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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자금 5억 날리고, 신용불량자 됐다" 수분양자 300명 피눈물…최악의 선택이 된 석모도 온천 투자

    입력 : 2023.07.23 17:00





    [땅집고] “(시행사·시공사를) 사기꾼이라고 생각했죠. 신용 불량자 만들어 버려가지고 카드 다 정지된다고 안 된다고 나오고.” (임윤건 / 리안월드 핫스프링 빌리지 수분양자)

    “공사비가 없으니까 공사를 못한 거죠. (공사비 517억 중) 돈을 150억을 줬는데 공사를 왜 준공을 못하냐 라고 물어보시면 말이 안 되는 거죠.”(시공사 동호건설 관계자)

    19일 찾은 인천 강화군 석모도. 서울에서 80㎞ 떨어진 이곳은 온천 숙박시설인 ‘리안월드 핫스프링 빌리지’ 현장이다. 개발이 중단되면서 공사도 수년째 멈춰선 채로 방치돼 있다. 건물 대부분이 철근 골조만 세워져 있는 모습이다. 서양식 목조 건물, 한옥 등 3층짜리 건물이 철근 구조물만 흉물처럼 남아 을씨년스럽기만 하다.
    [땅집고] 준공기간이 지났지만 철근 골조가 드러나 있는 석모도 리안월드 핫스프링 빌리지 외관./유튜브 땅집고TV

    석모도 리안월드 핫스프링 빌리지는 2016년 분양했다. 대규모 온천 체험형 숙박시설로 한옥 48개동, 모던빌리지 93개동, 상가 9개동으로 총 487가구가 들어설 예정이었다. 하지만 분양을 시작하고 6년이 지난 현재까지 준공을 하지 못했다. 지난해 3월 준공이 됐어야 할 온천 숙박시설은 시행사와 시공사 측이 자금이 고갈됐다는 이유로 공사가 중단됐다.

    ■ 일부 수분양자 “잔금집단대출 322억 받아줬다” vs 시공사 동호건설 “공사비가 턱없이 부족해 준공을 못한다”
    2016년에 계약한 수분양자들은 계약금과 중도금을 날렸다. 이 가운데 2년 전 잔금 집단대출까지 받은 피해자 300여명은 인당 1억원, 총 322억원마저도 날릴 위기에 처했다. 이자를 갚지 못해 신용불량자로 전락한 수분양자들이 속출하면서 피해자들은 리안월드 협의회를 꾸렸다. 협의회 측은 11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더케이저축은행 본점 앞에서 시공사와 시행사가 ‘분양 사기’를 저질렀다고 시위에 나섰다. 그리고 잔금대출 상품을 부실하게 관리한 더케이저축은행도 분양 사기와 무관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인당 2억~5억원대 노후자금을 날린 피해자만 상당수다.

    리안월드 핫스프링 빌리지 수분양자 임윤건 (58)씨는 “지금 5억원 정도 들어갔다”며 “속된 말로 뭐 사기꾼이라고 생각했다”고 토로했다. 이어 “준공까지 시행·시공사가 내기로 한 (잔금 대출) 이자가 3개월이 연체되니까 신용 불량자가 돼 신용카드가 다 정지된다고 안 된다”고 했다. 리안월드 핫스프링 빌리지 수분양자 현봉송 (57)씨는 “지금 납부한 금액이 한 1억 6000만원 정도 된다”며 “어떤 분들은 막 몇 채, 3채도 있고 2채도 있고, 대부분이 노인들이 나중에 노후자금으로 해서 투자를 하는 사람이 많은데 6년이 지났으니 지금 돌아가신 분도 있다”고 했다.
    [땅집고] 완공이 안된 석모도 리안월드 핫스프링 빌리지 내부 3층 규모의 콘크리트 건물./ 유튜브 땅집고TV

    리안월드 핫스프링 빌리지 최초 시공사는 3년간 삽을 뜨지 못하다 2020년 9월 동호건설로 시공사가 바뀌었다. 시공사 선정 이후 대주단으로는 더케이저축은행과 OSB저축은행이 참여했다. 그러면서 사업은 급물살을 타는 듯 했으나 오히려 시행사 자금난으로 좌초 위기에 놓이게 됐다. 대규모 공사를 진행하기 위해 시공사인 동호건설은 추가 공사비로 517억원을 요구했다. 자금이 부족한 시행사와 시공사는 수분양자 각 개인 명의로 더케이저축은행 ‘잔금대출상품’을 활용해 집단대출을 신청했다. 시행사와 시공사는 준공이 턱없이 많이 남은 시기임에도 수분양자에게 연대보증을 선다며 집단대출을 받게끔 유도한 것이다.

