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3.05.22 08:47
[땅집고] “군인들한테 바가지 엄청 씌우더니, 이렇게 상권이 다 망해버린 모습을 보니 고소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짠하기도 하고 그러네요….”
과거 국군 장병들에게 ‘바가지요금’으로 악명 높았던 강원도 양구군 일대 상권 근황이 최근 알려지면서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군부대 수요로 지탱하던 양구군 지역 상권이 2019년 군부대 해체 등으로 거의 초토화 수준인 것으로 전해지면서 네티즌들의 반응이 엇갈린다.
양구군은 북쪽으로 휴전선이 지나는 북한 접경지역이다. 이에 약 5600여명 규모인 제2보병사단(2사단)이 양구군과 인근 인제군에 걸쳐 주둔했다. 일자리가 부족한 지역 특성상 양구군 지역 경제는 군부대 장병들의 소비에 의존하는 구조였다. 군인들이 외박할 때 군부대에서 멀리 벗어나지 못하도록 하는 ‘위수지역’ 제도도 이 일대가 ‘군인 전용 상권’으로 자리 잡는 데 한 몫했다.
문제는 최대 고객인 군인들을 대상으로 ‘바가지 요금’이 성행하면서다. 양구군 일대 식당을 비롯해 숙박업소, PC방 등 편의시설마다 군인들에게 돈을 더 받는 악덕 점포들이 생겨났다. 허름하기 짝이 없는 여인숙이 1박에 10만원, PC방은 주말 시간당 요금이 2000원 가까이 되는 등 물가가 서울 도심과 맞먹거나 오히려 더 높은 수준이었던 것.
하지만 정부가 2019년 병사 위수지역을 폐지하면서 견고하던 양구 상권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외박 허가를 받은 군인들이 양구 일대에 머무를 이유가 사라지면서, 지역 상권이 급격히 위축되기 시작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같은 해 ‘국방개혁 2.0 계획’에 따라, 양구군에 주둔하던 2사단이 해체 후 재편됐다. 이에 그동안 지역 경제를 뒷받침하던 장병들을 비롯해 면회객들까지 동시에 크게 줄면서 양구 상권은 빠르게 ‘유령 상권’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양구군은 군부대 철수에 따른 경제적 손실이 연간 930억원대 규모라고 추산하고 있다.
군부대를 잃은 양구는 인구까지 줄면서 거의 지역 자체가 소멸 위기에 처해 있다.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통계에 따르면, 2018년까지만 해도 2만4000여명을 유지하던 양구군 인구가 올해 4월 기준 2만1300명대로 급감했다. 강원도에서 인구가 가장 적으며, 전국 군 지역 중에서도 전북 장수군과 경북 영양군·울릉군에 이어 하위 4번째를 기록하고 있다.
이에 양구군은 지역 경제를 되살리기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지난해 8월 양구군은 도비 10억원과 군비 6억원 등, 총 16억원을 들여 골목 상권을 현대화하는 사업을 추진했다. 이번 사업은 남아있는 군인 장병들과 일반 이용객들이 양구 일대 상권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점포 내부 시설을 정비하고 간판을 바꾸는 등, 낡은 상권을 재정비해 수요를 끌어들이려는 목적이다.
하지만 이미 동력을 잃어버린 양구군 상권이 회복되기는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지역 핵심 교통시설인 양구시외버스터미널 1층에서 십수년간 성업하던 ‘군인마트’가 폐업하고 일반 휴대폰 대리점으로 바뀐 지 오래며, 적지 않은 식당들도 문을 닫은 상황이다.
이 같은 양구군 상권 근황을 접한 네티즌들은 “자업자득이다. 10여년 전 피시방 가면 주민들한테는 1000원 받고, 군인들한테는 2000원 받았다. 수입산 냉동삼겹이 1인분에 1만4000원이었고 민박도 9만원에 달하는 등 바가지가 너무 심했다”, “터미널 옆 중국집에 가서 짜장면, 탕수육 시켰는데 음료나 주류를 무조건 시켜야 한다고 강요했다”는 등 후기를 쏟아내고 있다.
반면 “남자친구가 양구에 복무 중이라 종종 갔는데, 최근에는 대부분 맛도 좋고 가격도 착하다. 모텔도 5만~6만원대고”라며 “옛날에 워낙 군인들 상대로 (바가지 요금을 씌우는 바람에) 인식이 안 좋은 건 당연하겠지만 안타깝다”는 등의 댓글도 눈에 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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