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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계획이 있구나" 성남시, 8호선 판교연장선 예타 전면 철회한 까닭

    입력 : 2023.07.18 07:44 | 수정 : 2023.07.18 14:19

    [땅집고] 지하철 8호선 모란역 정거장. 현재 모란역에서 남쪽 판교역까지 연결하는 8호선 판교 연장선 사업이 진행 중이다. /연합뉴스

    [땅집고] 경기 성남시가 지하철 8호선 판교 연장선 사업에 대한 예비타당성조사를 자진 철회했다. 노선이 경제성(B/C) 기준에 못 미쳐 무산될 위기에 처하자, 한국개발연구원(KDI) 측에 2021년부터 진행 중인 예비타당성조사를 아예 취소해달라고 요청한 것.

    성남시는 지하철 수요를 높이는 방식으로 경제성을 끌어올린 뒤 예비타당성 조사에 다시 도전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소식을 접한 판교 입주민들은 노선이 기존 지하철에서 경전철로 격하되거나, 최악의 경우 개통이 무산될 수도 있는 것 아니냐며 불안해하는 분위기다.

    ■8호선 판교 연장선, 성남시 노력에도 “경제성 너무 낮다” 두 번이나 퇴짜 맞아

    지하철 8호선 판교 연장선은 현재 종착역인 성남시 모란역을 남쪽 판교역까지 연결하는 노선이다. 2014년 이재명 전 성남시장이 재선에 도전하면서 처음으로 등장했다.

    노선은 당초 모란차량기지역·봇들사거리역·판교역 총 3개역을 신설하는 3.86km 길이로 계획됐다. 사업비는 4239억원이다. 국비 2543억원, 도비 85억원, 시비 1611억원을 각각 투입한다. 2022년 중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하고 올해 기본계획 수립해 2024년 착공, 2030년 개통하는 것이 목표였다. 개통 시 성남시를 비롯한 수도권 시민들의 판교 출퇴근 여건을 크게 개선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모았다.

    [땅집고] 지하철 8호선 판교 연장 노선도. /이지은 기자

    8호선 판교 연장선은 2020년 12월 기획재정부 예비타당성조사 대상 사업에 오르면서 개통까지 탄탄대로를 걷는 듯했다. 그런데 지난해 1월 열린 1차 점검 회의에서 기획재정부가 경제성이 부족하다는 의견을 제기하면서 사업에 제동이 걸렸다. 성남시는 같은 해 3월 노선 길이를 3.78km로 단축하고, 모란차량기지역을 제외한 2개역만 신설하는 방식으로 사업비를 낮춰 경제성 보완에 나섰다.

    하지만 올해 6월 2차 점검회의에서도 노선 B/C값이 기준치 1.0에 못 미치는 0.8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추산되면서 사업이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성남시는 KDI 측에 현재 8호선 연장선 인근에서 개발이 진행 중이거나 예정된 대규모 사업을 반영해 경제성을 다시 검토해달라고 요구했다. 직장인 약 1만명을 수용할 수 있는 판교역 인근 NC소프트 삼평동 신사옥(2026년 예정)을 비롯해 인구 7000여명을 수용하는 공공택지지구인 서현지구, 계획 인구 3만6000여명인 백현마이스 개발사업 등이다.

    하지만 KDI가 위 굵직한 사업들이 모두 실시계획인가 단계에 이르지 못한 사업이라 노선 경제성에 선반영할 수 없다고 통보했다. 지금 상태로선 성남시가 노선 경제성을 끌어올릴 수 있는 방법이 더 이상 없는 셈이다.

    내년 6월 예타 재신청 예정…개통은 최소 2032년 이상으로 미뤄져

    [땅집고] 지하철 8호선 판교 연장선 사업 일지. /이지은 기자

    결국 성남시는 KDI 측에 지난 2년 7개월여간 진행해 온 예비타당성 조사를 전면 취소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동안 8호선 판교 연장선 개통을 손꼽아 기다려 온 주민들 입장에선 청천벽력같은 소식인 셈이다.

    하지만 철도 업계에선 성남시의 예비타당성조사 신청 철회가 일종의 전략이라고 입을 모은다. 예비타당성조사에서 최종 탈락하는 것과, 애초에 신청하지 않는 것에 큰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만약 탈락 원인이 보충 불가능한 사안이라면 관련 법이 개정되거나 지역 여건에 큰 변화가 있지 않은 이상 예비타당성조사 재신청이 제한될 수 있다. 심한 경우 노선이 국가철도망구축계획에서 아예 제외될 수도 있는데, 다시 선정되려면 정부가 국가철도망구축계획을 수립하는 주기인 5년을 추가로 기다려야 해서 사업 기간이 훨씬 더 미뤄질 수밖에 없다.

    [땅집고] 2013년 경기 성남시 판교에 완공한 NC소프트 사옥 건물. /NC소프트

    지방자치단체가 지하철 노선에 대한 경제성을 확보하려면 이용 수요를 높이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 대표적인 방안으로는 인구가 더 많은 쪽으로 노선을 틀거나, 이용객을 끌어모을 수 있는 산업단지나 신도시를 공급하거나, 기존 지하철을 사업비가 더 적은 경전철로 변경하는 등이 있다.

    다만 성남시의 경우 주민 반발에 부딪힐 수 있는 노선 변경안이나 경전철 전환안보다는 앞서 KDI 측에 추가로 반영해달라고 했던 굵직한 개발사업들의 실시계획인가 시점까지 기다렸다가 예비타당성조사를 재신청할 계획인 것으로 확인됐다. 더불어 공사 과정에서 굴착·발파 등 공법을 조정해 사업비를 줄이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성남시 교통기획과 관계자는 땅집고와의 통화에서 “지하철 8호선 판교 연장선에 대한 예비타당성 조사를 처음으로 신청했던 2020년에는 시기가 맞지 않아 노선 인근 굵직한 개발사업으로 발생하는 수요를 반영할 수 없었다”며 “판교역 NC소프트 사옥은 올해 8월쯤 건축허가가 나고, 국가에서 추진하는 서현지구와 올해 12월 실시계획승인 요청할 예정인 백현마이스 사업 등은 올해 말쯤이면 충분히 경제성을 반영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어 그는 “내년 6월 예비타당성조사를 다시 신청하면, 개통 시기는 당초 목표였던 2030년에서 최소 1~2년 이상 미뤄진 2032년 이후가 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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