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3.06.29 17:01 | 수정 : 2023.06.29 17:05
[땅집고] 지난 26일 서울 동작구 흑석동 ‘흑석자이’ 2가구 줍줍(무순위 청약)에 93만명이 청약 신청했다. 평균 경쟁률이 46만7364대1로 역대 무순위 청약 경쟁률 중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지난 하반기 서울 평균 청약경쟁률이 5.8대1이었던 점과 비교하면 이례적인 숫자다. ‘흑석자이’는 흑석뉴타운 3구역을 재개발한 아파트로 지하 5층~지상 최고 20층, 26개동, 총 1772가구 규모다.
이날 공급된 2가구는 각각 ▲ 59㎡(이하 전용면적) 1가구 6억4650만원 ▲84㎡ 1가구 9억6790만원이다. 최초 분양 시점인 2020년 수준으로 분양가가 책정돼 시세보다 5억원 정도 차익이 예상됐다.
이날 공급된 2가구는 각각 ▲ 59㎡(이하 전용면적) 1가구 6억4650만원 ▲84㎡ 1가구 9억6790만원이다. 최초 분양 시점인 2020년 수준으로 분양가가 책정돼 시세보다 5억원 정도 차익이 예상됐다.
같은 날 오전 한국부동산원 청약홈 홈페이지는 청약 신청자가 한꺼번에 몰리면서 서버가 다운되기도 했다. 아침부터 부동산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와 오픈 채팅창에서는 ‘흑석 자이’ 무순위 청약 관련 게시글이 도배되며 청약 호황기를 방불케 했다.
평소에 부동산이나 주택 투자에 관심이 없던 사람들까지 적극적으로 신청에 나섰다는 후기가 전해졌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얼마 전까지 무자본 갭투자를 욕하던 회사 형이 흑석자이 갭투자에 도전했다”, “집값 폭락론자였던 남편으로부터 갑자기 ‘흑석자이’에 넣었다는 문자가 쓱 날라왔다, 위선자다”, “부동산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시는 부모님까지 청약하셨다고 한다”고 했다. 자금 마련 대책이 없이 ‘묻지마 청약’을 한 사례가 대다수여서 “장기를 다 팔아야 할 판”이란 우스갯소리도 전해진다.
■ 저렴한 분양가에 우르르…“당첨되면 어쩌지?” 행복회로 풀가동
최근 청약 시장은 불황기였던 지난해와는 확연히 다른 분위기다. 인기 단지의 경우 청약자가 수만명 몰리면서 세자릿수 경쟁률을 보이고 있다. 1월부터 5월까지 서울 1순위 청약 경쟁률은 평균 49.8대 1로 지난해 하반기 5.8대 1 대비 무려 9배 가까이 증가했다.
특히 전문가들은 3.3㎡(1평)당 분양가가 1500만원 안팎, 84㎡ 기준 분양가가 5억~6억원대인 아파트는 수만명 청약자가 몰리는 등 과열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평가했다. 주변 단지보다 저렴하거나, 분양가가 6억원대 이하인 수도권 아파트들은 청약 흥행 보증수표란 설명이다.
이달 초 GS건설이 경기 파주시에 짓는 ‘운정자이 시그니처’에 4만1802명이 몰려 64대1의 평균 경쟁률을 기록했다. 올해 경기도 내 최고 청약 성적이다. 이 단지는 국민주택형 84㎡ 분양가가 최소 4억2000만원대부터 최고 5억원대로 인근 아파트 시세보다 1억원 정도 저렴했다.
지난 27일 호반건설이 인천 검단신도시에 공급한 ‘호반써밋 인천검단 AB19블록’이 1순위 청약에서도 일반공급 229가구 모집에 7980명 접수해 평균경쟁률 34.85대 1을 기록했다. 이 단지는 84㎡ 분양가가 4억9000만원으로 인근 아파트보다 싸다.
59㎡ 기준 분양가가 8억원대지만, 주변 시세보다는 4억원쯤 저렴하고 한강변 입지를 갖춘 공공주택(뉴홈) 동작구 수방사(수도방위사령부) 부지 청약에는 255가구 공급에 7만2000명이 신청해 평균 경쟁률 283대 1이 나왔다.
이와 함께 정부의 규제 완화도 청약 열기가 거세지는 데 한 몫했다. 최근 수도권 민간 청약은 거주지역에 대한 규제가 완화하면서 해당 지역에 1년 이상 거주한 주민뿐만 아니라 서울, 경기·인천 청약자도 1순위로 지원할 수 있다. 무순위 청약도 부적격 당첨자 발생에 따라 나온 계약취소 물량이 아닌 경우는 청약 통장과 주택 보유 여부, 거주지역과 무관하게 전국 19세 이상 성인 누구나 신청할 수 있다.
■ “서울, 시세보다 싸면 무조건 청약 흥행…지역은 묻지마 청약 안돼”
반면 분양가가 시세보다 비싼 단지는 서울에서도 미달한 사례가 대다수다. 지난해 분양한 강북구 ‘칸타빌 수유팰리스’는 216가구 중 123가구가 1년 넘게 미분양 상태다. 분양 초기 78㎡ 주택형이 최고 11억4800만원에 달해 고분양가 논란을 빚었다. 지난 4월 분양한 ‘엘리프미아역2단지’는 일부 주택형 8가구가 순위 내 주인을 찾지 못해 무순위 청약으로 넘어갔다. 이 단지 역시 84㎡ 분양가가 11억4000만원에 달해 인근 시세보다도 비쌌다.
박지민 월용청약연구소 대표는 “지난해와 올해와 비교할 때 분양가 규제를 받았던 2020년도쯤 서울에 공급된 아파트가 많았는데, 이런 단지에서 잔여 물량이 나오는 경우 ‘흑석 자이’와 같은 청약 광풍 현상이 되풀이될 수 있다”며 “그만큼 서울에 알짜 단지 공급이 적었단 이야기”라고 했다.
이월무 미드미디앤씨 대표는 “서울은 만성적인 공급 부족 상태여서 시세보다 저렴하거나 비슷하면 무조건 청약은 흥행한다고 봐야 한다, 미분양 주택도 대부분은 도시형생활주택 등 일반적으로 선호하는 아파트가 아니다”라며 “다만 규제 완화로 청약자 수가 실제 수요보다 더 많아 보이는 측면도 있고 비서울 지역은 단지별 편차가 크기 때문에 함부로 묻지마 청약에 나서선 안 된다”고 했다. /김리영 땅집고 기자 rykimhp2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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