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3.07.02 08:58
[글로 보는 땅집고 '상권 긴급점검']
"유령도 안 찾는다"…시작부터 잘못된 영종도 '에어조이'의 몰락
[땅집고] 지난 27일 인천 영종도의 한 건물. 지상 1층부터 9층까지 건물 전체가 텅텅 비어 있다. 에스컬레이터는 아예 작동이 안 돼 멈춰 선 지 오래다. 모든 층 상가가 공실이고 9층 전망대는 폐허다. 9층짜리 대형 건물이 이 정도로 텅 비어있는 건 철거를 앞둔 건물을 제외하고는 좀처럼 보기 드문 사례다.
이 건물은 인천국제공항 국제업무지구에 있는 대형 쇼핑몰 ‘에어조이’다. 지하 3층~지상 9층 규모로 2005년 완공했다. 연면적만 1만9000평(4만9812㎡)에 달한다. 땅은 인천공항공사 소유로, 쇼핑몰을 짓는데 809억원을 들였다. 점포 수는 총 518개다. 국제업무지구에는 파라다이스시티와 그랜드 하얏트 호텔 등이 있다.
분양 당시엔 하루 27만명 유동인구를 독점하는 최대 규모 상가로 홍보했지만 이제는 유령 건물로 전락했다. 개장 당시에도 지하 1층 이마트, 지상 6층 푸드코트가 각각 문을 열었지만 손님이 없어 상권 형성에 실패했다. 그나마 자리를 지키던 이마트와 1층 약국도 떠났다. 그러면서 건물 전체가 몇 년간 텅텅 비었다. 지하 1층엔 이마트 흔적만 남아 있는데 최근 영화, 드라마, 뮤직비디오 촬영장으로 이용하고 있다.
결국 에어조이는 법원 경매로 넘어갔다. 2016년 1월 감정가 500억원에 인천지법에서 첫 경매가 열렸지만 유찰됐다. 이후에도 다섯차례 유찰된 끝에 2019년 8차 경매에서 한 법인이 51억100만원에 낙찰받았다.
그러나 건물이 경매로 넘어가면서 평당 500만~600만원에 분양받은 투자자 수백명은 큰 손해를 봤다. 건물 시공사인 SK건설도 공사비를 받지 못했다. 토지 소유주인 인천국제공항공사도 토지 사용료와 각종 시설사용료 등 200억원 이상을 받지 못했다. 미수금은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국제공항공사 관계자는 "경낙자(경매낙찰자)가 결정되고 나서 수차례 실시협약을 맺자고 요청했는데 (경낙자가) 실시협약을 안 맺고 있다"며 "토지사용료도 내야 하고 전기나 수도요금도 내야 하는데 제대로 내지 않아서 부당이득반환청구를 진행 중"이라고 했다.
국제업무지구 토지는 개인 소유가 아닌 국가 땅이다. 20년에서 최대 50년간 사용하고 국가에 건물을 기부채납해야 한다. 에어조이 쇼핑몰 역시 25년 임대기간이 끝나는 2030년이 되면 인천공항공사에 건물을 기부채납해야 한다. 7년 정도 남았다. 경매가 수차례 유찰됐던 이유 역시 임대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반해, 건물을 리모델링하는 비용만 수백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에어조이 쇼핑몰은 입지 선택부터 잘못했다고 지적한다. 공항 인근이 아닌 영종하늘도시와 같은 배후 인구가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곳에 들어섰다면 지금처럼 흉물로 전락하지는 않았을 것으로 분석한다. 실제로 영종하늘도시 일대 주민들은 쇼핑센터나 영화관 등 인프라 시설이 부족해 인천 도심으로 가야 하는 등 불편함이 크다. 영종도 입주민 김경민 씨는 "영종도에는 대형 마트나 백화점이 없어서 다들 송도로 간다"며 "에어조이는 애초에 입지 선정부터 잘못됐다"고 했다.
에어조이는 수도권 신공항 건설 촉진법에 근거한 민간투자유치 사업으로 국토부와 공항공사 관리, 감독을 받고 있어 신뢰성과 안정성을 보장받는 사업이라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그러나 에어조이 쇼핑몰 현재 가치는 사실상 제로에 가깝다. 에어조이 쇼핑몰은 토지를 기반으로 하지 않은 부동산 개발의 대표적인 실패 사례로 꼽힌다. 상권 개발에 성공할 수 없는 입지에다 토지소유권 없는 상권은 성공할 수 없다는 선례만 남겼다. /박기홍 땅집고 기자 hongg@chosun.com
※땅집고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상권 긴급점검' 영상을 바탕으로 재작성 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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