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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에도 팔렸다" 집값 꿈틀대자 수억 떨어진 '보류지' 완판 행진

    입력 : 2023.06.20 08:27 | 수정 : 2023.06.20 11:06

    '찬밥 신세' 보류지에 시세차익 노린 현금 부자들 몰린다


    [땅집고] 서울 아파트 가격이 반등할 조짐을 보이자 지난 1년여 넘게 찬밥 신세던 신축 아파트 보류지 매물에 수요자들이 몰리고 있다. 그동안 보류지마다 수 차례 유찰을 겪으면서 ‘할인가격’에 시장에 나오는 데다, 토지거래허가제 적용도 받지 않아 시세 차익을 노린 ‘갭투자’도 가능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보류지란 재개발·재건축 조합이 향후 소송 등에 대비하거나 사업비 충당을 위해 분양하지 않고 남겨둔 아파트를 말한다. 전체 가구 수의 최대 1%까지 보류지를 남겨둘 수 있다. 경매와 마찬가지로 조합이 각 가구 최저입찰가를 정하고, 가장 높은 금액을 써낸 응찰자가 낙찰받는 구조다.

    일반적인 청약과 달리 만 19세 이상이면 청약 통장 없이도 누구나 보류지 매각 공고에 입찰할 수 있어 자격 요건이 까다롭지 않은 것이 최대 장점이다. 하지만 빠르면 몇 주 안에 계약금·중도금·잔금을 모두 조합에 지불해야 할 정도로 시간이 촉박해, 사실상 현금 부자들의 전유물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서울 새 아파트 보류지, 매각공고 나기 무섭게 ‘완판’ 행진

    [땅집고] 최근 매각된 서울 주요 새아파트 보류지 목록. /이지은 기자

    서울 강남권 새 아파트일수록 보류지 매각에 속도가 붙고 있는 현상이 뚜렷하게 관측된다. 강남구 개포동 개포주공4단지(개포 자이 프레지던스) 재건축 조합은 최근 보류지 총 15가구 중 복층인 전용 114㎡를 제외한 14가구를 모두 매각하는 데 성공했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조합이 보류지를 한 가구도 팔지 못하면서 조합원들에게 ‘1인당 추가 분담금으로 평균 2500만원을 내야 한다’고 통보하기도 했는데 상황이 급변한 것.

    강남구 대치동 대치2지구(르엘 대치) 재건축 조합도 비슷한 상황을 겪었다. 조합은 지난해 4월부터 보류지 매각 공고를 4차례나 게시했지만 집을 사겠다는 사람이 없어 매번 유찰로 시름 했다. 그런데 최근 낸 다섯번째 공고에서 전용 59㎡를 19억2600만원, 77㎡를 23억7600만원에 각각 매각하면서 보류지를 ‘완판’했다. 첫 공고 당시 가격이 주택형별로 23억5400만원, 29억400만원이었는데 4억~5억원 할인 판매한 결과다.

    [땅집고] 최근 보류지 전량 매각에 성공한 서울 마포구 염리동 '마포 프레스티지 자이'. /루바하이텍 홈페이지

    강북권에선 마포구 염리3구역(마포 프레스티지 자이) 재개발 조합이 최근 마지막 보류지인 2단지 59㎡를 11억9000만원에 매각하면서 보류지 총 8가구를 모두 처분했다. 지난해 3월 첫 공고 때 가격이 14억원이었는데, 집값을 2억1000만원 낮춰 1년 3개월 만에야 집주인을 다 찾은 셈이다. 서대문구 홍제동 제1주택(서대문 푸르지오 센트럴파크) 재건축 조합도 지난달 전용 59㎡ 보류지 1가구를 올해 4월 최초매각가(10억원)보다 높은 10억110만원에 매각하면서, 마지막 한 가구 판매만 남겨두게 됐다.

    ■서울 집값 반등 조짐…보류지로 차익 기대하는 현금부자들

    보류지에 대한 관심이 급상승한 이유에 대해 부동산 전문가들은 최근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서서히 늘고 집값도 반등 조짐을 보이고 있는 터라, 그동안 수 차례 유찰을 겪으면서 매각가가 많게는 수억원 떨어진 보류지를 매수하기 적합한 시기라고 판단한 현금 부자들이 늘어난 것이라고 분석한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가격은 지난해 5월 30일부터 51주 연속 하락세를 기록하다가, 5월 넷째주(22일 기준)부터 반등하기 시작했다. 이후 이달 12일까지 집값이 계속 올라 누적 상승률이 0.11%다. 다만 이 기간 서울 25개구(區)가 모두 상승 전환한 것은 아니다.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를 비롯해 용산·마포·성동구 등 핵심으로 꼽히는 지역 위주로만 집값이 반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땅집고] 올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 추이. /이지은 기자

    특히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 강남권에선 보류지 매각 속도가 더 빠를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2020년 6월부터 토지거래허가규제를 받고 있는 강남구 대치·삼성·청담동, 송파구 잠실동 4개 지역에선 실거주 목적이 아니라면 주택을 매수할 수 없어, 집을 전월세로 임대하거나 전세를 끼고 매수하는 소위 ‘갭투자’가 불가능하다. 하지만 현행 규정상 보류지는 토지거래허가제를 적용받지 않는다. 즉 보류지 공고를 통해 집을 매수하면 실거주 의무가 없어, 일단 계약금을 납부한 뒤 전세 세입자를 구해 보증금으로 중도금·잔금을 치르는 방식의 투자도 가능한 셈이다.

    보류지 인기가 높아지자 조합마다 ‘할인’을 멈추는 분위기다. 실제로 서대문구 홍제동 제1주택 조합은 이달 9일 ‘서대문 푸르지오 센트럴파크’ 마지막 보류지인 55㎡ 1가구에 대한 3회차 재공고를 내면서, 최저입찰가를 직전 금액과 동일한 8억원으로 설정했다.

    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현재 서울 핵심지 새 아파트 가격이 다시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진 상황이라 보류지 매수 수요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며 “매각대금 납부 기간이 촉박하긴 하지만 현금부자 입장에선 좋은 투자처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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