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3.06.28 08:08
[땅집고] 2021년 초 A씨는 수도권에 시세 15억원에 육박하는 30평대 새 아파트를 장만했다. 전세금 10억원을 끼고 남은 금액 일부는 신용대출을 받았다. A씨가 집을 구매한 지 몇 달 뒤 같은 주택형은 신고가를 계속 경신했다. A씨는 차차 빚을 갚아나가면 집을 처분할 때 쯤 적어도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반환하는 데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여겼다.
하지만 지난해 말부터 전세금과 매매가격이 동시에 하락해 현재 A씨 주택 전세 시세는 5억~6억원대, 매매가격은 9억5000만원까지 떨어졌다. 하반기 계약 만기를 앞두고 A씨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더 높은 가격대에 들어오겠다는 세입자는 구해지지 않았고, 집도 팔리지 않았다. A씨는 이미 신용대출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한도가 꽉 차 추가 대출도 어려운 상황이다.
하지만 지난해 말부터 전세금과 매매가격이 동시에 하락해 현재 A씨 주택 전세 시세는 5억~6억원대, 매매가격은 9억5000만원까지 떨어졌다. 하반기 계약 만기를 앞두고 A씨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더 높은 가격대에 들어오겠다는 세입자는 구해지지 않았고, 집도 팔리지 않았다. A씨는 이미 신용대출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한도가 꽉 차 추가 대출도 어려운 상황이다.
정부는 이르면 7월부터 A씨처럼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돌려주기 어려운 임대인을 대상으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완화해 주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지난 2년간 집값이 급락하면서 하반기부터 대규모 전세보증금 미반환 사태에 대한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지난 8일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임대인 DSR 완화는 전세금 반환 목적에 한해, 시세가 하락한 차액만큼만 대출이 가능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DSR은 차주의 소득 대비 전체 금융부채의 원리금 상환액 비율을 말한다. 현행 법상 40%로 제한됐는데, 예컨대 연봉이 5000만원인 직장인은 다른 빚이 없으면 최대 3억2000만원(금리 4.5%, 30년 상환 기준)까지만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DSR 한도가 완화되면 대출 한도가 늘어 자금 마련 숨통이 트인다.
다만 정부는 갭투자(gap·전세를 낀 주택 구입)를 했거나, 전세보증금을 다른 용도로 쓴 집주인에게 지나친 혜택이 가지 않도록 기간을 특정하는 등 제한을 둔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제도가 본격 발표되기 전부터 정책 사각지대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기존에 선순위 세입자가 있는 상황에선 은행이 새로 대출을 내주기 어렵고, 주택담보대출비율(LTV) 규제 장벽도 높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로 거론된다. 급한 불은 끄더라도 신규 세입자에 대한 2차 피해로 번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 지난 2년간 체결한 전세, 하락한 차액만큼만 ‘족집게 완화’로 가닥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돌려주기 어려운 ‘역전세난’이 하반기부터 본격화할 전망이다. 최근 한국은행에 따르면 전세금이 지난 3월 수준을 유지할 경우 올해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돌려줘야 할 보증금 차액은 24조2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다. 보증금 반환에 어려움을 겪는 가구는 최대 8만8000명으로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임대가구 116만7000가구 중 7.6% 수준으로 집계됐다.
정부는 올해 초 9억원 이하 1주택 임대인의 경우 DSR을 적용하지 않는 특례보금자리론을 통해 하락한 보증금 차액에 대한 대출을 허용했다. 하지만 하반기 역전세난이 더 심화한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추가로 9억원 이상인 1주택 임대인 또는 2주택 이상을 보유한 임대인에게도 DSR 완화 조치가 확대될 전망이다. 다만 무분별하게 돈을 꿔주는 것이 아닌, 집값이 가파르게 올랐던 2021~2022년 사이 거래한 전세계약자에 한해 제도를 시행하는 방안이 비중있게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임대인의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기 위해 따로 세금을 풀어 임대인에게 돈을 지원해주지 않고, 대출 제도를 완화해 금융기관이 최종 대출 심사를 통해 결정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추 부총리는 지난 13일 국회에서 “(차주의) 신용과 담보여력을 활용해서 대출 물꼬를 터주겠다는 것”이라며 “은행이 1차적으로 대출 심사를 하는 것이고, 특혜성으로 (정부가) 세금을 퍼주는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대출 한도가 늘어나면 임대인도 자금을 마련할 숨통이 트이지만, 지나치게 제한적으로 운영하면 보증금 반환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선순위 세입자가 있는 상태에서 담보 물건이 없다시피한 1주택자의 경우 은행이 대출 실행을 꺼릴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된다. 또 임대인의 DSR을 풀어주더라도 주택담보대출비율(LTV)가 남아있으면 전세금 반환이 어려울 수도 있다. 현행법상 10억원 주택에 대한 LTV는 60%인 6억원까지가 한도다. 만약 기존 세입자 보증금이 7억원, 신규 세입자 보증금이 6억원인 경우 대출을 받아도 1억원이 모자란다.
일각에선 역전세난으로 어려움을 겪는 집주인에게 대출을 허용했다가, 다음 세입자에게 더 큰 위험이 전가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이미 다른 자산을 팔아 보증금을 반환해줬거나, 갭투자를 하지 않고 DSR 규제를 온전히 받아 집을 마련한 집주인들간 형평성도 논란거리다.
■ “일단 급한 불은 끄겠지만, 다음 세입자에게 빚 전가 위험 차단해야”
업계에선 정부의 대출 규제 완화책은 근원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보다 급한 불을 끄는 정도에 그칠 것이라고 관측했다. 다음 세입자에게 더 큰 위험이 옮겨붙는 ‘빚 돌려막기’가 되지 않도록 대비책을 세워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2주택자는 역전세난이 벌어진 주택 외에 다른 주택을 처분하는 조건을 달거나, 그 주택을 담보로 DSR 완화 혜택을 받아 대출 실행을 하면 되지만 1주택자는 세입자가 있는 상태에서는 주택담보대출을 실행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한다”며 “대출규제 완화책은 모든 임대인이 아닌, 일부 임대인의 숨통을 틔워주는 선이 될 것”이라고 했다.
송승현 도시와 경제 대표는 “경제 상황이 나아져 전세금이 다시 오르면 상관없지만, 부동산 경기가 침체할 경우 신규 세입자에게는 현재의 미상환 리스크가 더 크게 옮겨붙게 된다, 이러한 부분에 대해 정부가 어떤 책임을 질 수 있는지 불확실하다”며 “당장 다가올 위험에 대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장기적으로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는 점에서 섣부른 개입보다는 원점에 놓고 재검토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본다”고 했다. /김리영 땅집고 기자 rykimhp2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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