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3.06.29 07:41 | 수정 : 2023.06.29 18:12
고향 주민에게 최대 9020만원 입금…증여세 10% 미리 공제
이번 증여로 상속세 700억 절감 효과까지
[땅집고]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이 고향 전남 순천 운평리 마을 주민과 초중고 동창들에게 최대 1억원에 달하는 현금을 지급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왜 기부 형식이 아닌 직접 현금으로 전달했는지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세무 전문가들은 이 회장이 자선단체나 사회복지법인 등을 통한 기부 형식을 취하지 않은 것은 현금을 받는 이들의 입장을 최대한 배려했기 때문이라고 봤다. 박지연 세무회계여솔 세무사는 “아무래도 기부 형식으로 지급하면 중간에 각종 비용 등이 빠져나가 개인에게 혜택이 오롯이 돌아가기 어렵다”면서 “이 회장처럼 증여세까지 아예 공제한 후 주는 게 받는 사람 입장에서는 최고의 증여”라고 했다.
이 회장으로부터 현금을 받은 수증자들은 증여세를 미리 공제한 금액을 지급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부영에 따르면 이 회장은 지난달 말부터 이달 초까지 운평리 6개 마을, 280여 가구 주민에게 세금을 공제하고 2600만원에서 최대 9020만원까지 개인 통장으로 입금했다.
현행 증여세율에 따르면 과세표준 1억원 이하는 10% 세율을 적용한다. 이를 적용하면 1억원에 대해 증여세 1000만원이 나온다. 여기에 신고세액공제 3%를 적용한 30만원을 공제하면 증여세는 총 970만원이 된다. 1억원에서 증여세액 970만원을 공제한 9030만원에 증여세 신고·납부를 위한 세무 대리 수수료(10만원)를 추가 공제하면 9020만원이 된다.
증여세는 타인으로부터 무상으로 재산을 증여받은 경우 수증자가 내야 한다. 이 회장이 현금을 지급한 대상은 이 회장의 동창생과 지인으로, 직계 가족이 아닌 타인이어서 별도 공제 없이 과세표준에 따라 세금을 신고하고 납부하면 된다. 하지만 이 회장이 직접 세금을 공제하고 입금했기에 수증자는 별도 신고나 납부가 필요 없다.
이 회장은 이번 현금 증여로 향후 가족이 상속받는 과정에서 절세 효과도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박 세무사는 “만약 이 회장이 직계 가족에게만 증여나 상속했다면 사실상 재산 절반을 세금으로 내야 한다”면서 “여럿에게 1억원을 한도로 주면 증여세 최저세율 10%만 적용해 나눠줄 수 있고, 현금을 받은 수증자들이 비상속인이라서 증여 후 5년만 지나면 이 회장 상속 재산에 사전증여 합산도 안 된다”고 했다. 현행 상속세율은 과세표준 30억원을 초과하는 경우 50%를 적용한다. 이 회장의 증여액이 1400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이론적으로는 향후 이 회장 가족의 상속세 부담이 700억원 정도 줄어드는 셈이다.
부영그룹 관계자는 “이 회장은 살아오면서 인연이 됐던 분들에게 예의를 갖추고 싶다는 말씀을 하셨다”면서 “남몰래 진행하려고 하셨지만, 의도치 않게 알려진 것 같다”고 했다. /배민주 땅집고 기자 mjba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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