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3.06.18 08:19
[글로 보는 땅집고 '상권 긴급점검']
1층 상가 56곳 중 48곳이 공실…그 흔한 고깃집 하나 없는 '최악의 베드타운' 대장동
[땅집고] 대장동 사건이 정쟁에 휘말리면 성남 대장동 일대는 토지에 대한 지적 공부 작업을 마치지 못해 상가 시장에 끼치는 피해가 크다. 상업용지 비율이 극히 낮은데도 상가가 텅 빈 이유다. 안 그래도 베드타운으로 전락한 상황에서 토지 등기조차 되지 않아 상가주택 부지가 나대지로 남아있는 등 입주민들의 불편이 크다.
대장동을 직접 둘러봤다. 한 상가 건물 1층 6개 점포가 모두 비었다. 위층은 스크린골프장이 영업 중이지만 1층은 건물을 짓고 1년 반 동안 한 번도 입점이 안 됐다. 인근 판교 대장지구 클라우드베이 5개 단지의 1층 상가도 대부분이 공실이다. 5개 블록 1층 상가 56곳 중 부동산, 편의점 등 8곳을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공실이다.
대장동은 행복주택을 제외한 총 5900가구가 입주를 모두 마쳤다. 그러나 도로는 한적하고 상가는 텅텅 비었다. 주민들에 따르면 대중교통 이용하는 것과 더불어 마땅한 상가가 없다는 것이 가장 불편한 점으로 꼽힌다. 대장지구 내 상업용지 시설은 1%뿐이라 타 신도시에 비해 상가 희소성이 높다고 홍보를 해왔으나 실상은 정반대다. 상가는 팔리지 않고 들어오려는 임차인도 없다. 이곳 주민들은 마트와 백화점 등 생활편의시설은 물론 갈 만한 고깃집도 제대로 없어 판교나 분당으로 무조건 나갈 수밖에 없다고 토로한다. 대장동 주민 이모씨는 "대장동에는 대형마트 등 마땅한 편의시설도 잘 없어 분당까지 간다"며 "대장동은 상가가 비어있는데, 임차인들이 임대료가 비싸서 안 들어오는 분위기다"고 말했다.
공실 원인은 근본적으로 높은 분양가가 꼽힌다. 1층 상가는 전용 면적 기준으로 1평당 분양가가 1억2000만원대다. 10평 기준으로 보증금은 3000만~5000만원, 임대료는 250만원이다. 이보다 큰 20평짜리는 월 임대료만 400만원을 훌쩍 넘는다. 유동인구도 거의 없고 상권이 활성화된 편도 아닌데 임대료만 비싸다 보니 값비싼 임대료를 부담할 임차인들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장동 D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분양가를 워낙 높게 책정해서 분양해 조율이 쉽지가 않다"며 "분양가가 비싸기 때문에 수익률을 따져보면 임대료를 낮출 수가 없고, 또 상가 임대차 보호법 때문에 한 번 올린 임대료는 다시 높게 올릴 수가 없다"고 말했다.
대장지구는 상업용지와 공동주택 아파트 부지 외 연립주택 부지가 차지하는 비율이 적지 않다. 문제는 단독주택 총 188개가 아직까지 토지 등기가 안 나는 바람에 상가주택 1층 상가 공실이 많다. 원인은 토지 등기 때문이다. 대장동 사건이 터지면서 대장지구 도시개발사업 준공이 나지 않아 토지 등기가 불가능한 것이다. 건물에 대한 등기는 이뤄졌으나 준공이 되지 않은 토지분에 대한 등기가 안 돼서 정상적인 재산권 행사가 불가능한 상태다. 건물 위층 주택이 비면서 1층 상가점포도 임대가 어렵다.
토지보상을 받은 원주민이나 원주민에게 부지를 매입한 이들은 답답한 상황이다. 토지에 대한 재산권 행사를 하지 못해 은행권의 대출이 막혀 건축을 하지 못하거나 다른 담보로 대출을 받아 건물을 지어 완공을 했음에도 등기가 불가능해 임차 등이 이뤄질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상가 및 주택 상당수가 공실로 남아있다. 외지인들이 이주자택지를 산 부지는 빈 땅으로 방치돼 있다. 계약금에 더해서 중도금까지 지불했지만 소유권 이전도 하지 못하고 건축도 못하고 묶여있는 상가주택 부지만 20여 곳이 넘는다. 대장동 사업은 개발 특혜의혹이 불거지면서 준공 승인 예정일이 당초 2020년 12월 31일에서 7차례 이상 연기됐다.
대장동 B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토지 등기가 안 되면서 대출을 빨리 갚고 대출을 실행하거나 갈아타야 하는데 등기가 안 되서 어떻게 할 수가 없다"며 "성남의뜰과 성남시가 공부 정리를 안 해주고 서로 탓을 하면서 미루고 있다"고 말했다.
성남시가 대장동 도시개발사업 준공 승인을 미룬 이유는 경기도가 부당이득금 환수를 위해 민간사업자의 자산을 동결하라는 권고를 수용했기 때문이다. 성남시 준공승인이 늦어지면서 주민들은 재산권 행사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대장동 개발사업을 진행한 화천대유가 대장동에서 높은 수익을 올린 배경엔 주거 비율이 높았다는 점이다. 인근 판교의 주거 용지 비율이 26%지만, 대장동은 46%다. 주택을 많이 분양할수록 개발 업자는 더 높을 수익을 올릴 수 있다. 결국 5900가구가 입주를 마쳤으나 기본적인 편의시설이나 음식점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이면엔 대장동 사건이 영향을 끼치면서 이 일대가 최악의 베드타운으로 남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