    ■ 자사 채무변제로 수분양자 집단대출금 절반 날린 시행사 ‘리안월드’
    시행사의 자금이 고갈됐다는 소식에 수분양자들은 준공 후 납부할 마지막 남은 잔금을 유동화하는 집단 자서 대출을 통해 신탁했다. 그러면서 시행사와 시공사 측은 책임준공을 한다며 미리 받은 잔금대출에 대한 이자를 본인들이 갚는다고 회유했다. 결국 322억원을 대출 받는데 성공해 공사를 재개하려 했다. 그러나 시행사 리안월드가 돌연 자사 타 사업장에 가압류를 풀고 채무변제를 하는데 160억원을 썼다. 공사비 중 절반이 날아간 셈이다.
    [땅집고] 시공사 동호건설, 시행사 리안월드, 대주단의 관계도. /유튜브 땅집고TV , 그래픽=임금진 기자

    시공사는 잔금 대출 중 남은 약 160억원을 모두 투입해 공사를 재개했지만, 공사비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공사는 9개월만에 또 중단됐다. 쉽게 말해 수분양자 명의로 빌린 잔금 322억 중 절반은 시행사 빚을 갚는데 쓰였고, 절반만 온천 숙박시설 공사비로 사용한 것이다. 시행사 리안월드 관계자는 “미분양 물량 해소 등 방안을 마련해 공사비 자금 조달을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시공사 동호건설 관계자는 “공사비가 없으니까 공사를 못한 것”이라며 “(공사비 517억 중) 돈을 150억을 줬는데 공사를 왜 준공을 못하냐라고 물어보면 말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처음에 시행사나 입주자, 수분양자들이 자금 조달 확약을 했다”고 전했다.

    ■ 잔금집단대출 이자 연체돼 일부 수분양자 신용불량자로 전락해
    [땅집고] 서울 역삼동 더케이저축은행 앞에서 시위하는 리안월드 핫스프링 빌리지 계약자 협의회(수분양자) /유튜브 땅집고TV

    이런 가운데 더케이저축은행은 수분양자에게 잔금 대출 이자가 연체됐다며 이자와 원금 상환을 요구했다. 수분양자들은 시행사·시공사가 이자를 상환할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더케이저축은행은 투자자들은 신용관리 대상자로 등록시켰다. 투자자들은 잔금대출에 관한 확약서를 증거로 내세웠지만, 은행 측은 연대보증인인 시행사와 시공사가 아닌 수분양자가 상환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케이저축은행 관계자는 “연장을 안 하게 되면 신용 관리 대상자 등록된다고 다 안내를 드렸다”며 “(시공사에도) 가압류를 다 걸었고 그 다음에 채무 인수를 해달라 아니면 대위 변제 요청은 다 해놓은 상태다”고 했다. 일반적으로 분양 아파트는 주택도시보증공사와 주택금융공사가 중도금대출 보증을 서는 제도가 있다. 해당기관 보증서를 담보로 대출을 받는다. 하지만 리안월드 온천 시설은 주택이 아닌 생활형숙박시설로 분류돼 분양 보증 대상도 아니다.

    2000년대 초 인천 석모도에 온천이 터지면서 관광지로 본격 개발되기 시작했다. ‘리안월드 핫스프링 빌리지’는 지하 700m 암반층에서 나오는 천연 온천수를 공급하는 온천과 리조트가 결합된 복합단지로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결국 최대 온천 관광지라는 말에 속아 300억대 투자자금을 날린 피해자들만 남게 됐다. /서지영 땅집고 기자 sjy3811@chosun.com (▲땅집고에서는 상가, 휴양시설 등 사기분양에 대한 제보를 받습니다. 제보는 해당 기자 이메일 주소로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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