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0억 빌딩 현금으로 턱…학부모 피땀눈물로 부동산 재벌 된 일타강사

[땅집고] 정부가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 공교육 과정 밖에서 출제되는 이른바 ‘킬러문항’(초고난도 문항)을 배제하기로 한 데 이어서 ‘사교육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학원에서 문제 풀이 기술을 익혀야만 킬러 문항에 대응할 수 있는 현재의 교육 체계를 바로잡겠다는 취지다.

이에 사교육계 1타 강사들이 공개적으로 불만을 표출하면서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강사들은 “수능 출제 방침이 급변할 경우 수험생들이 피해를 입게 된다”, “반년이 지난 6월에야 출제 경향을 바꾼다고 하면 학생들 마음가짐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이며 정부의 수능 출제 경향 개편에 반기를 들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선 그동안 킬러문항 풀이 비법을 가르치면서 많게는 수백억대 연봉을 벌어온 1타 강사들이 본인들 밥줄이 끊길 것이란 걱정에 정부 반대 여론을 형성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인스타그램 등 SNS(소셜미디어서비스)에 고액 연봉을 자랑하며 초호화 생활을 과시해 온 1타 강사들이 적지 않다. 특히 최고급 주택이나 건물을 여러 채 소유하는 등 1타 강사들의 부동산 투자가 재조명받고 있다.

수학영역 강사인 현우진이 대표적이다. 미국 스탠퍼드대 수학과를 졸업한 뒤 메가스터디 소속으로 활동 중인데, 연봉만 200억원대 이상이며 이 밖에 직접 제작한 교재를 판매해서 올리는 수익도 수백억원대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한민국에서 가장 돈을 많이 버는 88년생’이라는 별명이 붙었으며, 그만큼 재력을 과시하는 데도 거리낌이 없었다.

현우진은 2017년 당시 국내 최고가 아파트인 서울 강남구 청담동 ‘PH129′ 분양권을 250억원에 대출 없이 매입했다. PH129는 옛 엘루이호텔 부지에 지은 고급 아파트로 지하 6층~지상 20층, 1개동, 총27가구 규모다. 2020년 10월 완공했는데 본격 입주를 시작한 2021년부터 올해까지 3년 연속 공시가격 기준 국내에서 가장 비싼 공동주택 자리를 지키고 있다.

2018년에는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있는 빌딩을 320억원 전액 ‘현금’으로 사들여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투스 소속 수학강사 정승제도 사교육 업계에서 ‘부동산 큰 손’으로 통한다. 정승제는 과거 “1타 강사 연봉은 메이저리그 선수와 비슷하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지금까지 밝혀진 정승제 소유 부동산은 총 3채다.

그는 수도권에서 부촌(富村)으로 꼽히는 경기 성남시 분당구 운중동에 지하 2층~지상 3층 규모 단독주택을 소유하고 있다. 2017년 주택 부지를 38억2940만원에 매입한 뒤, 수십억원대 건축비를 들여 직접 신축한 것이다. 정승제는 또 서울 랜드마크 건물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내 ‘시그니엘 레지던스’ 전용 189.85㎡(57.42평)를 2020년 3월 54억9360만원에 사들였다.

건물도 1채 갖고 있다. 2015년 서울 마포구 서교동에 있던 낡은 다세대주택을 매입한 뒤, 2019년 지하 4층~지상 6층 건물을 신축했다. 현재 모든 층을 정승제가 직접 쓰고 있다. ▲지하층 소극장 ▲로비층 스튜디오 ▲지상 1층 커피숍 ▲2층 백반집 등을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화여대 사학과 졸업 후 메가스터디 1타 역사 강사가 된 이다지도 빼놓을 수 없다. 빼어난 외모로 ‘사교육계 김태희’라는 별명을 얻은 그는 한 공중파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국영수 강사는 연봉이 중소기업 1년 매출 정도 되지만, 역사는 선택 과목이다 보니 그 정도까지는 안 된다”고 했다. 그럼에도 업계에선 이다지의 연봉이 수십억원대로 최상위급에 속한다고 전한다.

이다지는 본인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서울 송파구 잠실동 ‘시그니엘 레지던스’에 새 보금자리를 마련한 사실을 공개했다. 잠실 석촌호수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최고급 ‘레이크 뷰’ 주거시설로, 분양가가 최소 40억원에서 최고 250억원에 달한다.

이다지는 2020년 7월 말 서울 강남구 논현동 ‘DDA빌딩’ 건물주가 됐다. 지하 1층~지상 7층 규모로, 매입가는 113억5000만원. 이다지는 이 빌딩을 매입하면서 대출을 끼고 현금 50억원을 지급한 것으로 알려진다.

사교육 시장에서 1타 강사들이 쌓은 막대한 부를 접한 네티즌 반응은 엇갈린다. 먼저 “교육열이 유독 높은 대한민국에서도 가장 잘나간다는 1타 강사들인데, 이 정도 재력은 당연지사 아니냐”는 식의 댓글들이 눈에 띈다.

반면 “그동안 학부모들이 피 땀 흘려 번 돈을 얼마나 가져갔을까. 아무리 자본주의 사회라지만, 현재 수능 체계를 업고 일반인들은 평생 만져볼 수도 없는 돈을 매년 벌어들인다니 부럽기도 하지만 씁쓸하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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