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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은 신통기획만 좋아해"…서울시 트집에 속도 못 내는 리모델링

    입력 : 2023.07.19 14:15 | 수정 : 2023.07.19 18:22

    오세훈 취임 후 멈춰버린 서울 리모델링 사업
    재건축 밀어주고, 리모델링은 오히려 '규제강화'
    서울시 "리모델링 막은 것 아냐" 해명에도 불만 속출

     

    [땅집고] “우리 리모델링 조합은 시공사 선정부터 안전진단까지 순조롭게 통과해서 건축 심의만 앞두고 있어요. 그런데 서울시가 온갖 이유를 들면서 수 개월째 건축심의 상정조차 해주지 않고 있으니 답답하죠.” (서울 A아파트 리모델링 조합 관계자)

    최근 서울 내 아파트 리모델링 조합마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정비사업 정책에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재건축·재개발 활성화를 공약으로 내세웠던 오 시장이 약속대로 신속통합기획 등 제도를 통해 정비사업 속도를 앞당겨 주고 있는 반면, 리모델링에 대해서는 되레 규제를 강화하면서 사업 동력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것.

    서울시가 유독 리모델링 사업에만 철퇴를 내리는 바람에 리모델링을 통한 새 아파트 공급로가 원천 차단된 데다, 리모델링 조합원들마다 막대한 재산 피해를 입고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서울시, 리모델링 밀어준다더니…오세훈 시장 취임하고선 규제 강화했다

     

    서울시는 아파트 리모델링 사업을 활성화하려는 목적으로 2016년 ‘서울시 공동주택 리모델링 기본계획’을 최초로 수립했다. 2018년 6월에는 ‘서울형 리모델링 시범단지’로 7곳을 선정해, 초기 사업 방향을 수립하는 데 컨설팅 해주고 안전진단 비용을 지원하는 등 각종 활성화 정책을 내놨다.

    하지만 2021년 오세훈 시장이 취임한 이후 리모델링 업계 분위기가 반전됐다. 지난해 8월 리모델링 사업 건축 심의에 적용하는 ‘공동주택 리모델링 운용기준’을 새로 내놓으면서다.

    새 운용기준에 따르면 서울시는 리모델링 사업장 용적률을 완화해 주는 ‘인센티브 항목’을 기존 7개에서 15개로 늘렸다. 각 현장이 용적률 인센티브를 최대 20%까지 받으려면 기존에는 ‘녹색 건축물’ 설계 기준만 충족하면 됐는데, 개정안이 나온 이후에는 ▲녹색 건축물 설계 ▲건축물 에너지 효율 등급 ▲제로 에너지 건축물 ▲전기차 충전소 설치를 포함해 총 5가지 항목을 충족해야 한다. 이 기준을 맞추려면 적게는 수십억원에서 많게는 수백억원 추가 공사비가 필요해 사업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규제 강화 영향으로 2018년 지정했던 서울형 리모델링 시범단지 7곳 중 건축심의를 통과한 아파트가 지금까지 한 곳 뿐이다. 한국리모델링협회에서 내놓은 통계도 같은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서울시내 조합을 설립한 리모델링 사업장이 총 66곳인데, 대다수 단지가 인허가의 첫 단계인 건축심의조차 통과하지 못하고 있는 등 심각한 사업 지연이 발생하고 있다.

    수도권 지자체 다 리모델링 지원하는데…서울시만 역행

    부동산·건축업계에선 서울시가 갑자기 리모델링 사업 발목을 잡은 이유가 이해되지 않는다고 입을 모은다. 서울시와 달리 다른 지자체에선 노후 공동주택 리모델링을 활성화하기 위해 각종 지원책을 검토 및 시행하고 있어서다.

    경기 수원시의 경우 리모델링 사업 속도를 높이기 위해 ‘선(先) 검토 시범단지’를 선정하고, 건축 심의 전 자주 발생하는 문제에 대해 수원시가 사전 점검한 뒤 심의 기간을 최대한 단축해 주고 있다. 군포시와 성남시도 ‘공동주택 리모델링 지원센터’를 열고 사업을 적극 지원하는 중이다.

    리모델링 사업은 최근 전 세계적 산업 트렌드인 ESG 경영과 일맥상통하는 친환경 정비사업이기도 하다. 전체 아파트를 철거하고 새로 짓는 재건축과 달리, 리모델링은 기존 아파트 구조물을 재활용해서 건축하는 방식이라 사업 과정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이 적은 편이다.

