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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수 한 그릇이 육개장 한 그릇으로…장례식장으로 옷 갈아입는 예식장

    입력 : 2023.06.27 08:46

    [땅집고] 2003년 부산 부산진구 범천동에 문을 연 결혼식장 '하모니웨딩타운'이 '시민장례식장'으로 바뀌었다. /네이버 거리뷰

    [땅집고] “제가 결혼했던 웨딩홀이 장례식장이 되었더라고요^^;;”

    최근 SNS(소셜미디어)에 한 네티즌이 “내가 결혼식을 올렸던 곳이 장례식장이 되었더라”며 과거 결혼식장이던 건물이 장례식장으로 용도변경한 전후 사진을 올려 화제가 됐다. 해당 건물은 부산시 부산진구 범천동에 있는 지상 8층 ‘하모니웨딩타운’. 2003년 문을 연 이후 범천동 일대 핵심 웨딩홀 역할을 했는데, 사망자가 결혼 인구를 앞서자 ‘시민장례식장’으로 용도를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급속한 고령화로 건물 용도가 덩달아 바뀌고 있다. 출산율 저하로 영유아 수가 줄면서 과거 성업하던 유치원이 ‘노치원’(노인요양시설)이나 ‘개치원’(반려동물 관련시설)으로 바뀌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비슷한 이유로 결혼식장이던 건물이 장례식장으로 바뀌는 사례도 종종 등장하고 있다.

    통계적으로도 결혼식장은 계속 줄고 장례식장은 늘고 있다. 올해 국세청 100대 생활업종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국 예식장은 총 750곳으로 전년보다 33곳(4.2%) 줄었다. 3년 전과 비교하면 140곳(15.7%)이 사라져 감소 폭이 더 크다. 반면 장례식장은 크게 늘었다. 한국장례협회는 2021년 1094곳이었던 장례식장이 지난해 6월 1107곳으로 늘었다는 통계를 내놨다. 2002년(569곳)과 비교하면 2배 증가한 셈이다.

    [땅집고] 현행 건축법상 건축물의 9개 시설군 및 29개 용도군. /이지은 기자

    그렇다면 결혼식장 건물을 장례식장으로 쉽게 바꿀 수 있을까. 구청 등 지자체 측에 용도 변경 허가를 받는 것이 크게 어렵지는 않다는 후기가 대다수다.

    현행 건축법상 건축물은 9개 시설군으로 구분한다. 1군이 가장 상위며, 9군이 가장 하위다. 상위군에서 하위군으로 변경하는 경우 구청 등 관할기관에 단순히 ‘신고’만 하면 된다. 반대로 하위군에서 상위군으로 변경하려면 ‘허가’를 받아야 해 비교적 까다롭다.

    결혼식장 중 예식을 진행하는 웨딩홀은 4군인 ‘문화 및 집회시설군’이다. 뷔페 음식을 먹는 식당은 일반 음식점과 마찬가지로 2종 근린생활시설로 분류해 7군에 속한다. 장례식장은 이 시설보다 더 상위인 2군 ‘산업 등의 시설군’에 속한다. 결혼식장을 장례식장으로 리모델링하고 싶은 건물주라면 구청 등으로부터 허가를 받아야 한다.

    [땅집고] 경북 포항시 해도동에 있던 결혼식장 '모카컨벤션웨딩홀'이 장례식장으로 바뀐다는 소식에 반대 시위를 벌이는 주민들. /온라인 커뮤니티

    다만 이 과정에서 지역 주민 반발이 예상치 못한 걸림돌이 될 수 있다. 통상 결혼식장은 지역 중심이나 교통 요지에 있다 보니, 기존 건물이 장례식장으로 바뀌면 주민이 반발할 여지가 있는 것. 상조업체 프리드라이프는 2016년 경기 오산시 내삼미동에 있던 ‘하야트컨벤션’을 인수해, 오산시 측에 장례식장으로 용도 변경해 달라는 신청서를 냈다. 그런데 이 소식을 들은 주민들이 사업지 인근에 반대 현수막을 내걸며 항의하는 바람에 예상보다 용도변경 시기가 늦어졌다. 현재는 갈등이 일단락돼 ‘쉼낙원 장례식장’으로 건물 용도가 바뀌었다.

    [땅집고] 경북 포항시 해도동 '모카컨벤션웨딩홀'을 장례식장으로 용도변경하는 데 반대하는 현수막이 걸린 모습. /온라인 커뮤니티

    주민 반대에 부딪혀 결국 용도 변경 허가를 못 받은 사례도 있다. 경북 포항시 해도동에 있던 지상 5층 규모 ‘모카컨벤션웨딩홀’이 대표적이다. 이 건물이 장례식장으로 리모델링된다는 말을 들은 해도동 일대 주민들은 ‘장례식장 반대대책위원회’까지 구성하고 포항시, 시의회, 지역구 국회의원 사무실 등에 반대 서명을 전달하고 집회도 이어 나갔다. 주민 반발이 거세지자, 포항시는 용도변경 허가를 내주지 않았다. 건물주가 시를 상대로 소송까지 제기했으나 결국 패소했다. 해당 결혼식장은 폐쇄됐지만, 지금까지도 다른 용도를 찾지 못해 방치돼 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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