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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日 살인건물과 똑 닮았다…'철근 누락' 인천 주차장 붕괴사고

    입력 : 2023.07.05 15:11 | 수정 : 2023.07.05 15:21

    [땅집고] 지난 5월 29일 GS건설 컨소시엄이 시공을 맡은 인천시 서구 '검단신도시 안단테' 아파트 지하주차장 슬래브가 붕괴된 모습./온라인 커뮤니티

    [땅집고] 지난 5월 인천 검단신도시 아파트 현장에서 발생한 지하 주차장 붕괴 사건은 결국 GS건설의 ‘철근 빼먹기’ 때문인 것으로 최종 확인됐다.

    5일 국토교통부는 붕괴 사고 원인 규명을 위한 특별점검 결과 브리핑에서 “GS건설이 시공을 맡은 검단신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 부분에서 구조 설계상 모든 기둥에 있어야 할 필수 철근 32개 중 19개가 빠졌다”며 “안전과 직결된 필수 장치인 전단보강근(철근)이 설계상에서 이미 절반가량 누락됐으며, 시공 과정에서도 조사 대상 8곳 중 4곳에서 설계와 다르게 전단보강근이 누락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관련 기사: GS건설 주차장 붕괴 사고 특별점검 발표 "철근 32개 중 19개 빠졌다"

    과거 일본에서도 ‘철근 빼먹기’로 온 나라가 발칵 뒤집힌 적이 있다. 2005년 지바현 이치가와시에서 아네하건축설계사무소가 아파트·호텔 등 건물 100여곳에서 내진강도를 담은 구조계산서를 위조했던 사건이다.

    당시 조사 결과 아네하건축설계사무소는 6년여 동안 구조계산서를 위조해 건물을 설계했다. 건물 시공 비용을 낮춰 건설사의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목적으로 철근 양을 절반 이하로 줄여서 설계한 것. 당시 일본에서는 부동산 경기 침체 여파로 분양가 낮추기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건설사들은 공사비 절감에 골몰했다.

    이 때문에 지진이 잦아 건물 내진 설계가 중요한 일본에서 적정 내진 강도의 절반에 못 미치는 이른바 ‘살인 건물’들이 생겨났다. 시뮬레이션 결과 이런 건물은 진도 5 정도 지진이면 무너져 내린다는 결과가 나왔다. 심한 경우 내진 강도가 규정 대비 15% 수준에 불과한 고층 아파트도 발견됐다.

    [땅집고] 2005년 일본 지바현에서 설계 단계에부터 내진 강도 계산이 조작돼 철근이 모자란 '부실 아파트'를 철거하는 작업이 진행 중이다. /지지

    아네하건축설계사무소에 대한 여론이 악화하자 일부 시공사는 이미 입주를 마친 아파트를 해체하고, 건축에 돌입한 아파트도 철거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해당 설계사무소가 건축에 관여했던 호텔들도 안전이 확인될 때까지 영업을 중단했다.

    일본 정부도 사건 수습에 나섰다. 구조계산서 위조 대상이 된 99개 건물 중 이미 사용 중인 맨션과 단독주택 호텔 등 86동 가운데 문제 소지가 큰 30여동을 철거했다. 이미 시공에 들어간 13개 건물 중에서는 5건을 해체했다. 설계사무소 대표인 아네하씨는 2006년 3월 결국 자살을 선택했다.

    이 ‘살인 건물’ 사건을 계기로 일본 정부는 건축기준법, 건축사법, 건설업법을 전체적으로 개선한 ‘구조 계산 적정성 판정 제도’를 도입했다. 기술사·건축사의 경력 기간을 7년으로 늘려 취득 자격 기준을 강화하고, 구조 설계1급 건축사와 설비설계1급 건축사 자격을 신설해 분야별 전문성을 강화하는 대책도 도입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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