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3.07.02 09:29
[땅집고] “와인을 잘 몰라도 판매점을 방문해 모르는 것은 적극적으로 물어보세요. 어떤 목적으로 와인을 구입하려고 하는지 구체적으로 밝히고 조언을 얻는 것이 와인을 제대로 즐길 수 있는 방법 중 하나입니다.”
국내 와인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지만 와인은 여전히 어려운 술이다. 사람과 자리, 분위기에 따라 어울리는 와인이 따로 있을 것 같고, 격(格)에 맞는 음식까지 신경 써야 할 게 한 두가지가 아니다. 시간을 들여서 와인 공부를 해야 하는 건 아닐까 고민한 적도 분명 있을법 하다.
박수진 WSA 와인아카데미 원장에게 와인 초보자가 와인을 즐길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묻자 돌아온 답은 의외로 간단했다. 박 원장은 국제 와인전문가 과정인 WSET 최고 인증서인 디플로마를 땄고, 국내 유일의 남프랑스 마스터 레벨 자격증 소유자다.
땅집고가 박 원장을 만나 타입별 와인 구분법, 상황별 와인 에티켓, 좋은 와인 고르는 법 등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와인 품종별 맛 차이와 어울리는 음식은 어떻게 다른가.
“레드 와인의 대표적인 품종 두 가지를 꼽아보면 ‘까베르네 소비뇽’과 ‘피노누아’가 있다. 까베르네 소비뇽은 탄닌(떫은 맛)이 강하고 묵직한 느낌이다. 주로 프랑스 보르도, 미국 나파밸리에서 생산한다. 알코올 도수가 높아 육류 요리와 잘 어울린다. 소주나 위스키, 하드리쿼 등 알싸하고 도수가 높은 주류를 선호하는 이들이 좋아할 만한 맛이다.
피노누아는 탄닌이 약하며 산도가 높고 새콤한 풍미를 내는 가벼운 와인이다. 딸기, 크랜베리 같은 과일 향이 섬세하게 나는 맛이라 먹었을 때 무거운 느낌을 주는 육류와 페어링(특정 와인과 가장 잘 어울리는 음식을 함께 즐기는 것)할 경우 와인 향을 온전히 느낄 수 없어 적절하지 않다. 이를테면 소고기 스테이크다. 상대적으로 가벼운 가금류 중에서도 붉은색 오리고기와 페어링하기 적절하다. 피노누아를 오래 숙성하면 흙냄새나 버섯향이 나기 때문에 버섯이 많이 들어간 리조또도 어울린다.
한국에 유통하는 화이트와인은 ‘샤르도네’와 ‘소비뇨블랑’이 대표적이다. 국내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샤르도네는 주로 오크통에서 숙성하며 부드럽고 달콤한 바닐라향이 난다. 그래서 크림소스가 들어간 음식과 잘 어울린다. 소비뇨 블랑은 산도가 높고 레몬, 라임 같은 톡쏘는 상큼한 풍미를 지녔다. 그래서 더운 날 청량한 기분을 느끼고 싶을 때 마시기 적절하다. 신선한 야채와 잘 어울리는데, 루꼴라가 올라간 피자가 페어링하기 좋다.”
―와인을 잘 모르는데 와인을 사야 한다면 어떤 기준으로 골라야 할까.
“내가 어떤 와인을 살지 잘 모르겠다면 와인 매니저가 있는 백화점이나 와인 전문숍에 들러 와인을 사는 것을 권한다. 내가 모른다는 사실을 티 내는 것을 부끄러워하거나 약점 잡힌다고 생각해 말하지 않는 고객이 많다. 차라리 지금 어떤 상황인지 자세히 설명하고 적극적으로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좋다.
함께 먹는 메인 요리가 무엇인지, 어떤 사람과 함께 하는지, 와인을 마시는 목적을 말하면 매니저는 한결 추천하기 쉬워진다. 이를테면 “오늘 저녁 중요한 분과 드라이에이징 스테이크를 먹는다”거나 “오늘 친구들과 가볍게 파스타, 피자에 와인 한잔 할 것”이라고 말하면 그에 적합한 맛과 가격대의 와인을 골라줄 것이다.
만약 당신이 결혼 10주년 기념일처럼 중요한 날 마시기 위해 몇 년 전 혹은 몇 달 전에 와인을 사야 한다면 숙성했을 때 더 맛있는 와인을 추천해 줄 것이다. 특정한 모임을 위해 와인을 준비한다면 호불호가 갈리지 않고 도수가 낮아 마시기 편안한 스파클링 와인이 잘 어울린다.”
―와인마다 어울리는 잔이 따로 있나.
“레드와인은 보통 공기 접촉면이 넓은 커다란 잔으로 마신다. 레드와인에서 나는 떫은맛은 공기와 접촉했을 때 부드러워지기 때문이다. 화이트와인은 향을 집중할 수 있도록 위쪽이 좁아지는 와인잔에 마시고 탄산이 강한 스파클링와인은 탄산을 오래 유지할 수 있는 좁고 긴 잔(플루트)에 마신다.
다만 요즘은 취향이 다양해지면서 이런 공식이 깨지고 있다. 스파클링 와인도 탄산보다 맛과 향을 느끼고 싶어하는 소비자가 늘자, 길고 좁은 잔보다 향을 온전히 느낄수 있는 둥그런 와인잔에 마시는 경우가 많아졌다.
와인 소비자 취향이 정교해지다보니 글라스 업체도 와인잔을 다양하게 만들기 시작했다. 과거에는 화이트, 레드, 스파클링 종류에 따른 와인잔만 있었다면 최근에는 아예 포도 품종에 따라 다른 종류의 잔에 따라 먹을 수 있도록 와인잔도 세분화해서 출시하고 있다.”
―와인을 오랫동안 보관하는 방법은
“와인 셀러에 보관하는 것이 가장 좋다. 와인 셀러는 가격이 천차만별인데 진동량이 적은지, 많은지에 따라 달라진다. 진동을 많이 하지 않는 와인셀러일수록 가격이 비싸다.
와인 셀러가 없다면 스티로폼 박스에 넣고 눕혀서 햇볕이 들지 않는 서늘한 곳, 온도변화가 크게 없는 곳에 보관하면 된다. 다만 냉장고는 권하지 않는다. 냉장고 안에 있는 음식이 와인 속으로 침투할 수 있고 냉장고에서 나오는 진동이 강해서 와인의 풍미가 깨질 수 있다.
와인은 병마개를 여는 순간 산화를 시작하면서 맛이 변한다. 진공 마개로 공기를 빼 보관하더라도 하루 정도 더 비슷한 맛으로 먹을 수 있어 오픈하고 최대한 빨리 마시는 것이 좋다. 남은 와인은 마시기 어렵다면 화이트와인의 경우 해산물에, 레드와인은 육류를 연육할 때 쓰는 것도 방법이다.” /전현희 땅집고 기자 imh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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