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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 유명세 이용해 돈벌이…표절·왜곡 판치는 부동산 유튜브

    입력 : 2023.07.09 08:47 | 수정 : 2023.07.14 09:13

    표절·모방·왜곡 판치는 부동산 유튜브…연예인까지 가세해 시장 혼란(下)

    [땅집고] “다른 채널 유튜브에 올라온 내용을 2~3일 뒤에 그대로 베껴서 만들어도 되나요?” “이 사람 전문가 맞나요. 왜 갑자기 부동산 시장을 전망하는지 의도가 의심되네요.”(연예인 부동산 유튜버 A씨 채널에 달린 댓글)

    최근 연예인 출신 유튜버들이 너도나도 부동산 정보 채널 개설에 나서 눈길을 끈다. 문제는 잘못된 정보를 전달해 시장에 혼란을 주거나 일부 유튜버는 아예 다른 채널 콘텐츠를 그대로 베끼는 사례도 있다는 것이다.

    [땅집고] 일부 연예인 부동산 유튜버들이 기존 부동산 콘텐츠(좌측)의 썸네일과 내용, 대본, 구성 방식을 표절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유튜브 캡처


    개그맨 출신 부동산 유튜버 A씨는 2021년 9월 개설 후 2년 만에 구독자 27만명을 끌어모았다. 그는 수도권 상권, 지식산업센터 공실 문제 등을 짚으면서 급성장했다. 그러나 해당 콘텐츠는 언론사 부동산 채널에서 다뤘던 현장 취재 내용을 모방한 영상이 대부분이다. 언론사 유튜브 채널에서 10만 조회수가 넘었던 콘텐츠를 2~3일 후 모방하는 방식으로 본인 채널 성장에 이용했다는 의혹이 나온다. 유튜브 알고리즘 특성을 악용한 사례라는 지적이다. 경기 수원에 거주하는 B씨는 “언론사 채널에 제보한 내용이 영상으로 나오면서 화제가 됐는데, 다음날 연예인 A씨가 똑같은 영상을 올려 당황했다”고 했다. 영상 썸네일과 내용 전개 방식은 물론 표현 방식까지 베꼈다는 주장이다.

    연예인 부동산 유튜버는 연예 활동 덕분에 기본적인 인지도가 높은데다 구독자가 10만~30만명에 이를 정도로 대중에 미치는 파급력이 크다. 이른바 ‘재테크 전문가’로 활동하면서 구독자와 시청자 팬덤을 형성하기 시작했다. 문제는 단순 정보 전달에 그치지 않고, 부동산 분석과 전망을 쏟아내면서 ‘어떻게 하면 돈을 벌 수 있는가?’에 대한 답까지 제시하며 투기 심리를 자극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본인 재산이 100억원대라며 과시하는 경우도 있고, 가격 상승을 유도해 차익을 실현한 사례도 공공연하게 알려져 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유튜버와 인플루언서 개입으로 여론이 왜곡되고, 대중이 부동산 시장을 오인(誤認)하는 경우가 잦다”고 했다.


    [땅집고] 연예인 A씨가 본인의 재산과 관련해 유튜브에서 설명하고 있다. /유튜브 캡처


    자신의 돈벌이를 위해 유명세를 이용하는 점도 문제다. 유튜브에서 자칭타칭 부동산 전문가로 활동하는 연예인들은 책을 팔거나 부동산 강연을 하는 등 상업적 목적으로 유튜브를 활용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연예인은 건설사 유튜브 채널 출연료만 수백만원에 달한다. 부동산을 이용한 돈벌이를 위해, 유튜브 스타가 되기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이른바 ‘얼치기’ 전문가들이 소비자에게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고 지적한다. 수억~수십억원에 달하는 부동산 투자에 ‘이름’만 내세운 전문가 발언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한문도 서울디지털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지금은 메이저 언론보다 유튜브 정보 전달이 시장에 미치는 파급력이 훨씬 크다”면서 “잘못된 정보가 워낙 많아 정제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유튜브니까 재밌으면 그만이다” “과거에 TV에서 본 사람이라 신선하다”는 반응이 나오기도 한다. 얼굴이 낯익은 연예인이 부동산 정보를 쉽고 재밌게 알려준다는 것이다.

    그러나 시장에 신뢰할 만한 정보 제공이 필요하다는 지적은 꾸준하다. 게다가 유튜브 콘텐츠 표절 방식은 엄연한 지적 재산권 침해로 범죄 행위다. 과학 지식 콘텐츠를 다루는 유튜버 C씨는 최근 표절 시비에 휘말리면서 크게 논란이 됐다. C씨는 다른 유튜버의 대본을 무단 도용한 사실을 인정한 뒤, 모든 영상을 삭제하고 유튜브 채널 운영을 중단했다.

    크리에이터의 창작 콘텐츠는 ‘저작권법’에 따라 보호된다. 영상 포맷, 편집 방식, 내레이션, 자막 등 콘텐츠를 구성하는 요소가 다수 겹치는 경우 저작권법 위반으로 볼 수 있다.

    고윤기 로펌고우 변호사는 “한 유명 부동산 유튜버는 수강생에게 돈을 받고 베끼는 방식을 가르치기도 했고, 어떻게 표절해야 조회수가 올라가는지 알려줬다”며 “이 같은 표절 방식이 만연해 오히려 원작자 콘텐츠가 유튜브에서 생존력을 발휘하기 어려워지는 등 유튜브 생태계가 무너지고 있다”고 했다. /박기홍 땅집고 기자 hong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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