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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량리도 했는데 우리도" 영등포 타임스퀘어 앞 집창촌 이번엔 사라질까

    입력 : 2023.05.27 08:40

    [땅집고] “청량리역은 우습게 볼 정도로 입지가 좋은 곳인데, 그동안 개발이 너무 미뤄졌어요. 빨리 저 골목(성매매 밀집지역)이 사라지면 좋겠습니다. 주민들도 밤엔 거길 못 지나가요.” (영등포구 영등포동4가 노점상 주인 A씨)

    [땅집고] 17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동4가 일대 성매매 집결지. 입구에는 '청소년 출입금지구역'이라는 팻말이 붙어 있다. /김서경 기자

    서울 마지막 집창촌이 있는 영등포역 일대가 초고층 주거·상업 단지로 탈바꿈할 전망이다. 이 일대는 롯데백화점, 신세계백화점, 타임스퀘어를 품고도 집창촌과 쪽방촌이 빼곡히 있어 수십년간 ‘낙후 지역'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집창촌과 쪽방촌 일대를 중심으로 정비사업이 가시화하면서 새로운 희망의 싹이 움트고 있다.

    일각에서는 영등포역 일대가 서울 서남권 최고의 중심지가 될 날이 머지 않았다는 기대감을 내비치기도 한다. 사통팔달 잘 갖춰진 교통망에다 개발 호재들이 잇따르고 있어서다. 국회의사당과 증권가 몰린 여의도까지는 걸어서 왕래할 정도로 가깝다. 특히 최근 청량리588 자리에 65층 규모 주상복합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고 입주가 시작되면서, 영등포역 일대 집창촌도 개발해야 한다는 주민들 열망이 그 어느 때보다 강하다.

    [땅집고] 17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동4가 타임스퀘어에서 바라본 성매매 집결지. /김서경 기자

    25일 서울 지하철 1호선 영등포역 인근 한 백화점 VIP 주차장을 지나자 일명 ‘유리방’으로 불리는 성매매 업소들이 눈앞에 펼쳐졌다. 이 골목은 초입에 있는 주차장이나 카페, 공업사를 제외하면 모두 성매매 업소로 이뤄져 있다. 대부분 업소는 유리창에 암막 커튼을 치고 자물쇠를 걸어뒀다. 그러나 일부 업소는 내부가 훤히 보이게 문을 열어둔 채 영업을 하고 있었다.

    골목 끝 지점 업소들엔 ‘임대 문의’라는 글자와 전화번호가 붙어 있었다. 암막커튼 사이로 보이는 의자와 내부 집기엔 먼지가 수북이 쌓여 있었다. 한 업소 창가엔 성매매 여성 생존권을 보장해달라는 팻말이 붙어 있었다. 인근 주민 A씨는 “청량리588이 사라졌듯 이곳도 개발이 확정된 만큼, 점점 문을 닫는 추세”라고 귀띔했다.

    [땅집고] 17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역 인근 쪽방촌. /김서경 기자

    영등포구청 등에 따르면 집창촌 일대에서는 ‘영등포 도심 역세권 도시정비형 재개발 사업’이 추진된다. 영등포동4가 431-6번지 일대로, 면적은 약 2만3094㎡ 다. 이곳에는 약 999가구(임대 포함) 공동주택과 부대ㆍ복리시설이 들어설 예정이다. 영등포구는 땅의 용도가 상업지구인 만큼, 용적률 700%를 적용해 최고 150m에 달하는 초고층 건축물을 올린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8월에는 주민동의율 76%를 얻어 개발을 주도하는 추진위원회도 설립됐다. 추진위는 올해 3월 도시계획 용역과 설계회사 용역 공고를 내는 등 협력업체를 선정하고 있다. 영등포구 관계자는 “정비업체 선정이나 창립 총회 등을 아직 하지 않아서 조합 설립은 하지 못했다”며 “사실상 조합 설립 전 단계”라고 설명했다.

    쪽방촌 개발 사업도 이 사업에 활력을 불어넣는 요인이다. 영등포구는 쪽방촌 일대에 1190가구 규모의 ‘공공주택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중 590가구는 임대주택으로, 기존 쪽방촌 주민들에게 돌아간다. 현재 쪽방촌에는 약 300명이 거주하고 있다. 이 사업은 지난해 8월 지구계획 승인·고시가 났다. 현재 구는 착공을 앞두고 토지소유자 등과 보상을 논의 중이다.

    다만, 우려 섞인 목소리도 있다. 성매매 종사자들에 대한 자활이나 주거 지원책이 마련되지 않아서다. 여기에 현직 추진위원회장인 B씨가 자기 소유의 토지와 건물을 성매매 장소로 제공하면서 수익을 관리한 혐의로 기소되면서 사업 추진에 제동이 걸린 상태다. 그는 재판에서 무죄를 주장했으나, 아직 소송이 진행되고 있다. 영등포동4가 인근 한 부둥산 중개업소 관계자는 “B씨가 상당한 재력가이며 유명 국회의원과 친해서 그간 개발이 안 됐다는 말이 파다하다”고 했다.

    [땅집고] 서울 영등포구 일대 쪽방촌 및 집창촌 위치. /영등포구청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등포역 일대는 업계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현재 서남권 교통 요지로는 영등포역과 신도림역, 여의도역 등이 꼽히는데 영등포역 일대의 개발 가능성이 가장 높아서다. 신도림역과 여의도역의 경우 이미 인근에 고밀도 개발이 다수 이뤄져 개발 여력이 제한돼 있다.

    신안산선 개통(2025년 6월 예정)도 긍정적인 신호다. 신안산선은 경기도 안산부터 서울 여의도를 잇는 총연장 44.7㎞의 광역철도 노선이다. 현재는 영등포역에서 여의도역까지 지하철로 1회 환승해야 하지만, 신안산선을 타면 1정거장만 이동하면 된다. 이곳에서 여의도 접근성 개선이 중요한 이유는 풍부한 ‘직주근접’ 수요를 끌어들일 수 있어서다. 여의도에는 국회의사당과 여의도 증권가, 방송국 등이 있다. 영등포역에서 여의도역, 국회의사당까지는 직선거리로 각각 1.6km에 불과하다.

    인근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는 “영등포는 지하철 2개 노선으로도 서남권 교통 요지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본다”면서도 “다만, 그동안 이 일대 개발이 수차례 무산된 만큼 주민들은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김서경 땅집고 기자 westseou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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