    오세훈 시장, 재건축 밀어주느라 리모델링 홀대하나

    일각에선 오 시장이 공약 사업인 재건축을 밀어주려는 목적으로 리모델링 발목을 잡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내비치고 있다. 공약대로 재건축을 통한 새아파트 공급량을 늘리기 위해, 혹시라도 재건축에서 리모델링으로 선회하는 아파트가 생겨나는 것을 막기 위해 규제를 강화한 것이란 추측이다.

    지난해 12월 서울시가 개최한 ‘공동주택 리모델링 안전성 관련 공개토론회’도 이런 의구심에 힘을 싣는다는 주장도 나온다. 당시 서울시가 토론회에 초청한 발표자 대다수는 리모델링 사업 안전성에 문제가 있다는 식의 의견을 냈다. 일부 참석자들은 리모델링 사업 자체를 포기해야 한다는 강경한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사실상 ‘반(反) 리모델링 설명회’였다는 평가다.

     

    리모델링 업계에선 지난 20년 넘게 국내 노후 아파트 리모델링 사례가 적지 않은데, 서울시가 갑자기 리모델링 안정성과 관련한 토론회를 개최한 데 대해 불만을 터트리고 있다. 아파트 리모델링이 허용된 2002년부터 지난해까지 총 16곳이 준공됐는데, 지금까지 안전 문제가 발생한 단지가 한 군데도 없어서다.

    특히 쌍용건설이 2012년 마포구 현석동에 준공한 ‘밤섬 예가 클래식’(舊 마포현석호수아파트)의 경우 국내 최초로 2개층 증축에 성공하면서 수직증축 리모델링 사업의 안전성을 입증하기도 했다. 현재 포스코건설이 송파구 잠실동에 짓고 있는 ‘잠실 더샵 루벤’(舊 송파성지아파트)와 강남구 대치동 ‘대치현대1차’는 2차 안전성 검토까지 통과하면서, 리모델링 안전성에 문제가 없음을 증명했다.

    ■서울시 “리모델링 막은 것 아니다” 해명에도…조합마다 불만 속출

    반면 서울시는 오 시장 취임 이후 발표한 리모델링 운용기준 때문에 사업 추진이 어려워지지 않았다고 반박한다. 더불어 사업성 측면에서도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 시뮬레이션 결과 기존 제도에서 용적률을 40% 완화 받던 단지가 현재에는 약 30% 전후 용적률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는데, 모자란 10%에 대해서는 개정안에서 늘린 인센티브 항목에서 충분히 확보가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더불어 지난해 말 열린 공개토론회가 ‘반 리모델링’이라는 지적에는 “해당 토론회는 안전성을 규제하기 위해 개최한 것이 아니라, 리모델링을 안전하게 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리모델링 조합들이 원한다면 간담회를 통해 리모델링 조합의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리모델링 업계에선 서울시의 일관성 없는 정책 때문에 조합원들이 이미 피해를 보고 있다는 증언이 쏟아지고 있다. 서울 B아파트 리모델링 조합 관계자는 “전임 시장 때는 리모델링 사업을 부추기더니, 시장이 바뀌었다고 리모델링 규제를 강화하고 인허가까지 진행하지 않으면 우리는 어쩌란 말이냐”라며 “안전진단을 통과했는데도 건축심의가 진행되지 않아 조합원들 문의가 잦은데, 당장 조합 측에서 사업 지연 사유에 대해 답변할 수 있는 것이 없어 난감하다”고 했다. 마찬가지로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하는 C아파트 조합 관계자 역시 “조합이 시공사로부터 많게는 수백억 자금을 빌려 리모델링 사업을 진행하는데, 사업이 지연될수록 이에 대한 이자가 불어날 수밖에 없다”며 “서울시 규제로 리모델링 조합원들의 분담금이 늘어나는 꼴”이라고 했다.

    한국리모델링협회 등 관련 업계에선 “서울시가 인허가권을 볼모로 리모델링 사업 추진 동력을 떨어뜨리는 것은 부당하다”며 “정치적인 논리에 따라 ‘재건축이 우선이냐, 리모델링이 우선이냐’는 식의 논쟁은 소모적이므로, 리모델링에 따른 서울시민들의 주거환경 개선에 초점을 맞춘 제도를 갖춰야 할 것”이라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런 지적에 서울시는 언론을 통해 “바꾼 기준을 적용해도 리모델링의 사업성이 여전히 높아 사업을 못 할 수준은 아니다”라며 “기준 변경은 주민 공람을 거쳐 결정할 사항이 아니라 내부 방침으로 정하는 것”이라는 입장으로 대응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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