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3.06.15 18:34 | 수정 : 2023.06.15 18:54
[땅집고] 호반건설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608억원(잠정)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김상열 회장의 장남과 차남이 최대 주주인 이른바 ‘아들 회사’에 부당하게 일감을 몰아준 혐의다. 부당내부거래에 대한 과징금으로는 삼성웰스토리(2349억원), SPC그룹(647억원)에 이어 역대 세번째로 큰 금액이다.
15일 공정위에 따르면 호반건설은 건설사 간 공공택지 수주 경쟁이 치열했던 2013년 말~2015년에 유령회사에 가까운 계열사 여러 개를 만들고, 비계열사까지 동원해 공공택지 입찰에 참여했다. 당첨 확률을 높이는 이른바 ‘벌떼 입찰’에 나선 것이다.
이렇게 낙찰받은 공공택지 23곳은 고스란히 두 아들 회사인 호반건설주택과 호반산업에게 돌아갔다. 두 회사는 화성 동탄·김포 한강·의정부 민락 등 알짜 부지를 넘겨 받았다. 아들 회사들은 넘겨받은 공공택지를 개발해 분양매출 5조8575억원과 분양이익 1조3578억원을 올렸다.
또한 호반건설은 아들 회사들이 공공택지 입찰에 참여할 때 내야 하는 수십억원 규모의 입찰신청금을 414회에 걸쳐 무상으로 빌려줬다. 두 아들 회사가 시행하는 40개 공공택지 사업의 PF대출 총 2조6393억원에 대해서도 무상으로 지급보증을 제공했다. 호반건설이 진행하던 936억원 규모의 건설공사를 넘겨주기도 했다.
공정위는 두 회사가 호반건설의 무조건적인 지원에 힘입어 부동산 개발과 종합 건설업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했다고 판단했다. 2014년 1559억원 수준이던 호반건설주택 분양매출은 2017년 2조5790억원으로 급증했고, 호반산업은 분양매출이 1.5배 넘게 뛰었다. 2018년 호반건설이 호반건설주택을 합병할 때 장남 김대헌 호반그룹 사장이 호반건설 지분 54.7%를 확보하면서 경영권 승계도 이뤄졌다.
공정위는 “편법적인 벌떼 입찰로 확보한 공공택지의 계열사 간 전매는 부당 내부거래에 해당한다”며 “국민 주거 안정 등 공익적 목적으로 만들어진 공공택지 공급제도를 악용해 총수 일가의 편법적 부의 이전에 활용한 행위”라고 밝혔다. 다만 공정위는 부당 지원 행위가 주로 이뤄진 시점으로부터 5년 공소시효가 지나 검찰 고발은 하지 않았다. /박기람 땅집고 기자 pkra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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