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식간에 물이…" 침수에 치명적인 지하주차장·지하차도 대피방법

[땅집고] 지난해 지하 주차장 침수로 사망자가 발생한데 이어 올해는 지하도로 침수로 사망자가 대거 발생했다. 지하 공간은 침수가 발생하면 순식간에 물이 불어나 대피할 틈을 주지 않고 사망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아파트 등에 있는 지하주차장은 폭우가 내릴 때 위험한 곳 중 하나다. 서울 서초구 반포자이, 송파구 잠실엘스 등 대형 단지 역시 지난해 폭우로 인해 주차장 일부가 침수됐다.

지하 공간에선 물이 무릎 높이만큼 차기 전에 벗어나야 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2014년 국립재난안전연구원이 지하공간에서 한 실증 실험 결과에 따르면 성인 발목높이(수심 17㎝)의 물이 계단을 통해 쏟아질 경우까진 남녀 모두 계단을 오를 수 있었다.

하지만 물이 바닥에서 35㎝ 정도(정강이 깊이)로 쏟아지자 상황이 달라졌다. 슬리퍼나 하이힐을 신은 여성은 거친 물살 때문에 계단을 오르기가 어려웠다. 무릎 높이에 해당하는 45.5㎝ 이상의 침수 상황에서는 남녀 모두가 난간을 잡고도 대피하기 힘들었다.

무릎까지 물이 차면 출입구를 여는 것도 불가능했다. 실험 결과, 무릎 바로 아래인 40㎝ 수심에서는 남성과 여성 모두 문을 열지 못했다.

연구원은 “홍수 발생 시 지하에서는 물이 무릎 높이까지 차오르기 전에 대피해야 한다”며 “계단을 오를 때에는 쓰러지지 않도록 주변 난간이나 지지대를 이용해야 하고, 구두나 슬리퍼보다는 운동화를 신고 대피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조언했다.

이어 “물이 무릎 근처까지 차오를 정도로 침수가 진행됐다면 119나 외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지하주차장에 고인 물은 ‘흐르는 물’과 같다는 의견도 있다. 보기엔 잔잔하더라도 계속해서 물이 들어온다는 것이다.

한 전문가는 배수로가 잇어도, 외부에서 많은 양의 물이 쏟아지면서 배수가 원활하지 않는 상황이다”며 “바깥에선 물이 유입되고 있고, 차들이 세워져 있어 이 사이로 와류(소용돌이 물살)나 난류(일정하지 않게 흐르는 물살)가 발생하는 곳이 지하주차장”이라고 했다.

지하도로도 침수에 치명적이다. 정부가 마련한 지하도로 안전가이드에 따르면 특히 침수가 시작된 지하차도는 절대 진입하지 말아야 하며, 만약 진입시에는 차량을 두고 신속히 밖으로 대피해야 한다.

만일 차량이 침수된 상황에서 외부 수압으로 문이 열리지 않을 때는 좌석 목받침 하단 철재봉을 이용하여 유리창을 깨서 대피해야 한다. 또 유리창을 깨지 못한 경우 차량 내·외부 수위 차이가 30cm이하가 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차량 문이 열리는 순간 탈출해야 한다. /배민주 땅집고 기자 mjba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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