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피해자만 1400명" 반포주공, 삼정회계법인 상대로 소송…무슨 일?

[땅집고] “대형 회계법인을 믿고 종합부동산세(종부세) 환급 소송에 나섰는데, 알고 보니 올해 법이 바뀌어 안 줘도 되는 거액의 성공보수를 내게 됐다는 걸 뒤늦게 알았습니다. 4대 회계법이라는 곳이 법 모르는 시민을 대상으로 사기극을 벌인 겁니다!”(반포주공1단지 조합원 A씨)

서울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디에이치 클래스트)와 3주구(래미안 트리니원) 조합원 60여명은 7일 삼정회계법인을 상대로 이달 중 종합부동산세(종부세) 환급 관련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삼정과 맺은 계약은 사기로 체결했기 때문에 약정채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해달라는 내용이다.

조합원들은 종부세 환급 관련 기망행위를 이유로 법무법인을 선임하고 사기죄로 삼정을 고소한다는 계획이다. 사건을 맡은 법무법인 신광의 여의주 변호사는 “조합원들은 이번 계약이 불공정 법률행위에 해당하므로 무효라는 것을 확인받고, 삼정에게 사기죄의 책임을 묻기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삼정은 회계사 등 전문가 3500여명을 보유한 국내 4대 회계법인이다.

조합원들에 따르면 삼정은 올 2월19일까지 위임 계약을 맺지 않으면 2022년분 종부세를 환급받을 수 없다는 식으로 작년 한 해 동안 영업을 벌였다. 조합원들은 "삼정 측이 환급 금액(환급가산금 포함)의 15%를 성공보수로 달라는 것이 과하다고 생각했으나, 대형 회계법인인 점을 믿고 순차적으로 위임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A씨는 “삼정이 위임계약을 체결하지 않으면 환급받지 못하는 것처럼 공포감을 조장했다”고 주장했다.

반포1단지 조합원 3610명 가운데 1400여 명은 작년6월부터 올 2월까지 삼정 측과 ‘2022년 귀속 종부세 조세불복청구’에 관한 위임계약을 체결하고, 올 5월 종부세를 환급받았다. 그런데 조세불복을 청구하지 않은 다른 조합원들도 종부세를 환급받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조합원들은 ‘속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2월에 법이 개정돼 조세심판청구를 하지 않아도 종부세를 100% 환급받을 수 있었기 때문.

현재까지 소송에 참여한 조합원들의 피해 금액은 1인당 약 300만원, 총 2억원 정도로 추산한다. 전체 1400여 명의 내야 할 돈은 1인당 300만원으로 가정하면 42억원이라는 숫자가 나온다. 여 변호사는 “지금까지 파악한 가장 높은 1인당 피해금액은 최고 1500만원이지만, 이보다 높은 사람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실제 총피해규모는 42억원을 상회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건을 담당한 법무법인 신광에서는 삼정에 여러 차례 접촉했으나 무응답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 변호사는 “오히려 수수료를 입금하지 않은 조합원들에게 ‘수수료 회수를 위한 조치에 나설 것’이라며 안하무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삼정은 법 개정 수개월이 지난 최근까지도 별다른 해명 없이 조합원에게 수수료 독촉 문자를 발송하고 있다.

여 변호사는 “원만한 합의를 원하는 일부 조합원도 있기 때문에 성공보수율을 파격적인 수준으로 감액하여 합의가 이루어진다면 성공보수를 즉시 지급하고 추가적인 문제 제기 없이 조용히 문제를 덮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박기람 땅집고 기자 pkra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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