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3.06.07 07:30 | 수정 : 2023.06.07 10:33
시멘트ㆍ철근 가격 릴레이 인상…공사비 상승 불가피
3년 새 서울 평당 공사비 400만원→700만원 급등
"공사비 인상으로 멈추는 사업장 늘어날 듯"
[땅집고] 부동산 경기 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건설업계가 또 다른 악재를 만났다. 전기요금 인상 여파로 건설공사 핵심 원자재인 시멘트와 철근 값이 줄줄이 오르면서 아파트 공사비 상승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아파트 공사비는 불과 2~3년 전만해도 3.3㎡(1평)당 400만~500만원에서 이미 700만원대로 올라선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평당 공사비 1000만원 시대가 올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원자재 가격 인상으로 일부 공사 현장이 멈췄던 악몽이 올해에도 되풀이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공사비 인상은 분양가 상승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결국 모든 부담은 소비자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건설업계가 최근 잇따른 원자재값 인상에 편승해 공사비를 과도하게 올리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전기요금 인상 후폭풍…시멘트·철근 릴레이 인상
6일 시멘트 업계에 따르면 성신양회가 현재 톤(t)당 10만5000원인 1종 벌크시멘트 가격을 7월부터 12만원으로 14.3% 인상하기로 했다. 이에 앞서 국내 1위 시멘트 제조사인 쌍용C&E도 올 7월부터 1종 벌크 시멘트 가격을 t당 10만4800원에서 11만9600원으로 14.1%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다른 업체도 가격 인상에 동참할 가능성이 높다. 업계 5위권인 한일·아세아·삼표시멘트 등은 아직까지 구체적인 언급을 꺼리고 있지만, 가격 인상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올 1분기 적자가 난 업체들이 인상에 먼저 나섰을 뿐 수익구조가 비슷한 다른 업체도 결국 가격을 올릴 것이라고 본다.
5대 시멘트 업체는 이미 지난해 두 차례에 걸쳐 시멘트 가격을 33% 올렸다. 당시는 유연탄 값 상승이 주요 인상 요인이었다. 업계는 올해 전기료 부담이 커졌다고 한다.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산업용 전기료가 45%가량 올랐다는 것. 전기요금은 시멘트 제조 원가의 25% 정도를 차지한다. 업계 관계자는 “시멘트 재료 중 30~35% 비중인 유연탄 값이 최근 급락했다고 해도 7~8배 오른 인상분이 있어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며 “전력은 24시간 가동하기 때문에 유연탄보다 시멘트 값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고 했다.
전기요금이 오르자 철근 가격도 덩달아 뛰고 있다. 철근은 전기로를 이용해 생산한다. 대한건설협회 월간거래가격에 따르면 골조공사에 쓰이는 고장력철근 가격은 최근 t당 99만5000원으로 100만원대에 가까워졌다.
■공사비 인상 요구에 시공사 교체·계약 해지 잇따라
원자재값이 줄줄이 오르면서 건설업계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건설분야 물가지수인 건설공사비지수는 올 4월 150.26으로 나타났다. 이는 3월(150.07)보다 0.26포인트, 작년1월(141.29)보다 8.97포인트, 3년 전 동기(117.93)보다 32.33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서울 기준 아파트 공사비는 원자재값이 뛰기 전인 3~4년 전만 해도 3.3㎡당 400만~500만원이었으나, 최근 700만원대로 뛰었다. 규모가 작은 사업지는 이미 1000만원까지 올랐다. 공사비가 최근 두 배 가까이 뛰자 공사비 갈등으로 사업이 멈춰 서는 사례도 늘고 있다. 강남구 대치동 대치선경3차 아파트 재건축 조합은 고금리와 공사비 인상 부담으로 사업을 중단했다. 서초구 신동아아파트는 시공사인 DL이앤씨가 3.3㎡당 공사비를 474만원에서 65% 인상한 780만원으로 증액을 요구해 사업이 멈춰섰다.
시공사를 바꾸거나 해지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경기 양주시 삼숭지구 주택사업조합은 지난달 현대건설이 3.3㎡당 공사비를 기존 507만원에서 643만원으로 요구하자, 500만원대를 제시한 쌍용건설로 시공사를 교체했다. 아파트 43개 동에 3372가구 대단지로 짓는 경기 성남시 산성구역 재개발 조합은 지난달 시공계약을 해지했다. 2020년 7월 본계약 때 3.3㎡당 445만원이던 공사비를 시공단이 올 2월 661만원으로 올려달라고 요구하면서다.
■“치솟는 공사비, 결국 소비자 부담”
업계에서는 공사비가 치솟을 경우 결국 소비자들이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공사비 인상은 결국 분양가를 끌어올리는 요인이 된다. 재개발·재건축 사업의 경우 그나마 입지와 사업성이 좋은 사업지는 일반 분양을 통해 조합원 분담금을 줄일 수 있지만 대부분은 분담금이 불어난다. 결국 조합원이나 일반분양 수분양자들이 공사비 증액분을 부담해야 된다는 의미다.
주택 공급에도 차질이 예상된다. 건설사는 공사비 인상에 따른 증액분을 확보해야 착공에 나설 수 있다. 요즘 같은 불황기엔 수익이 나지 않으면 아예 사업을 접을 수도 있다. 결국 신규 공급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가장 큰 수익을 차지하는 주택 사업을 함부로 포기하진 않겠지만 앞으로 공사비 인상으로 중단하는 사업지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제경 투미컨설팅 소장은 “재개발·재건축 조합의 경우 공사비 부담이 커지면서 사업이 지연되거나 포기하는 사례가 나올 수 있다”면서 “그나마 여력이 있는 조합은 기존 공사계약을 깨기보다 울며 겨자 먹기로 분담금을 부담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박기람 땅집고 기자 pkra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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