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3.05.31 07:23
'공사비 갈등'에 서울 분양·입주 줄줄이 밀려
"돈 되는 것만 지을래" 건설사도 선별 수주
서울 새 아파트 더 귀해질 듯
[땅집고] 최근 원자재와 인건비 상승, 금리 인상에 따른 건축비 증가로 서울의 주택 사업지 입주와 분양이 지연되면서 신규 아파트 수급에 적신호가 켜졌다. 업계에선 서울의 입주 물량이 평년 대비 연간 1만가구 이상 감소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경기가 침체해도 주택 수요가 많은 서울에 공급이 줄면 집값 양극화가 더 심화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올해 7월 서울 은평구에 1223가구 입주를 앞둔 ‘DMC파인시티자이’(수색6구역 재개발) 조합이 최근 시공사 GS건설과 공사비 증액 문제로 갈등이 불거지면서 입주 지연 사태가 우려되고 있다.
30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GS건설은 최근 조합에 원자재 가격 상승, 설계 변경 등을 이유로 공사비 92억원을 인상해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합은 건설사 요구에 반발하며 협상에 들어갔지만, 아직도 합의에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7월 서울 은평구에 1223가구 입주를 앞둔 ‘DMC파인시티자이’(수색6구역 재개발) 조합이 최근 시공사 GS건설과 공사비 증액 문제로 갈등이 불거지면서 입주 지연 사태가 우려되고 있다.
30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GS건설은 최근 조합에 원자재 가격 상승, 설계 변경 등을 이유로 공사비 92억원을 인상해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합은 건설사 요구에 반발하며 협상에 들어갔지만, 아직도 합의에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8월 말 3375가구 입주가 예정된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원베일리’(신반포3차·경남아파트 재건축)도 마찬가지로 시공사와 조합원 간 공사비 증액 문제로 파열음이 증폭되고 있다. 앞서 시공사인 삼성물산은 추가 공사비 1560억원을 조합에 요구했으나 조합이 반발해 지난 3월 초 한국부동산원에 공사비 증액에 대한 검증을 맡겼다. 부동산원은 지난달 말 추가 공사비 중 1220억원만 증액이 타당하다고 결론 내렸다. 하지만 협상을 이끌던 한형기 부조합장의 직무가 정지되는 등 집행부 공석이 이어지면서 관리처분변경인가 등의 절차가 지연 중이다.
두 단지 가구 수는 총 4600여 가구로 올해 서울시가 추산한 재건축·재개발 입주 예정 물량(1만5301가구)의 30%를 차지한다.
■ “입주 한 달 앞두고 92억원 더 달라?”…‘공사비 갈등’에 서울 분양·입주 줄줄이 밀려
올 초 서울시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서울 아파트 입주 예정 물량은 3만3338가구, 내년에는 3만8512가구가 입주할 예정이다. 지난 5년 연평균 입주량인 4만5499가구보다 연간 1만 가구씩 감소한다. 시는 “2024년까지 연평균 물량을 밑돌지만, 경기가 회복하면 2025년부터는 평년 수준을 되찾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공사비 상승 여파로 올해 분양을 앞둔 곳들이 분양 일정을 계속 미루고, 건설사의 수주 물량도 크게 줄면서, 2025년 이후까지도 서울 입주 물량이 지난 5년 평균치보다 더 감소할 것이란 관측이다.
서울은 한강변 핵심 사업장들마저 공사비 문제로 분양이 밀리고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서초구 ‘래미안원펜타스’(신반포 15차 재건축)는 2024년 641가구 입주가 예정됐다. 하지만 이 사업지는 지난해까지 시공사인 대우건설과 조합이 법정공방을 벌이면서 몇 차례 분양이 미뤄졌다. 올해도 소송이 계속 진행되는 데다 조합원 추가 분담금 등이 더해져 연내 일반 분양은 불투명해졌다.
내년 3308가구가 입주할 예정인 ‘신반포메이플자이’(신반포4지구 재건축)도 마찬가지다. 작년 말 시공사인 GS건설이 조합에 기존 9300억원에서 4700억원 증액된 1조4000억원 규모 공사비를 요구해 사업이 지연됐다. 지난 4월 조합이 건설사와 가까스로 갈등을 봉합했지만, 공사 기간이 2024년 8월에서 2025년 4월까지 늦춰졌다.
올해 강북 재개발 분양 최대어로 꼽히는 동대문구 이문동 이문1구역(래미안 라그란데)은 지난 5월4일 이문1재정비촉진구역 조합장 정모 씨가 사기 등의 혐의로 검찰에 불구속 기소되면서 연내 분양이 물 건너간 분위기다. 이 단지는 총 3069가구 규모로 삼성물산이 시공한다. 조합에선 올 상반기 내 분양을 추진했지만, 작년까지 조합원 분양가를 책정하지 못한 데다 조합장 비리 의혹까지 겹쳐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1구역 인근 사업지인 이문3구역 ‘이문아이파크자이’(4321가구)도 최근 조합과 시공사 공사비 갈등이 불거져 분양 일정이 4월에서 하반기로 밀렸다.
이문 1구역과 3구역은 재개발을 통해 2024년, 2025년 각각 입주할 예정이었다. 올해 두 곳 분양이 사실상 어려워지면서, 향후 2년 내 서울 새 아파트 7300가구 공급이 사라지게 됐다.
30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서울에 착공한 아파트 물량은 6239가구로 지난해 같은 기간 1만5320가구의 절반 이하였다. 같은 기간 서울의 분양 물량도 3795가구로 지난 5년 평균치보다 16% 감소했다.
■ 주요 건설사들 “확실한 곳만 수주”…서울 새 아파트 더 귀해질 듯
서울 사업지도 공사비 상승으로 수익성을 담보할 수 없게 되자 최근엔 건설사들이 수익이 확실한 사업지가 아니면 수주 자체를 꺼리는 분위기다.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내 신규주택 수주액은 5조199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0.0% 이상 감소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올해부터는 서울이나 수도권 핵심지 정비사업 위주로만 수주 계획을 세우고 있다”며 “그나마 정비사업은 조합원 물량이 어느 정도 확보됐고, 분양가가 올라도 수요가 넘쳐서 부담이 덜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서울 등 주요 지역에서는 새 아파트 공급이 감소해 지역별 집값 양극화도 더 심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 “2008년 금융위기가 닥쳤을 때도 경기 침체로 주택 시장 수요가 줄고, 공급이 바닥났는데 그 여파가 지나간 이후 다시 수요가 회복되자 공급 부족 사태가 더 커졌다”며 “지금도 마찬가지로 경제 위기로 주택 시장이 침체한 것인데, 다른 점이 있다면 예전보다 수요가 더 많다는 것이다, 수급 불균형 문제가 심화하면 서울 주요 아파트 가격은 이전보다 더 크게 오를 수 있다”고 했다. /김리영 땅집고 기자 rykimhp2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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