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3.06.17 09:19
[땅집고] “3·1절과 현충일에 태극기를 건 집이 없어서 집 창틀을 살펴보니 태극기 게양대(국기봉 꽂이)가 안보입니다. 새집이라서 없다는 말도 있던데, 정말 태극기를 걸 곳이 없나요?” (한 지역 카페에 올라온 게시글)
최근 신축 아파트 커뮤니티나 관련 카페에는 국기봉을 찾는 글이 이따금 보인다. 태극기를 걸고 싶어도 걸 곳이 없다는 것. 이는 2021년 공동주택의 국기봉 설치를 규정한 관계 법령의 개정과 관련이 있다.
종전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은 가구마다 바깥 공기와 접하는 난간에 1개 이상 국기봉을 꽂을 수 있는 장치를 설치하도록 했다. 의무가 아닌 선택 사항이었으나, 대부분 건설사가 적용했다. 과거에 지어진 아파트에서 쉽게 국기봉을 볼 수 있는 이유다.
그런데 고층 주상복합 아파트에만 쓰이던 ‘입면분할창(위쪽만 열리는 창문)’ ‘유리난간’ 등 개폐가 어려운 창문이 일반 아파트에도 도입되면서 관련 규정이 달라지게 됐다. 더욱이 아파트 발코니를 거실과 방 등 실내공간으로 만들면서 국기봉 꽂이 설치는 더욱 어려워졌다.
이에 정부는 국기봉 설치 규정에 달라진 분위기를 반영했다. 아파트 외벽 디자인이 변화하면서 관련 법이 개정된 것이다. 현행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칙’ 제18조 4항은 “난간을 외부 공기가 직접 닿는 곳에 설치하는 주택의 경우, 각 세대마다 국기봉을 꽂을 수 있는 장치를 하나 이상 설치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다만 “설치하기 어렵다고 판단할 경우 국토교통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각 동 지상 출입구에 설치할 수 있다”고 했다. 돌출된 난간이 없거나 위험하다고 판단할 때는 게양대를 설치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다.
그렇다고 해서 앞으로 아파트 등 공동주택에서 태극기를 영영 볼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입면분할창에도 태극기 게양대를 따로 설치할 수 있어서다. 실제로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지은 수도권 아파트 중에는 입면분할창을 적용했지만, 창틀에 태극기 게양대를 설치한 경우가 많다.
이러한 소식을 들은 누리꾼들은 “LH에 있는 태극기 게양대가 브랜드 아파트에 없다니!” “태극기 설치는 당연히 의무로 해야 한다” “어릴 적엔 집집마다 태극기가 있었다” 등 다양한 의견을 보였다. /김서경 땅집고 기자 westseou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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