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3.06.01 16:44 | 수정 : 2023.06.01 16:48
리모델링 본격화…2200가구 동시다발 이주
[땅집고] “분당에서 정비사업으로 인해 이주 수요가 처음 나왔는데, 전세가 상승 여파가 용인 수지까지 갔어요. 분당이 평소 물량이 많은 지역이 아니고, 자녀 학교로 인해 여기에 남겠다는 사람들이 많아서 그런 거죠. 앞으로도 가격이 쉽게 떨어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 (정자동 우성부동산 중개업소의 이성일 대표)

전국적으로 전셋값 하락에 따른 ‘역전세난’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경기 성남시 분당만큼은 예외다. 이 일대 리모델링사업이 본격화하면서 이주 수요 발생에 따른 전세가 상승이 이어지고 있다.
현재 분당에서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하는 곳은 정자동 느티마을3·4단지, 무지개마을4단지, 정자동 한솔마을 5·6단지, 야탑동 매화마을 1·2단지 등이다. 이중 무지개마을4단지는 지난달 이주를 마쳤으며, 느티마을3단지는 현재 이주 단계다. 느티마을4단지는 이달부터 9월 말까지 이주가 예정돼 있다. 이주 시기가 결정 난 3개 단지의 가구수를 모두 합하면 2200가구에 달한다.


■ 분당, 재건축보다 기간 짧은 리모델링 사업 단지 늘어
30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느티마을3단지에 들어서자 이사용 사다리차와 1톤, 5톤 트럭차가 곳곳에 보였다. 306동과 309동, 310동에선 한가득 실은 이삿짐들이 사다리차를 연신 오르내리고 있었다.
1994년에 준공한 ‘느티마을 3단지’ 12개동 770가구는 리모델링 후 총 877가구로 탈바꿈한다. 3개층을 수직 증축하는 방식으로 리모델링한다. 4단지 역시 리모델링을 추진 중이다. 이 단지는 5월 말부터 올해 9월 27일까지를 이주 기간으로 정하고, 이주 작업을 준비 중이다. ‘느티마을 4단지’는 기존 16개동, 1006가구에서 1154가구 규모 새 아파트로 변신한다.
이들 단지는 1기 신도시 특별법으로 재건축 규제 완화 혜택을 볼 수 있지만, 사업 속도가 빠르다는 점에서 리모델링을 택했다. 분당에서 리모델링 사업계획 승인을 받은 단지들의 경우 조합 설립에서 사업계획 승인까지 6년~11년이 걸렸는데, 재건축은 이보다 시간이 더 걸릴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 2200가구 거의 동시에 이주…전세가 ‘억’ 단위 껑충
이들 단지가 사실상 동시다발적으로 이주하면서, 일대 전세가가 ‘억’ 단위로 상승했다. 전국의 전세 시장이 ‘역전세난’을 우려하는 것과는 전혀 딴판이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정자동 ‘상록마을라이프(2차)’ 전용 84 ㎡는 올해 2월 5억원(9층)에 전세 계약을 체결했으나, 이달 초 7억원(4층)에 세입자를 들였다. 올해 초 느티마을3단지 옆 단지인 ‘상록마을우성’ 전용 69㎡ 전세가는 5억원 초반이었지만, 꾸준히 올라 이달에는 7억원까지 거래됐다.
실제 이날 만난 306동 한 주민은 “전셋집 구하기가 힘들었다”며 “짧은 기간에 전세가격이 1억원이 더 올랐더라”고 말했다.
정자동 일대 전세 계약 중에는 역전세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감액계약’이 아닌 ‘가액계약’이 이뤄진 경우도 많았다. 이달 들어 ‘한솔마을3단지한일’ 전용 84 ㎡ (5층)는 종전 4억3000만원에서 5억3000만원으로 상향 조정한 전세 계약을 체결했다. ‘정든마을1단지동아’ 전용 101㎡ (3층)는 보증금을 4억9300만원에서 5억8000만원으로 올렸다.
상록우성 단지 내 A부동산 중개업소 대표는 “봄에 3단지 이주 개시 공고가 나오자마자, 집주인들이 수천만원씩 전세 호가를 올렸다”며 “같은 주택형 전세가가 최대 2억원까지 올라서 깜짝 놀랐다”고 귀띔했다. 이어 “자녀가 없는 사람들은 자금에 맞춰서 전셋집을 구하지만, 자녀가 있다면 웃돈을 주더라도 이 동네를 선택한다”며 “중고교의 경우 분당 내에선 전학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분위기는 관련 지표에서도 드러났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분당구 전세가격 변동률은 줄곧 마이너스였지만, 이달에는 상승세를 보였다. 5월3주차(22일 기준)엔 0.27%올랐다. 같은 기간 서울 자치구 중 분당보다 전셋값 상승 폭이 큰 곳은 송파(0.54%)가 유일하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2000가구 이주는 전셋집 2000개가 필요하다는 말로, 전세가가 오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분당은 실거주와 투자 수요 선호도가 높은 지역이므로 전세 물량이 적은 편인 데다, 수요가 급증해 전세가가 더욱 두드러지게 상향 조정됐다”고 했다. /김서경 땅집고 기자 westseou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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