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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G.R은 대체 어떤 메뉴인가요?" 요지경 요즘 카페

    입력 : 2023.07.02 09:45

    [땅집고] 서울 중구 명동 상권에 영어, 중국어 등 외국어로만 적힌 간판이 즐비한 모습. /연합뉴스

    [땅집고] “요즘 ‘핫플’이라는 곳마다 죄다 영어 간판에 영어 메뉴뿐이라니…. 대한민국에서 멀쩡한 한글 놔두고 무슨 일인지 모르겠습니다;;”

    최근 2030 젊은층에게 인기를 끄는 ‘핫 플레이스’ 상권 내 식당·주점·카페를 가리지 않고 영어 등 외국어로 표기한 간판이나 메뉴판을 사용하는 점포를 흔히 볼 수 있다. 그런데 가게마다 세련되고 ‘힙’한 느낌을 과도하게 추구한 나머지, 한글 병기 없이 오직 외국어로만 안내하는 곳이 수두룩해 불편함을 넘어 눈살까지 찌푸려진다는 반응이 터져 나오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서울의 한 유명 카페 메뉴판 음료 항목에 올라온 7000원짜리 ‘M.S.G.R’의 정체다. 가격 정보 외에는 별다른 설명이 적혀 있지 않아 영어에 익숙한 젊은층도 이 메뉴가 대체 무엇인지 알 수 없었는데, 알고 보니 미숫가루 네 글자의 영어 자음이었던 것. 이 카페는 ‘M.S.G.R’ 외에도 ‘Americano’(아메리카노), ‘Latte’(라떼), ‘Cappucino’(카푸치노) 등 모든 메뉴를 영어로만 표시해 뒀다.

    문제의 메뉴판을 접한 네티즌들은 “영어를 잘 모르는 중장년층, 노년층이나 어린아이들은 주문도 못 하겠다. 적어도 한글 설명을 같이 써줘야 하는 것 아니냐”, “간판이나 메뉴판은 죽어도 영어로 쓰면서, ‘1인 1음료 주문 필수’ 등 점포 매출과 직결된 문구는 아득바득 한글로 써놓으니 더 꼴 보기 싫다”는 등의 지적을 쏟아내고 있다.

    [땅집고] 서울의 한 유명 카페 메뉴판에 미숫가루가 'MSGR'라고 적혀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소비자들 기분을 떠나, 현행법상 외국어로만 제작한 간판을 달아둔 자영업자라면 위법 논란에 휘말릴 수 있다. 옥외광고물 등 관리법 시행령 제12조 2항이 ‘광고물의 문자는 원칙적으로 한글 맞춤법, 국어의 로마자 표기법 및 외래어 표기법 등에 맞춰 한글로 표시해야 하며, 외국 문자로 표기할 경우에는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한글과 병기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법원은 2004년 사옥 등 건물에 로마자(영어)로만 상호를 표시한 대기업이 옥외광고물법을 위반했다는 판결을 한 적 있다. 당시 판결문에 따르면 한국통신과 국민은행은 기업이미지 통합(CI) 사업을 하면서, 영업점 간판과 TV광고 등에 각각 한글 이름 대신 영문 로고로 ‘KT’, ‘KB*b’라고 기재했다. 이에 재판부가 “한 나라의 언어나 글자는 사회공동체가 계속 사용하지 않으면 결국 소멸할 수밖에 없다. 적어도 광고물 전체로 봤을 때 한글기재부분과 외국문자 부분이 비슷한 정도로 인식될 수 있어야 한다”며 위법이라고 판시했다.

    [땅집고] 영어 표기로만 회사명을 표기한 KB국민은행(위)와 KT 점포 모습. /연합뉴스, 온라인 커뮤니티

    그런데 일각에선 법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옥외광고물 시행령 제5조에 따르면 간판이 ‘면적이 5㎡ 이상이면서 4층 이상에 설치될 경우’에만 해당 법을 적용받기 때문이다. 한글 즉 병기 의무가 있는 대상이 그만큼 한정적이며, 자영업자들이 외국어 간판을 남발하더라도 실질적으로 규제하거나 처벌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더군다나 애초에 점포가 상호를 외국어로 등록한 경우라면 ‘특별한 사유’로 인정받아 규제에서 벗어날 수 있기도 하다.

    한편 가게 안에 설치한 메뉴판은 옥외광고물법을 적용받지 않기 때문에, 외국어로만 적어둔다고 해서 제재할 방법이 없다. 옥외광고물법에서 규정하는 옥외광고물은 ‘공중에게 항상 또는 일정 기간 계속 노출돼 공중이 자유로이 통행하는 장소에서 볼 수 있는 것’, 즉 간판·디지털광고물·입간판·현수막·벽보·전단 등에 그치기 때문이다. 식당이나 카페를 이용하는 사람들만 볼 수 있는 메뉴판은 옥외광고물에 해당하지 않아, 앞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됐던 카페처럼 미숫가루를 ‘MSGR’로 적어둔다고 해서 제재할 방법은 없는 셈이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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