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3.07.18 07:53 | 수정 : 2023.07.18 10:45
[땅집고] 지난 17일 오전 경기 고양시 장항동 ‘킨텍스원시티M3블록’ 아파트 앞. 맞은편으로 수변공원을 끼고 넓은 대지가 공사장 펜스에 둘러싸여 있었다. 하지만 공사 현장이라고 하기엔 지나치게 조용했다. 공사 장비나 차량이 전혀 보이지 않았고, 작업하는 근로자도 없었다. 펜스 너머로는 지상 1층 높이 둥그런 골조만 덩그러니 남겨진 채 수풀이 무성했다. 이 곳은 CJ그룹이 야심차게 추진 중인 세계 최초 K-콘텐츠 경험형 복합단지 ‘CJ라이브시티’다.
‘CJ라이브시티’는 CJ 계열사인 CJ ENM이 지분 90%를 출자한 CJ라이브시티가 시행사로 K팝 전문 공연장(아레나)과 부대시설을 건설한다는 목표로 2015년부터 추진했다. 지하 1층~지상 5층에 실내 2만명, 야외 4만명 이상 수용 가능한 국내 최대 전문 공연장(연면적 11만836㎡)을 중심으로 상업·숙박·업무·관광시설 등을 짓는 사업이다. 총 사업비는 1조8000억원 규모다.
업계에선 수 십년간 문화공연 사업에 공들여 온 ‘이재현 CJ 회장 꿈의 사업’이라고 불렸다. 하지만 금리 인상, 건자재 가격과 인건비 상승 여파로 시행사가 자금난을 겪으며 공사를 일시 중지했다. 당초 2024년 6월 말 완공할 예정이었지만, 현재까지 공정률이 17%에 불과해 계획대로 개장하기는 불가능하다. CJ ENM 경영 실적도 좋지 않아 최악의 경우 사업이 무산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CJ라이브시티 공사 중단…2024년 완공은 불가능
CJ측은 현재 라이브시티 내 아레나 공사를 일시 중단한 상태다. 당초 CJ측은 2000억원 규모로 한화건설과 도급 계약을 맺고 2021년 10월 아레나 공사를 시작했다.
문제는 지난 2년 동안 코로나 팬데믹 여파 등으로 건설 비용이 증가한 것. CJ측은 공사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자, 지난 4월 한화건설에 공사 일시 중지를 요청하고 공사비 협상에 들어갔다. CJ라이브시티 관계자는 “자재값과 인건비가 오르는 등 대외환경이 악화하면서 하루가 다르게 비용이 늘어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시공사에 일단 공사 중지를 요청했다”며 “한화건설 측과 다각도로 해법을 모색하고 있으며 아레나는 당초보다 6개월쯤 늦은 2024년 말까지 완공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CJ, “전력 공급 안돼 투자유치 어렵다”
공사비 협상이 끝나도 넘어야 할 산이 많다. CJ라이브시티 최대주주인 CJ ENM 재무 구조가 급속도로 악화했기 때문이다.
지난 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CJ라이브시티는 지난해 말 기준 부채가 5350억원이고, 자기자본은 -118억5600만원으로 자본잠식 상태(자본잠식률 197%)로 나타났다. 지난해 기준 영업이익은 -229억원이었다.CJ ENM 재무 상태도 좋지 않다. CJ ENM은 지난해 기준 영업이익이 2381억원으로 2021년 2968억원보다 19% 감소했다. 분기별로 2021년 1분기 영업이익은 853억원, 지난해 1분기는 663억원으로 22% 감소했고, 올해는 212억원으로 지난해 대비 68% 줄었다.
더구나 아레나를 제외한 라이브시티의 나머지 부지에는 최소 2029년까지 전기 공급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한국전력공사는 지난 2월 공문을 보내 CJ라이브시티에 들어설 아레나 외 상업·숙박·업무·관광시설에 사용할 ‘전력 공급 유예’를 통보했다. 한전은 전력망 보강 계획을 수립하고 준공 시기를 고려하면 전력 공급까지 적어도 6~8년은 걸려 최소 2029년까지 전력 공급을 할 수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전력망 차질은 동해안에서 생산한 전력을 수도권으로 공급하는 사업인 ‘동해안~경기 신가평 송전선로’ 완공이 지연된데 따른 영향이다.
홍정민 더불어민주당(고양시병) 의원은 “아레나 가동에는 문제가 없지만 부대시설 전력 공급에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라며 “일단 전력공급 과제는 이번에 통과한 분산에너지법상의 ‘전력계통영향평가’ 제도를 통해 향후 완공 계획에 맞춰 전력공급 우선순위를 조정해 보려고 한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CJ ENM이 CJ라이브시티를 매각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CJ라이브시티 관계자는 “경기도 공모 사업으로 진행했기 때문에 매각이 성립하지 않는다”며 매각설을 일축했다. 그는 “사업 추진 의지는 확고하지만, 대내외 여건이 좋지 않고 전력 공급도 어려운 상황이어서 투자 유치에 장벽이 있다”고 밝혔다. /김리영 땅집고 기자 rykimhp2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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