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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세 4500억 들인 인천공항 자기부상열차, 결국 관광용 열차로 '좌천'

    입력 : 2023.06.29 16:49

    하루 약 7만명 이용할 거라더니…일평균 승객 273명
    내년 7월까지 운행 멈춘 자기부상열차, 결국 대중교통서 퇴출

    [땅집고] 궤도시설로 전환을 앞둔 인천공항 자기부상열차. /인천국제공항공사

    [땅집고] 수출을 목표로 4500억원을 쏟아부은 인천공항 자기부상열차가 지역 관광열차로 전락할 신세에 놓였다. 연간 100억원에 달하는 적자가 쌓이는 데다 이용 수요가 급감하면서 대중교통의 기능을 유지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2016년 정식 개통한 인천공항 자기부상열차는 인천국제공항역(인천공항1터미널)에서 4개 역을 거쳐 용유역까지 총 6.1㎞ 구간을 연결하는 무료 도시철도다. 2006년 한국형 자기부상열차 실용화 사업이 확정되면서 개발이 본격화됐고, 이듬해 대구·대전·광주 등을 제치고 인천공항 인근이 시범 노선 건설지로 최종 선정됐다.

    [땅집고] 인천공항 자기부상열차 노선도. /인천국제공항공사

    ■수요 예측 실패…‘일 6만8000명’이라더니 실제는 ‘273명’

    자기부상열차 사업 비용으로는 차량개발비와 건설비를 포함해 약 4500억원이 투입됐다. 정부가 3500여억원, 인천공항과 인천시가 각각 790억원과 190억원을 부담했다. 당시 정부는 한국형 자기부상열차를 개발하면 국내외 경전철 시장 진출 등을 통해 3조 3000억원이 넘는 경제적 파급 효과가 기대된다는 장밋빛 청사진을 내놨었다. 인천공항 자기부상열차가 도시철도로 지정돼 운영한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하지만 해외로 기술 수출은 고사하고 국내에서조차도 외면받았다. 2014년 대전시가 도시철도 2호선을 자기부상철도 방식으로 건설하려 했으나, 도시 경관을 해치고 비싼 건설비용 등을 이유로 노면 트램 방식으로 선회했다. 1㎞당 사업비는 자기부상철도의 경우 500억~600억원, 트램은 200억~250억원 수준으로 트램이 30% 정도 저렴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술 수출뿐 아니라 이용자 수요 예측도 실패했다. 개통하고 2년이 지난 2018년 인천국제공항공사와 인천시는 일평균 6만8092명의 승객이 이용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2022년 기준으로 일평균 승객은 273명에 그쳤다. 코로나 팬데믹이라는 예상 밖의 악재가 있긴 했지만 기존 예측치의 0.004%에 불과한 수준이다.
    [땅집고] 인천공항 자기부상열차 개발 계획. /인천국제공항공사

    ■ 4500억짜리 관광열차로 강등…철거는 피할 듯

    업계에서는 입지 선정부터 잘못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자기부상철도 개발 취지 중 하나는 기술을 해외로 수출하는 것이었는데, 도심이 아닌 영종도 일대에서는 유동인구가 많지 않아 도시에 도입할 자기부상철도의 효과나 문제점을 실증할 수가 없었다. 국내 지방자치단체들마저 사업 추진을 철회한 마당에 해외에서 신뢰를 얻기에는 역부족이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노선 주변 지역이 주거시설이 밀집해 있는 영종하늘도시 인근이 아니라 개발사업지로 예정된 외곽지역에 쏠려 있다 보니 경제적 타당성을 입증할 수요 확보에도 실패했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초 해당 노선에 대한 타당성 검토를 진행한 결과 비용 대비 편익 B/C가 0.11로 집계됐다. B/C가 1이 넘어야 경제성이 있다는 의미인데, 이를 감안했을 때 턱없이 낮은 수치다.

    상황이 악화하자 시설을 확충해 인천 영종도 전체를 순환하려던 ‘2단계’ 개발 계획도 백지화됐다. 영종도에 계획된 대형 개발 사업이 줄줄이 좌초하면서다. 밀라노디자인시티, 에잇시티 등 영종·용유지역에 계획된 대형 개발사업은 현재 대부분 무산됐다. 특히 자기부상철도 노선 중 워터파크역은 국제수상레저단지 개발을 염두에 두고 지은 역명인데, 개발사업이 무산되고 공터로 남으면서 ‘워터파크 없는 워터파크역’이라는 조롱을 받기도 했다.

    쓸모를 잃은 자기부상열차는 대중교통에서 궤도시설, 즉 도시철도에서 관광열차로 신분이 추락했다. 현재 인천에서 운행하는 또 다른 관광열차로는 2019년 개통한 도심형 관광 모노레일인 ‘월미바다열차’가 있다. 월미바다열차 개통에 투입된 사업비는 853억원이다. 자기부상열차에 5배 넘는 사업비가 들었지만 결국 같은 구실을 하게 된 셈이다.

    자기부상열차는 내년 7월까지 운행 중단이 예고된 상태다. 앞으로의 자기부상열차 운영 계획에 대해 인천국제공항공사 관계자는 “관광 목적의 궤도시설로 전환하게 되면 운영 유지 비용을 상당히 줄일 수 있어 철거를 논의하는 상황은 아니다”면서 “필요한 행정절차를 마치면 관광을 목적으로 하는 궤도시설로 전환된다. 노선과 역명 모두 그대로 유지할 예정으로 운행 재개는 내년 하반기 내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배민주 땅집고 기자 mjba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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