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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보증보험 기준 강화 뒤 생긴 일…세입자에 고소당하거나, 차용증 쓰거나

    입력 : 2023.06.01 07:49 | 수정 : 2023.06.01 14:29

    [땅집고] 지난 달부터 보증보험가입 기준이 변경되면서 일부 임차인들이 보증보험 가입 기준이 미달되자 임대인을 고소하는 사례가 나왔다. /독자 제공

    [땅집고] 지난해 10월 인천 미추홀구에서 다세대주택 전세 계약을 체결한 세입자 A씨. 계약 체결 당시 전세보증보험에 가입하는 것을 잊고 있다가 최근 전세사기 문제가 불거지면서 늦게라도 보증보험에 가입하려고 했다. 하지만 지난달 정부가 보증보험 가입 시 주택가격 산정 기준을 변경하면서 전세금이 가입 기준에 비해 높아 ‘자격 미달’로 가입할 수 없게 됐다. A씨는 “집주인이 보증보험을 가입할 수 있는 집이라고 속여 계약을 유도했다”며 사기죄로 고소했다. 이에 따라 당시 계약서를 쓴 공인중개사, 중개보조원 모두 피의자 신분으로 경찰 조사대상이 됐다. 집주인은 “졸지에 범법자 취급 받게 됐다”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B씨는 지난달 서울 강서구 화곡동의 한 오피스텔을 1억3000만원에 전세 계약을 했다. 그런데 계약 당일 집주인이 1억원에 대해서는 임대차계약을 맺고 나머지 3000만원에 대해서는 차용계약서(돈을 빌려주고 약속한 날에 돈을 갚을 것을 약정한 문서)를 쓰자는 제안을 했다. 이 오피스텔의 실거래가가 1억1500만원이어서 전세보증보험에 가입하려면 보증금이 1억350만원(1억1500만원X90%)을 넘으면 안 되기 때문에, 보증보험 가입을 원하는 B씨에게 집주인이 묘책(?)을 역제안한 것이다.

    최근 바뀐 전세보증보험 기준으로 인해 임대차 시장에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지난달 정부는 전세 사기 방지 대책으로 다세대·다가구 주택 전세보증보험 가입시 주택 가격을 산정할 때 최우선 기준을 공시가격으로 변경했다. 지어진 지 1년 이상된 주택은 공시가격이 있는 만큼 사실상 가입기준이 공시가격으로 일원화된 셈이다. 기존에는 주택가격을 산정할 때 감정평가금액을 최우선 기준으로 적용했으나 5월부터는 공시가격이 없을 때에만 후순위로 감정평가액을 적용한다. 전세금 반환 보증보험 가입시 감정평가액을 부풀려 가입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게다가 보증보험을 가입할 수 있는 보증금의 한도도 줄어들었다. 기존에는 전세보증금이 주택가격의 100%까지 가입 가능했지만 5월 이후 90% 한도 내에서만 보증보험에 가입할 수 있다. 게다가 공시가격도 기존 150%에서 140%로 줄어들며 사실상 공시가격의 126% 한도 내에서 가입할 수 있게 된 것. 특히 지난해에 비해 올해 공시가격이 낮아지면서 보증보험을 가입할 수 있는 한도액이 더욱 줄어들었다.

    문제는 보증보험 가입 기준 변경 전 임대차 계약을 했지만 보증보험 가입을 하지 않고 있던 임차인들이다. 이들은 지난 4월까지만 해도 보증보험을 가입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난달 기준을 적용했을 때 더 이상 가입을 할 수 없게 됐다.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한 데다 보증보험 가입 요건까지 까다로워졌기 때문이다.

    실제 서울 금천구 독산동 다세대주택은 지난해까지만해도 전세금 2억8800만원(공시가격 1억9200만원X150%) 한도 내에서 보증보험을 가입할 수 있었다. 하지만 올해에는 공시가격이 하락하고 보증보험 가입기준이 달라져 전세금 2억2428만원(1억7800만원X126%) 이하여야 보증보험에 가입할 수 있다. 이 주택을 전세금 2억7700만원에 계약한 임차인이 보증보험을 갱신하려면 집주인으로부터 5000만원 정도를 돌려받거나 기존 전세금 중 일부를 월세로 전환해야 가능하다.

    [땅집고] 전세사기 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 등이 2023년 5월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깡통전세 특별법 제정 촉구 1만인 서명운동 및 무기한 농성 돌입'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3.05.08/뉴시스

    임대인들은 적정 전세금을 산정하는 기준으로 공시가격 외에 다른 기준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임대인 C씨는 “공시가격은 시세를 반영하지 못하는 만큼 KB시세나 부동산테크 등 공식적인 기준을 새롭게 주택산정기준으로 적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다세대·다가구 주택을 KB시세나 부동산테크 등의 기준으로 가격을 산정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했다. 서진형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는 “아파트는 KB시세를 적용했을 때 실제 시세와 비슷한 수준이라 보증보험 가입 기준으로 적용할 수 있지만 빌라의 경우 아예 KB시세가 없어 시세기준을 새롭게 정하기에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대신 보증보험가입 기준 변경일인 5월 1일 이전 전세계약 체결한 임차인에 한해서 보증보험을 가입할 수 있게 해주는 방식으로 퇴로를 열어줘야 한다고 했다. 서 대표는 “세입자들은 전세 계약 당시 보증보험 제도를 믿고 계약을 체결한 것”이라며 “보증금액이 부실화될 우려가 있기는 하지만 제도 개정 전 전세계약을 체결한 임차인들의 경우 계약 체결 시점 기준으로 소급 적용해 가입을 허용해 줘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소급적용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HUG 관계자는 “이미 지난 2월부터 보증보험가입기준 변경을 예고한 만큼 보증보험 미가입자에게 3개월간 유예기간이 주어졌다”며 “사실상 5월 이후 소급 적용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현실적으로 이들을 구제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바뀐 기준을 그대로 적용하면 ‘표준임대료’를 제정하는 것이나 다름없으며 이로인해 파산하는 임대인들이 늘어날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강우진 아이엔(임차in 개발사) 대표는 “전세사기 대책으로 임대료 상한이 정해진 셈이라 부동산 시장 분위기가 대세 상승으로 전환해 빌라 시장 전세금이 오르는 게 지금 임대인들을 구제할 유일한 방법”이라며 “이대로라면 임대인 대다수가 파산해 빌라들이 경매 물건으로 나올 확률이 높다”고 했다. /전현희 땅집고 기자 imh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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