유는 국내 부동산 경기 침체와 맞닿아 있다. 강남을 중심으로 전세 수요가 감소하면서 집주인들이 임차인을 구하기 어려워지자 단기 숙박업으로 수익을 내려는 것이다. 서초동 S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공동주택뿐 아니라 원룸, 오피스텔까지 크게 늘고 있다”며 “돈이 되다 되니까 집주인들이 대안으로 모색한 방안이다”고 했다.

일부 오피스텔 임대인은 세입자 없이 빈방을 오래 둘 수 없어 무허가 숙박업으로 운영하다가 이웃에게 적발되기도 했다. 무허가 공동주택 에어비앤비 운영도 불법이지만, 현행법상 원룸형 주택과 오피스텔은 외국인 관광 도시민박업 시설로 등록할 수 없다.

법무법인 심목 김예림 변호사는 “오피스텔이나 고시원에서 이루어지는 공유 숙박업의 경우에는 모두 불법에 해당한다”며 “건축법에 따르면 숙박업을 할 수 있는 숙박시설의 종류가 정해져 있는데 오피스텔이나 고시원은 숙박시설로 사용할 수 없는 경우”라고 했다. 무허가 공유 숙박업 적발 시 공중위생관리법 위반으로 2년 이하의 징역,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 /서지영 땅집고 기자 sjy3811@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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