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3.06.19 07:45 | 수정 : 2023.06.19 14:20
불법 전실확장 세대 시정명령…7년간 자진철거 불응
강남구청 "위반건축물 등록 및 이행강제금 부과 예정"
[땅집고] ”도곡렉슬만 전실 확장한 게 아닌데, 왜 강남구청만 복구하라는 건지. 1000가구가 다 복구하라는 게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강남구청이 인테리어업자들과 짠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에요.” (한 부동산 커뮤니티에 올라온 댓글)
“강남구청으로부터 전실 확장이 문제가 된다는 우편물을 받았습니다. 기간을 연장해 준다고 하는데, 이 사안이 어떻게 처리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도곡렉슬 아파트 소유주 A씨)
강남구 도곡동 대단지 ‘도곡렉슬’ 950여 가구가 승강기 앞 공용 공간인 전실을 개인 공간처럼 쓰다가, 위반건축물이 될 처지에 놓였다. 전실 확장은 건축법상 불법 용도 변경에 해당한다.
허가권자인 강남구청은 수년간 시정 명령을 내렸음에도, 이행하지 않았다며 위반건축물 지정과 함께 이행강제금을 부과할 예정이다. 위반건축물로 지정되면 건축물대장에 ‘위반건축물’이라는 낙인이 찍혀 전세보증보험이나 주택담보대출 상품 등을 이용한 데 제약이 생긴다. 사실상 재산권 행사에 지장을 받는 셈이다.
■ 도곡렉슬 950여가구 ‘불법 전실 확장’…강남구청 ‘자진철거’ 조치에도 7년째 무대응
강남구청은 도곡렉슬 아파트 가구 중 불법으로 전실을 확장한 950여가구에 대해 조만간 ‘위반건축물 시정명령’을 통보할 계획이다. 문제가 된 전실은 각 가구에서 현관까지 이르는 복도 공간이다. 전실은 자칫 개인 공간으로 보일 수 있지만, 엄연히 공용 공간에 포함된다. 특히 전실은 화제나 테러, 천재지변 때 방화문 역할을 하므로, 이곳에 개인 물건을 쌓아두는 행위는 불법으로 간주된다. 그러나 여전히 전실에 자전거나 장독, 화분 등을 두는 가구가 많아 논란이다.
건축주나 소유주가 건축법 등을 어겼을 때 구청장 등 허가권자는 시정명령을 내리는데, 명령에 따르지 않으면 위반건축물로 등록할 수 있다. 강남구청은 2016년 관련 민원을 처음으로 접수한 후 전수조사를 비롯해 위반건축물 자진철거 시정명령 사전통지 등의 행정조치를 취했으나, 7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주민들은 이에 응하지 않고 있다.
이에 구청은 올해 말 위반건축물 등록과 이행강제금 부과 등 행정 조치를 추진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강남구청 주택과 관계자는 “(행정조치) 시기를 정확히 말하기 어려우나, 법에 어긋난 상황을 그대로 둘 수는 없다”고 말했다.
도곡렉슬에선 전실을 개인 용도로 사용 중인 가구는 950여 가구에 달한다. 이 단지가 총 3002가구 규모라는 점을 감안하면, 전체의 1/3이 전실을 불법 확장한 것이다. 2006년 입주 직후부터 기존 출입문을 승강기 방면으로 옮기고, 벽면에 신발장이나 거울 등을 설치하는 공사를 진행한 경우가 많았는데, 어느샌가 공사를 진행한 가구가 우후죽순 늘어난 탓이다. 이 공사를 진행하면 약 3.3 ㎡ 규모의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
공사 진행 가구가 많은 만큼 온라인에서도 해당 사례를 쉽게 찾을 수 있다. 도곡동 일대 인테리어 업체 중에는 전실 불법 확장 공사 사진을 홍보용으로 사용하고 있을 정도다.
■ 강남구청 ‘위반건축물 등록’ 추진…등재시 주택 매매 차질 불가피
전실 확장은 편의성을 위한 것이나, 무단으로 할 경우 여러 법을 어긴 것으로 간주된다. 건축법과 공동주택관리법 등에서 개인이 공용공간을 함부로 손댈 수 없게 규정해서다.
건축법11조(건축허가),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 15조1항(공용부분의 변경) 등에서는 공용부분을 개량하려면 구분소유자 2/3 이상의 동의를 구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특히 공용부분의 변경이 다른 구분소유자의 권리에 특별한 영향을 미칠 때는 다른 구분소유자의 승낙을 받아야 한다.
주민 승낙을 받은 후에는 지자체의 허가도 구해야 한다. 공동주택관리법 35조 등에서는 시설을 수선하려면 기준 및 절차에 따라 구청장 등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했다.
만약 이러한 규정을 지키지 않은 채 공용 공간을 손댔다간, 집 전체가 ‘위반건축물’로 지정된다. 위반건축물로 지정되면 등기부등본에 ‘위반건축물’로 등재되기 때문. 도곡렉슬 아파트 수백가구가 위반건축물이 될 처지에 놓인 이유다. 이 경우 각종 인허가는 물론 전세대출과 주택담보대출 심사에 차질이 생긴다. 즉, 집을 사고파는 데 지장이 생기는 것이다.
■ 도곡렉슬 무더기 이행강제금 폭탄 가능성…‘공시가 10%, 연 2회 부과 가능성도’
위반건축물 등록 이후에는 불법 건축행위에 대한 시정촉구, 이행강제금 부과 등의 행정조치가 이루어진다. 이행강제금은 위반 면적, 구조 등 위반 내용에 따라 정해지는데, 시가표준액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집값이 비쌀수록 금액이 커진다.
건축법, 서울시 조례에 따르면 구청 등 허가권자는 시정 촉구에 응하지 않는 가구주나 건물주에 대해 이행강제금 부과 계고장을 보낸 뒤 1년에 최대 2회 이행강제금을 부과할 수 있다. 피난시설, 건축물의 용도ㆍ구조의 제한, 방화구획 등이 법령 기준에 적합하지 않을 경우엔 시가표준액의 10%에 해당하는 금액이 이행강제금으로 책정된다.
도곡렉슬 아파트 전용 114㎡ 공시지가가 30억3136만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억단위 이행강제금이 부과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행강제금 부과가 일회성에 그치는 게 아니므로 개인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전실과 대문 위치 등을 조속히 복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예림 법무법인 심목 변호사는 “가구 내 현관에서만 불법 행위가 이뤄졌더라도, 해당 가구가 위반건축물로 지정되는 점을 고려하면 현관 면적이 아닌 가구 총면적을 이행강제금 계산 기준으로 삼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행강제금은 벌금과 달리 구청 등 허가권자가 매년 부과할 수 있는데, 내지 않을 경우엔 국세청의 체납 처분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김서경 땅집고 기자 westseou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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