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3.07.24 07:45 | 수정 : 2023.07.25 10:51
[땅집고] 18일 점심시간 서울 마포구 연남동 홍대입구역 4번 출구 앞 빌딩 7층에 있는 영화관 ‘CJ CGV 연남점’을 찾았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 티켓과 팝콘 등을 판매하는 스마트오더 기계가 일렬로 늘어서 있었다. CJ CGV는 코로나 팬데믹 기간 무인화에 앞장서 현재 티켓 예매 등을 안내하는 직원 없이 운영 중이다. 영화관 내부는 한산했다. 평일이긴 하지만 CGV 연남점 바로 옆 건물인 AK플라자 내부에 20대 젊은이들이 북적였던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토요일(22일) CGV 연남점에서 상영하는 영화 ‘미션임파서블7’ 예매 현황을 살펴봤다. CGV 연남점 116석짜리 4DX2D관은 22일 총 5회(580석) 상영하는데 18일 오후 4시 기준 예매는 단 43석(7.4%)에 불과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국내 최대 멀티플렉스 영화관을 보유하고 있는 CJ CGV가 폐업 위기에 놓였다. 팬데믹 기간 동안 집합시설인 영화관을 찾지 못해 넷플릭스 등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이용하던 관객이 팬데믹이 끝난 이후에도 영화관으로 돌아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상권의 핵심 시설인 영화관은 코로나가 한창이던 2020년 수두룩하게 폐업한 것으로 나타났다.
■ 영화 한 편에 1만5000원? …CGV 주가보다 비싸
18일 영화관 입장권 통합전산망(KOBIS)에 따르면 올해 1~5월 영화관 관객 수는 총 1163만1935명으로 2019년 같은 기간(4693만3590명)의 25% 수준으로 줄었다. 행정안전부 통계에 따르면 코로나가 한창이었던 2020년 한 해 동안만 전국에서 폐업한 영화 상영관업은 81곳으로 나타났다. 2019년 폐업 수 43곳 대비 약 88.4% 증가한 수치이며 2008년 금융위기(88곳) 이후 최대치다.
관객 수가 줄면서 국내 대표 영화관 CJ CGV는 3년 넘게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넷플릭스 등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에 밀려 전망이 밝지 않다는 점 때문에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았다.
코로나가 한창이었던 2020년 3887억원 규모 영업손실(연결 기준)이 났고, 지난해에도 768억원, 올 1분기에도 141억원 적자였다. 강도 높은 구조조정까지 진행하며 경영 개선에 나서 2분기에는 겨우 흑자전환에 성공했지만 여전히 등 돌린 관객을 끌어오는 데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CJ CGV는 3년 연속 영화 관람료도 인상했다. 2020년 10월부터 총 세 차례 관람료를 올렸는데, 주중 2D 영화 관람료는 기존 1만원에서 40%를 인상한 1만4000원, 주말은 1만5000원으로 조정했다. OTT 채널 넷플릭스 최고 등급 ‘프리미엄 요금’이 월 기준 1만7000원이고 동시접속 4명을 허용하는 것과 비교하면 영화관람 요금은 가성비가 떨어진다는 비판도 나왔다.
■ CJ, CGV에 ‘1조’ 규모 자본 확충 나서
올 들어 CGV 주가는 월별로 신저가를 기록하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수준보다도 더 낮은 수준으로 주가가 주저앉았다. 지난달 21일 CJ CGV 주식은 신저가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 달 26일 기준 9900원에 거래를 마감해 1만원 이하로 떨어졌다. 지난달 5일 1만6290원보다 39% 급락한 신저가였다. 이후에도 꾸준히 하락해 16일 기준 주가는 9390원이다. 영화 관람료보다도 주가가 더 낮아진 셈이다.
급기야 지주사인 CJ가 1조 규모 자본 확충에 나섰다. 지난 16일 업계에 따르면 CJ CGV는 9월 57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진행하고 CJ㈜는 CJ올리브네트웍스 주식(평가액 4500억원)을 현물출자 하기로 했다. 주주배정과 3자 배정 유상증자를 합쳐 총 1조원 규모다. 하지만 업계에선 멀티플렉스 산업이 예전만큼 수익을 높이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신지혜 STS 상무는 “OTT 채널 인기가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데다 OTT와 영화관에서 동시 상영하는 개봉작이 증가하면서 영화관 찾는 관객이 줄고 앵커 테넌트 지위도 상실했다”며 “관람료를 올리고 구조조정 등 부피를 줄이면서 흑자 전환에는 성공했지만, 앞으로는 아이맥스 영화관이나 프리미엄 상영관 등 고급화한 공간 중심으로만 제한적인 수요가 따를 것으로 전망한다”고 했다. /김리영 땅집고 기자 rykimhp2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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