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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모델링? 재건축?…지지부진 특별법에 셈법만 복잡해진 1기 신도시

    입력 : 2023.06.06 08:29 | 수정 : 2023.06.06 08:41

    1기 신도시로 조성된 경기도 성남의 분당 신도시 일대 모습. /조선DB

    [땅집고] 1기 신도시 등을 대상으로 한 노후계획도시 재정비 특별법 제정이 100일 넘게 지연되면서, 1기 신도시 내 다수 단지가 재건축과 리모델링 사이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고 혼란을 겪고 있다. 특별법 제정을 위해 국토교통부와 서울시, 그리고 정치권에서 논의가 이어지고는 있지만, 의견 차가 좁혀지지 않아 국회 문턱을 넘기까지 앞으로도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노후계획도시 특별법 정부·여당안은 지난 3월 국민의힘 송언석 의원이 대표발의했으나, 지난달 30일 여야 의원들이 발의한 관련 법안 12건과 함께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 상정됐다. 송 의원 대표발의 이후 100일이 지나서야 국회 논의가 시작된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했던 특별법에는 1기 신도시(안양 평촌, 군포 산본, 성남 분당, 고양 일산, 부천 중동)를 포함한 전국 49곳의 노후 택지지구에 대한 재정비 사업에 혜택을 지원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특히 용적률을 최대 500%까지 허용하고, 안전진단을 면제 혹은 완화해 주는 등 파격적인 혜택 안을 포함한다.

    [땅집고] 1기 신도시로 조성된 경기도 고양시 일산 신도시 일대 모습./연합뉴스

    특별법안의 가장 큰 쟁점인 ‘안전진단 완화’와 ‘리모델링 특례’를 두고 서울시와 국토부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먼저 안전진단 완화와 관련해서는 서울시가 신중한 태도를 보였지만, 국토부는 여건만 갖추면 ‘면제’까지도 고려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서울시는 “안전진단을 완화하면 무분별한 재건축으로 이어질 수 있어 자원 낭비, 이주 문제, 부동산 투기 열풍 등 주택 시장에 혼란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며 “일반 정비사업과 형평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국토부는 “도시 기능 향상과 미래 도시 전환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안전진단 특례가 불가피하다”면서 “일부 공공성을 갖춘 단지의 경우 안전진단 면제까지도 부여할 수 있다”고 했다.

    리모델링 특례를 두고도 양측간 입장차가 크다. 서울시는 리모델링을 통한 가구 수 증가에 반대하는 입장이지만, 국토부는 가구 수 증가 특례 부여가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국토부는 “재건축과 다르게 기존 건물을 활용하는 리모델링 사업이므로 가구 수 증가에 대한 특례를 부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 노후계획도시 특별법에 따라 리모델링 사업을 할 경우 증가 세대 수 상한을 현행 기준의 140% 완화하는 특례를 주자는 안을 국회에 제시했다. 1기 신도시 리모델링 사업 단지에 이번 정부 완화안을 적용하면 가구 수를 최대 21%까지 늘릴 수 있다.

    이에 서울시는 “리모델링 사업은 공공시설 기부채납 없이 가구 수가 최대 15% 증가하는 사업”이라면서 “다른 지역보다 증가 가구 수를 더 완화하는 것은 기반시설이 상대적으로 열악한 노후계획도시 정주 여건을 개선하기 위한 특별법 입법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리모델링 특례에 대한 반대 입장을 명확히 했다.

    [땅집고]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경기 군포시 금정동 '율곡주공3단지' 아파트. /네이버

    핵심 쟁점을 두고 국토부와 서울시 간 입장 차이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가운데, 법 제정은 앞으로도 상당 시간 지지부진할 전망이다. 법안이 적용되지 않는 지역을 중심으로 형평성 논란이 일 수 있고, 제정법이라는 점에서 논의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국회 국토위 법안심사소위에 상정된 관련 법은 총 13개에 달한다.

    현재 1기 신도시에서 인가를 받은 리모델링 조합의 셈법은 복잡해질 전망이다. 대부분 용적률은 높고 소형 면적의 비중이 커서 재건축으로 사업성을 확보하지 못해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단지들인데, 정부의 가구 수 완화로 또 다른 소용돌이에 휘말릴 수 있다.

    반면 특별법 제정이 지지부진하다 보니 재건축 기대감에 한껏 부풀었던 1기 신도시 일부 단지 주민들은 재건축 대신 ‘리모델링’으로 선회하기도 한다. 특별법 제정에 기약이 없다 보니 재건축 사업만을 바라보고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정부의 특별법 발표로 리모델링 반대 가구들과 소송을 겪다 재건축 사업이 지체됐던 분당 정자동 한솔마을5단지주공은 리모델링으로 다시 방향을 틀어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이 단지 리모델링 사업 추진위는 사업 재개에 필요한 주민 동의서를 한 달 만에 97.5% 확보하면서 다시 한번 사업 추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산본 금정동 율곡마을주공 3단지도 리모델링 추진에 한창이다. 율곡마을주공 3단지 아파트 주민 A씨는 “재건축이 언제 될지 모르니 차라리 리모델링이라도 빨리 진행되길 바라는 마음”이라면서 “거주하면서 주차 문제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는데 리모델링이 끝나고 나면 이런 문제가 해결되었으면 한다”고 리모델링 추진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배민주 땅집고 기자 mjba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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