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3.06.13 09:54 | 수정 : 2023.06.13 10:27
[땅집고] 올해 집주인이 세입자들에게 전세보증금을 반환해줄 목적으로 주요 은행 및 주택금융공사로부터 새로 받은 대출액이 4조6000억원을 돌파한 것으로 집계됐다. 전세값이 기존 전세보증금보다 낮아지면서, 전세 시세 하락분을 감당하지 못하고 빚을 내는 집주인들이 늘어났다는 얘기다.
이 같은 현상이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정부가 전세보증금 반환 대출에 대해 집주인에게 적용하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어서 앞으로 관련 대출 규모는 더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4대 은행에서만 2.6조 대출 받은 집주인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4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과 한국주택금융공사에서 신규 취급한 전세보증금 반환 대출이 약 4조6934억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4대 은행이 올해 1~5월 신규로 취급한 전세보증금 반환대출은 약 2조6885억원 규모다. 지난해 같은 기간(2조6966억원)과 비슷한 수준이긴 하지만, 지난 1월 말 출시된 특례보금자리론으로 수요가 일부 분산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주택금융공사에 따르면 5월 말 기준 집주인들이 임차보증금을 반환할 목적으로 특례보금자리론을 신청한 유효 금액은 2조49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임차보증금 반환목적 보금자리론 공급액이 8200억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지난해 전체 공급액의 약 2.5배 넘는 금액이 올해 5개월 만에 신청된 셈이다. 유효 신청액에는 이미 실행된 건과 심사 중인 건이 포함된다. 심사 중인 건의 경우 통상 실행까지 평균 1~2개월 정도 걸린다.
주택금융공사 관계자는 올해 신청액이 늘어난 이유에 대해 “역전세난이 벌어지면서 새로운 임차인을 못 구한 집주인이 보전 용도로 특례보금자리론을 적극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깡통 전세 내년까지 계속” 전망에…정부, 차주별 DSR 규제 완화 검토
전세보증금 반환 대출이 증가한 이유는 전셋값이 떨어지자 집주인들이 돈을 빌려서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돌려줘야 하는 경우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실거래 마이크로 데이터를 활용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전세값이 기존 전세보증금보다 낮아지는 ‘깡통 전세’ 위험가구 비중이 지난해 1월 25.9%(51만7000가구)에서 지난 4월 52.4%(102만6000가구)까지 증가했다.
이 같은 깡통 전세 문제는 내년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4월 기준 깡통 전세 계약 중 올해 하반기와 내년 상반기 만기가 도래하는 비중이 각각 28.3%, 30.8%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올해 들어 대출 규제를 완화한 것도 전세보증금 반환 대출이 늘어난 현상을 고려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정부는 전세보증금 반환 대출에 한시적으로 차주별 DSR 규제 적용까지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전세금 반환 보증과 관련된 대출에서 선의의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이 있다고 들었다”며 “제한적으로 대출 규제를 완화하는 부분을 검토할 것”이라고 발언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그동안 차주별 DSR 규제에 묶여 전세보증금 반환 대출을 더 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꽤 많았는데, 앞으로 DSR 규제가 완화되면 전세보증금 반환대출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본다”고 했다. /박기홍 땅집고 기자 hong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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