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3.06.05 17:15
[땅집고] “언제나 평등하지 않은 세상을 꿈꾸는 당신에게 바칩니다.”
최근 서울 서초구 반포동에 분양하는 초호화 주상복합 아파트 ‘더 팰리스 73’ 광고를 접한 네티즌들의 반응이 뜨겁다. 분양가가 최고 400억원으로 추산되는 비싼 단지인 데다, 공식 분양 홈페이지에 걸린 노골적인 문구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더 팰리스 73은 서울 강남권 첫 번째 특급호텔로 40여년 역사를 자랑하던 옛 ‘쉐라톤 팔레스 강남’ 호텔을 허물고 신축한다. 지하 4층~지상 35층, 2개동, 오피스텔 15실과 아파트 58가구를 합해 총 73실로 구성한다. 주택형은 전용 221~422㎡(67~128평)이며, 2027년 9월 준공 예정이다.
홈페이지에 구체적으로 공개된 사항은 아니지만, 업계에선 이 아파트 분양가가 최소 115억원에서 최고 4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한다. 하이엔드(High-end·최고급)를 넘어, 상위 0.1% 부유층을 겨냥한 이른바 ‘하이퍼엔드’(Hyper-end) 주거 상품인 셈이다.
더 팰리스 73은 강남권에서도 핵심지인 서초구 반포동 일대에 들어선다. 지하철 2·3·9호선 고속터미널역이 가까운 트리플 역세권이다. 서울에서 최고 조망권으로 꼽히는 ‘한강뷰’가 가능하며, 부지가 서래공원과 맞붙어 있어 도심 속 녹지 공간을 마치 앞마당처럼 누릴 수 있는 구조다. 또한 신세계백화점,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고속터미널 등 핵심 편의시설이 도보권에 포진해 있다.
초고가 주택인 만큼 설계 및 디자인도 단연 돋보인다. 먼저 1984년 ‘건축계 노벨상’으로 통하는 프리츠커상을 최연소로 수상한 리처드 마이어가 이 단지 설계에 참여한다. 미국 뉴저지 출신인 리처드 마이어는 빛을 활용한 공간 조성과 백색 중심의 색채 설계로 일명 ‘백색의 건축가’로 불린다. 더 팰리스 73에도 이 같은 건축 스타일이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내·외부 채광을 극대화한 백색 건물 2개동 곳곳에 미학적 설계를 적용해 강남권에서도 돋보일 만한 랜드마크급 단지가 탄생할 것이란 설명이다.
분양 홈페이지에선 이 단지가 초호화 수준으로 지어질 것이라고 강조하는 홍보 문구가 여럿 보인다. ‘최상위 주거공간으로서 본질이나 계보를 새롭게 제시’, ‘세기에 다시 없을 주거 명작’, ‘뉴욕 센트럴파크처럼 서리풀공원을 품고 사는’ 등이다.
무엇보다 ‘언제나 평등하지 않은 세상을 꿈꾸는 당신에게 바칩니다’란 문구가 사람들 심리를 자극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고 분양가가 400억원에 달하는 이 단지 분양 광고에 상대적 박탈감을 불러일으킨다는 반응이 쏟아진다. 부자들의 부동산 소비 욕구를 자극하기 위해 빈부격차와 불평등을 마케팅 수단으로 내세운 점이 거북하게 느껴진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반면 “어차피 부동산 상품이 빈부격차 그 자체 아니냐”라는 냉소적인 의견도 눈에 띈다. 더 팰리스 73 같은 하이퍼엔드급 상품이 아니더라도, 일반 아파트 시장에서 조차 ‘기본 브랜드’와 ‘하이엔드 브랜드’가 이미 나뉘어 있지 않느냐는 것.
실제로 국내 10대 건설사 중 현대건설은 ‘힐스테이트’와 ‘디에이치’, DL이앤씨는 ‘e편한세상’과 ‘아크로’, 롯데건설은 ‘롯데캐슬’과 ‘르엘’ 등으로 아파트 브랜드를 차별화하고 있다. 건설사마다 서울과 비서울, 일반 지역과 부촌을 가르고, 각기 다른 단지명을 적용해 아파트를 공급하는 구조다. 더불어 일반 건설사가 공급한 민간아파트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공공이 지은 임대아파트 간 격차도 무시할 수 없다. 임대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을 ‘엘사’(엘에이치에 사는 사람), ‘휴거’(휴먼시아 거지) 등으로 비하하는 신조어가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을 정도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어그로는 제대로 끌었다, 내가 이 광고를 몇 번이나 봤는지 모른다”, “맞는 말이긴 한데 워딩이 좀 거북하다”, “자본주의 사회라는 것이 원래 입으로는 평등을 외치면서, 행동으로는 차별을 원하는 사회라는 것을 몰랐느냐”는 등 글이 보인다.
더 팰리스 73은 분양 홍보관 운영에도 차별을 꾀한다. 일반 건물이 아닌 조선팰리스 호텔에서 ‘프라이빗’으로 ‘VIP 사전예약제’로 진행한다. 통상 아파트 홍보관마다 방문 자격을 딱히 제한하지 않는 것과 차이 난다. 사실상 ‘아무에게나 분양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셈이다.
이 단지 분양 홍보관에 방문한 경험이 있다고 밝힌 A씨는 “사전 예약 과정에서 상담해 보니 어지간한 강남 건물주도 안되고, ‘진짜 부자’들에게만 분양하겠다’는 시행사의 의지가 엿보이더라”며 “방문시 법인이라면 재무제표, 개인이라면 재산 증빙을 위한 서류를 지참하라고 안내받았다. 분양 관계자들이 100억원이 넘는 이 아파트 금액을 감당할 수 있는 인물인지 신원을 확인하는 조치로 느껴졌다”고 전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전현희 땅집고 기자 imh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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