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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개할게요" 입주자 후기 뜬 행복주택…내부 보니 "헐, 교도소야?"

    입력 : 2023.06.22 18:09

    [땅집고] 복도 설계가 교도소를 쏙 빼닮아 화제를 몰고 있는 한 행복주택 내부. /온라인 커뮤니티

    [땅집고] “내가 입주할 행복주택 복도 좀 봐…. 이미 교도소라고 부르고 있는데, 여기서 회개하고 내 집 마련해서 탈출하겠음….”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공급한 한 행복주택 단지의 복도 사진이 화제를 몰고 있다. 이 행복주택 청약에 당첨된 A씨가 입주 전 단지 내부를 둘러보러 갔다가, 복도가 마치 교도소처럼 지어져 깜짝 놀랐다는 내용의 글과 함께 올린 사진이다.

    A씨가 올린 사진에 따르면 ‘교도소 행복주택’ 건물 외관은 일반 아파트와 별 차이 없다. 그런데 내부 복도가 다소 특이하다. 건물을 꼭대기 층부터 1층까지 관통하는 중정(中庭·건물 안에 만든 빈 공간) 양옆으로 복도를 따라 여러 가구가 다닥다닥 붙어 있는 구조다. 각 가구가 마주 보고 있는 구조라 마치 죄수들이 갇혀 있는 교도소 같은 느낌을 준다는 것. 더군다나 중정 공간에는 3개층 마다 회색빛 격자형 철창을 덮어씌워 교도소 특유의 삭막한 분위기가 더욱 강하게 나는 상황이다.
    [땅집고] 문제의 '교도소 행복주택'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경기 화성시 동탄2신도시에 공급한 '동탄2 A4-1블록 행복주택'인 것으로 확인됐다. /온라인 커뮤니티
    [땅집고] 문재인 전 대통령이 2020년 12월 '동탄2 A4-1블록 행복주택'을 방문해,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과 변창흠 전 LH 사장과 함께 이동하는 모습. /청와대

    땅집고 취재 결과 이 행복주택은 경기 화성시 동탄2신도시에 있는 ‘A4-1블록 행복주택’인 것으로 확인됐다. LH가 임대주택 100만가구 준공을 기념해 공급한 단지로, 2020년 8월 입주했으며 총 1640가구 규모 대단지다.

    ‘화성동탄2 A4-1블록 행복주택’은 2020년 12월 문재인 전 대통령이 방문해 화제가 된 아파트기도 하다. 당시 문 전 대통령은 이 단지 전용 44㎡(옛 13평) 주택을 둘러보면서 “신혼부부에 아이 1명이 표준이고, 어린아이 같은 경우에는 2명도 (거주) 가능하겠다”고 했다. 이에 국민들 사이에서 “좁은 13평짜리 임대주택에 4명인 가족이 어떻게 살라는 것이냐”는 날선 반응이 나오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땅집고] 경기 화성시 '동탄2 A4-1블록 행복주택' 전용 26㎡ 내부. /온라인 커뮤니티

    교도소를 방불케 하는 복도와 달리, 집 내부는 일반 행복주택과 크게 다르지 않은 구조다. 사진상 글쓴이 A씨는 거실 겸 침실과 주방 사이 중문을 설치한 전용 26㎡ 주택형에 입주한 것으로 보인다.

    이 주택형 임대료는 청년 유형 기준 보증금 3700만~3900만원에 월세 16만~17만원으로 책정됐다. 현재 동탄2신도시에서 SRT동탄역 인근 오피스텔 단지 중 비슷한 주택형 월세 매물이 보증금 500만원에 월세 55만~65만원 정도에 나와 있는 것과 비교하면, 행복주택 월 임대료가 시세 대비 파격적으로 저렴한 셈이다.

    그럼에도 네티즌 의견이 극명하게 엇갈린다. 먼저 “완전 교도소 아니냐. 한국판 ‘프리즌 브레이크’(교도소를 배경으로 제작한 미국 드라마)다”, “아무리 임대주택이라지만 이렇게 감옥처럼 지어주는 게 어디 있느냐. 매일 점호하고 ‘죄수번호 ○○○’으로 이름 불릴 것 같다. 완전 청년들을 무시하는 행태”라는 등 부정적인 의견을 내비쳤다. 자신이 배달원이라고 밝힌 B씨는 “저녁 11시 30분쯤 마감하고 마지막 배달하러 갔다가 분위기가 너무 음산해서 사진을 찍어 봤다. 실제로는 더 어두웠는데 너무 무서워서 (소변을) 지리는 줄 알았다”는 댓글을 남기기도 했다.

    반면 ‘화성동탄2 A4-1블록 행복주택’ 설계가 전혀 나쁘지 않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복도에서 보내는 시간이 얼마나 된다고 그러느냐, 방만 깔끔하면 되는 것 아니냐”, “나라에서 청년들을 위해 임대주택을 짓고 저렴한 가격에 공급해 주면 감사한 줄 알아야지 불만이 왜 이렇게 많느냐”, “교도소처럼 보이는 게 불만이면 그 집 나 살게 넘겨라”는 등 댓글이 눈에 띈다.

    [땅집고] 한 배달부가 '동탄2 A4-1블록 행복주택' 내부 복도를 늦은 저녁에 찍은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청년층 여론은 엇갈리지만, 다수의 건축업계 관계자들은 LH가 청년·신혼부부 등 주거 취약 계층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방식으로 이 단지를 설계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먼저 단지 내부에 중정을 낸 것은 모든 층 채광과 환기 기능을 극대화하기 위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또 각 층마다 철창을 설치한 것은 혹시 모를 추락사고를 방지하는 등 안전 문제를 고려한 조치라고 봤다.

    익명을 요구한 C건축사사무소 관계자는 “LH가 동탄2신도시 행복주택을 일부러 교도소처럼 지으려는 의도는 전혀 아니었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임대주택 특성상 한정된 대지에 최대한 많은 집을 배치하다 보니, 각 집이 다닥다닥 붙어 있어 닭장처럼 느끼는 청년들이 많은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내부에 우중충한 회색빛 마감재나 금속 자재 등을 쓰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교도소 같은 분위기가 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땅집고] 회색 자재로 마감한 '동탄2 A4-1블록 행복주택' 단지 내 놀이터 시설. /온라인 커뮤니티

    한편 ‘화성동탄2 A4-1블록 행복주택’ 입주자가 남긴 거주 후기가 눈길을 끈다. 이 아파트에 살면서 큰 만족감을 느끼고 있다고 밝힌 D씨는 “우리 아파트가 심심하면 공격당하는 것 너무 힘들다”고 호소했다.

    이어 그는 “놀이터도 2개에 내부 유치원, 헬스장, 도서관, 경로당, 게스트하우스 등 다양한 시설이 있다”며 “웬만한 오피스텔은 우리 아파트보다 더 교도소 같은데, 왜 우리 아파트만 가지고 맨날 이러나. 오히려 중앙식 때문에 환기도 잘 되고 냄새도 안 나는데”라는 등 서운함을 내비치기도 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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