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3.06.30 07:43 | 수정 : 2023.06.30 08:34
원희룡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칼 빼 들었다
'벌떼입찰' 지적된 5곳 중 4곳 호남 기반 건설사
호남권 건설사의 '전국구 성공 신화' 이제 끝?
[땅집고] 문재인 정권 때 급속도로 몸집을 키웠던 건설사들이 윤석열 정부 들어서며 맥을 못 추고 있다. 그 시발점은 정부가 위장 계열사 등을 동원해 공공택지를 공급받는 건설사들의 이른바 ‘벌떼입찰’에 대한 전수조사에 나서면서다.
첫 타깃으로 호반건설이 과징금 폭탄을 받은 이후, 호반건설과 함께 공공택지 물량을 싹쓸이한 우미건설ㆍ중흥건설ㆍ제일건설 등 호남 기반 건설사들도 덩달아 초긴장 모드에 들어갔다. 업계에서는 벌떼입찰이 막히게 되면서 앞으로 중견 지방 건설사의 신분 상승 신화는 이제 끝났다고 보고 있다.
28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벌떼입찰 근절에 대해 강력한 의지를 드러내면서 정부 역시 기민한 대응에 나서고 있다. 최근 국토부는 2013년부터 지난 10년간의 공공택지 당첨업체까지 모두 조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토부가 현재 진행 중인 최근 3년간 벌떼입찰 의심 건에서 조사범위를 더 확대하는 것이다..
■첫 과녁은 호반건설…다음 타깃은?
정부는 첫 타깃으로 호반건설에 과징금 폭탄을 내렸다. 벌떼입찰로 따낸 일감을 김상열 호반건설 회장의 장남과 차남이 최대 주주인 이른바 ‘아들 회사’에 부당하게 일감을 몰아주었다고 판단한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16일 호반건설에 과징금 608억원을 부과했다. 이는 부당내부거래에 대한 과징금으로는 삼성웰스토리(2349억원), SPC그룹(647억원)에 이어 역대 세 번째로 큰 금액이다.
호반건설에 대한 과징금 부과 결정이 내려진 다음날 원 장관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정말 화가 난다. 호반건설의 두 아들이 운영하는 회사들은 분양 이익만 1조 3000억원 이상을 벌었다”며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며 벌떼입찰 뿌리를 뽑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다음 타깃으로는 중흥건설, 우미건설, 제일건설, 대방건설 등이 꼽힌다. 지난해 8월 강민국 국민의힘 국회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21년까지 호반건설을 포함한 이 5개 건설사가 벌떼 입찰로 공공택지 178필지 중 67필지(37%)를 낙찰받았기 때문.
이 중 호반건설이 18필지로 가장 많았고 그다음으로 우미건설(17필지), 대방건설(14필지), 중흥건설(11필지), 제일건설(7필지)이 뒤를 이었다. 5개 건설사가 거느린 계열사 수만 ▲중흥 47개 ▲대방 43개 ▲우미 41개 ▲호반 36개 ▲제일 19개로 총 186개에 달했다. 이는 최근 3년간 한국토지주택공사(LH) 공공택지 당첨업체 101개사보다 많은 숫자다.
■벌떼입찰 건설사 5곳 중 4곳이 호남권
정부가 벌떼입찰 관련 건설사로 꼽은 5곳 중 호반건설ㆍ중흥건설ㆍ우미건설ㆍ제일건설 등 4곳은 호남에 기반을 둔 기업이다. 이들은 공공택지사업으로 사업을 확장해 주택사업으로 기반을 마련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대형사들이 눈여겨보지 않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공공택지를 낮은 가격에 대량 매입한 뒤 아파트를 분양해 파는 방식으로 엄청난 수익을 남겼다. 문재인 정권 당시 부동산 활황기로 지방 중견 건설사에서 전국구 수준으로 덩치가 커졌다는 점도 공통점이다.
맏형격인 호반건설은 1989년 설립한 뒤 30년 동안 성장세를 이어왔다. 시공능력평가순위는 2014년 15위에서 2018년 18위로 떨어졌다가 2020년 12위, 지난해 11위로 올라섰다. 특히 인수합병으로 서울신문 등 언론사와 대한전선 등 42개 계열사를 거느리는 대기업 수준으로 성장했다.
중흥건설은 2010년만 해도 시공능력평가 순위 100위 밖인 중소 건설사였으나, 2021년12월 대형 건설사인 대우건설(6위)을 인수하면서 지난해 18위까지 빠르게 성장했다. 우미 역시 60위에서 29위로 상승했다. 제일건설의 시공능력평가는 2015년 83위에서 2018년 31위, 지난해 20위로 치고올라왔다.
업계에서는 공공택지 벌떼입찰이 막히면서 지방 중견 건설사들이 전국구로 성장하는 ‘신화’는 사실상 끝났다고 보고 있다. 오히려 “한 명이 청약통장 30개를 써서 아파트 분양 받은 것처럼 말이 안 됐었다”며 벌떼입찰 근절을 환영한다는 반응이 나온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대형사들은 정부나 국민 눈치 보기에 절대 못 하는 행태를 지방 중견 건설사들은 해왔던 것”이라면서 “당연히 바로 잡아야 하는 문제였고, 시장 질서가 다시 바로잡힐 것”이라고 말했다. /박기람 땅집고 기자 pkra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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