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3.07.10 07:23 | 수정 : 2023.07.10 09:10
[땅집고] 최근 건설업계에서 '생산성 지상주의의 저주'라는 말이 유행이다. 직원 한 명당 평균 매출액을 뜻하는 1인당 생산성은 매년 건설사 경영 실적을 평가하는 핵심 지표로 꼽힌다. 하지만 생산성 수치가 너무 과도하게 높아질 경우 기업에게 '양날의 검'이 된다. 원가 절감이나 업무 과부하 등이 문제가 되면서, 시공 현장에서 각종 문제가 터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곳이 올해 5월 인천 검단신도시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철근을 누락해 지하주차장이 붕괴된 GS건설과, 지난해 초 광주 화정동 아파트 시공 오류로 외벽이 휴지조각처럼 떨어져 내리는 사건이 터졌던 HDC현대산업개발이다.
GS건설과 HDC현대산업개발 모두 과거 부동산 호황기 때 주택 사업에 집중하면서 매출액이 크게 늘어, 직원 1인당 생산성 지수가 확 오른 기업이다. 재무 실적은 개선됐지만 기업마다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원가 절감 전략을 병행한 데다, 직원 한 명당 업무량까지 과도해지면서 전국 곳곳 현장마다 시공 부실 사건이 터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말 과도한 1인당 생산성이 아파트 현장에서 발생하는 사건사고 및 하자 빈도와 관련이 있는 걸까. 땅집고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서 최근 3년간 국내 10대 건설사의 1인당 생산성을 정리해 봤다. 그 결과 GS건설과 HDC현대산업개발 모두 생산성 지수가 최상위권에 속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생산성은 높지만 주택사업 비중을 극도로 줄인 삼성물산을 제외하면, 3년 내내 생산성 기준 세 손가락 안에 드는 건설사가 이들 두 곳뿐이다.
예를 들어 GS건설은 지난해 매출이 12조2991억원으로, 전년 대비 36% 넘게 뛰었다. 부동산 호황기에 분양하는 아파트마다 '완판' 행진을 하자 주택 사업을 확대한 결과다. 지난해 매출 중 75%를 주택 사업이 차지할 정도로 수주에 총력을 다했다. 그 결과 직원 1인당 생산성이 2021년 16억6000만원에서 지난해 22억7000만원으로 크게 뛰었는데, 이듬해인 올해부터 시공 관련 문제가 적지 않게 터지고 있다. 인천 검단신도시 '안단테' 어린이놀이터 하부에 조성하는 지하주차장이 붕괴하고, 서울 강남구 개포동 '개포 자이 프레지던스'에서 침수 사고가 발생하는 등이다.
HDC현대산업개발도 마찬가지 양상을 보인다. 시공능력 평가 순위상으로는 10위 건설사이지만, 2020년 1인당 생산액이 23억1000만원, 2021년 20억2000만원으로 10대 건설사 중 각각 2위로 높았다. 지난해 광주 화정아파트 붕괴 사고가 터진 후에는 생산성 수치가 18억원으로 직전 2개년 대비 낮아지긴 했으나 여전히 상위권에 속한다.
이 점을 들어 붕괴 사고 당시 HDC현대산업개발 노조는 “매출액과 직원 총원 등 10대 건설사 현황과 비교했을 때, HDC현대산업개발의 직원 수가 919명 부족한 것으로 산출됐다”며 “과거 120가구만 점검했던 직원 1명이 화정 아이파크 붕괴 시점에는 220가구 이상을 담당했다는 뜻”이라고 주장하고 나서기도 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업의 최대 목적은 이윤창출이기 때문에 투자한 비용과 인력 대비 최대 효율을 내는 것은 당연하다”고 했다. 이어 그는 “건설사의 경우 3년여 진행하는 아파트 현장마다 계약직 직원들을 적지 않게 쓰기 때문에 1인당 생산성 통계에 계약직 직원까지 포함해서 따져볼 필요도 있다”라면서도 “다만 입주자 안전과 직결되는 리스크를 관리하는 데 이런 계약직 직원들이 짊어지는 책임이 정규직과 차이가 있을 수 있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고 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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