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3.05.24 07:46
홍대·합정 피해 형성된 '뒷골목 상권'
공실 적긴 하지만, 그 이면엔
"일주일에 절반 문 닫아두죠"
[땅집고] 지난 22일 오전 찾은 서울 마포구 망원동. 빼곡한 주택 사이 아기자기한 상점들이 눈길을 끌었다. 망원동 일대는 상가가 부족한 터라 주택을 개조해 가게로 활용하는 곳이 많다. 이 때문에 상권이 한 곳에 밀집되어 있다기보다는 주택가 곳곳에 퍼져 있다. 카페와 식당, 독립서점 같은 이른바 ‘세포 상점’이 골목골목에 있어 찾아다니는 재미가 쏠쏠하다.
이곳 상권의 남다른 자랑거리라고 한다면 공실률이 ‘제로’라는 점이다. 한국부동산원 공실률 통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망원동 일대 공실률은 0%다. 지난해 1분기 4.2%를 기록한 이후 꾸준히 0%를 유지하고 있다. 경기 불황이 장기화하면서 전국 대부분의 상권이 공실로 휘청거리는 가운데 ‘공실률 제로’의 비결이 사뭇 궁금해지기도 했다.
하지만 ‘0%’에 달하는 공실률과는 대조적으로 대부분의 가게가 문을 닫은 상황이었다. 인근 망원시장은 월요일 오전임에도 음식이나 물건을 구매하러 온 방문객들로 북적였지만, 상점이 있는 주택가를 중심으로는 적막감이 감돌았다.
가게 영업시간을 살펴보니 대부분 월요일에는 문을 닫고, 주로 목, 금, 토, 일요일에만 운영하는 가게들이 많았다. “망리단길이 주말 장사로 먹고사는 상권”이라는 망원동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 A씨의 말을 듣고서야 의문이 풀렸다. 주중에는 원주민을 제외하고는 유동 인구가 거의 없어 일주일에 절반은 문을 닫아둔다고 했다.
일주일 중 반만 운영하는 가게가 상당수인데도 망리단길 상권이 공실률 0%를 이어올 수 있었던 원인으로는 지난 3년간 이어진 코로나 사태의 여파가 꼽힌다. 홍대 같은 번화가 상권의 비싼 임대료를 견디지 못한 임차인들이 상대적으로 싼 주택가로 진입하기 시작하면서 일명 ‘뒷골목 상권’이 형성됐다는 것이다.
A씨는 “홍대나 합정 같은 대형상권 임대료와 비교해서는 이곳 상황이 나은 것은 사실이긴 하지만 요즘은 장사가 하도 안돼서 조만간 공실이 늘어날 분위기”라면서 “입소문을 타고 장사가 잘되는 곳은 잘 되지만, 상황이 그렇지 않은 곳은 겨우 버티는 수준”이라고 했다.
또한 A씨는 “아무래도 망원동이 홍대, 합정, 연남동과 비교해서도 임대료가 싸니까 대형상권에서 버티지 못한 상인들이 망원동으로 많이 넘어와서 공실이 적은 편”이라면서 “그렇게 오면 뭐 하나. 장사는 안되고 여기 임대료마저도 오르다 보니 버틸 재간이 없지 않겠느냐”고 한숨을 내쉬었다.
실제 망원동 일대 임대료는 마포구 일대 상권 중에서 저렴한 편에 속한다. 한국부동산원 지역별 임대료 통계에 따르면 망원동 소규모 상가 3.3㎡(1평)당 임대료는 4만1300원 수준이다. 홍대, 합정 평당 임대료가 5만6600원이고, 동교, 연남 평당 임대료가 5만1700원인 것과 비교해서도 1만원 이상 싸다.
결국 홍대나 합정, 연남동 일대의 비싼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해 임차인들이 인근 망원동으로 몰려든 탓에 공실률이 낮긴 하지만, 이를 상권 전체가 활성화했다는 뜻으로 오인하면 안 된다는 의미다.
망원동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 B씨는 망원동 일대에 찾아올 젠트리피케이션(임대료 인상 등으로 원주민이 내몰리는 현상)을 우려하기도 했다. B씨는 “망원동이 장사 잘된다고 여기저기서 홍보하는 곳이 많은데 실상은 장사가 안돼서 겨우겨우 버티는 상점이 많은 형편”이라면서 “임대료가 계속 오르고 있어 여기 상인들도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했다. /배민주 땅집고 기자 mjba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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