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3.05.21 07:25
[땅집고] 최근 경매시장에선 강남권 아파트들의 인기가 뜨겁다. 이를 입증이라도 하듯 최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강남구 대표 재건축 단지인 은마아파트 입찰에 50명에 가까운 응찰자가 몰렸다.
업계에서는 집값이 오르는 전조현상으로 아파트 실거래가 보다 경매 낙찰가가 뛴다는 말이 있다. 전문가들은 시간이 다소 걸리겠지만, 강남권 아파트의 선전이 서울 아파트 경매시장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바라봤다.
업계에서는 집값이 오르는 전조현상으로 아파트 실거래가 보다 경매 낙찰가가 뛴다는 말이 있다. 전문가들은 시간이 다소 걸리겠지만, 강남권 아파트의 선전이 서울 아파트 경매시장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바라봤다.
법원 경매정보에 따르면 18일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 84㎡가 26억5288만원에 낙찰됐다. 최저입찰가는 17억8560만원이지만, 낙찰가는 이보다 약 9억 높은 26억5288만원이다.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은 95%로, 감정가인 27억9000만원에 가깝다. 또한 차순위입찰가격도 24억1500만원으로, 2차 입찰가(22억3200만원)보다 높다.
이 매물 입찰에 무려 45명이 나섰다. 이 정도 낙찰가라면 지난해 11월 진행된 1차 입찰에서 여유롭게 낙찰받을 수 있었을 텐데, 반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이 매물을 차지하려고 이 난리일까 하는 의문이 든다.
바로 실거주 의무가 면제돼, 전세를 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강남구 대치동 일대는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돼 있다. 이 구역 내 주택을 산 매수자는 2년간 실거주를 해야 한다. 하지만 경매로 주택을 매수한 경우는 예외다. 낙찰자가 전세를 놓을 수 있다는 말은 경매대금 일부를 회수할 수 있다는 말이다. 이달 들어 은마아파트 같은 주택형은 4억4500만원~6억5000만원에 전세 계약이 체결됐다.
또한 이 아파트는 재건축 예정 단지로, 조합 설립이 코앞이다. 투기과열지구에선 조합 설립 이전에 소유권을 확보해야 조합원 지위를 인정받을 수 있다. 은마아파트재건축정비사업추진위원회(추진위) 등에 따르면 이 단지는 조합 설립을 위한 상가 소유주 절반의 동의를 얻어냈다. 그간에는 상가 반대로 인해 조합 설립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서초구와 송파구 아파트 인기도 만만찮다. 송파구 올림픽선수기자촌 전용 163㎡은 이달 감정가의 97.96% 수준에 낙찰됐다. 문정동 ‘올림픽훼밀리타운’ 전용 136㎡도 감정가 15억4000만원보다 3억5000만원 이상 높은 가격에 새 주인을 만났다. 서초구 ‘서초3차현대아파트’ 전용 83㎡ 입찰엔 21명이 몰렸다. 이 물건 역시 최저감정가보다 2억5000만원 높은 가격에 낙찰됐다.
이러한 분위기는 수치로도 확인된다. 강남구 아파트 낙찰 건수는 증가하는 추세다. 올해 1~5월 강남에서는 총 23건이 낙찰됐는데, 이는 2022년(7건), 2021년(6건)보다 높은 수준이다. 송파구의 올해 1~5월 낙찰 건수(8건)도 전년 같은 기간(6건)보다 높다. 서초구는 올해 1~5월간 총 11건이 낙찰됐는데, 이는 2022년(9건), 2021년(3건)을 합한 수치에 근접한다.
경매시장뿐 아니라 실거래에서도 강남권 아파트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강남 일대 아파트값은 지난달 넷째주부터 상승 전환해 3주 연속(▲0.02% ▲0.03% ▲0.01%)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실제 지난 1월 도곡렉슬 114㎡(이하 전용면적)는 31억5000만원에 거래되며 최고가 대비 9억5000만원 떨어졌으나 지난 2~4월 반등해 35억7000만원에 거래됐다. 개포동 래미안블레스티지 59㎡는 지난 1월 16억7400만원에 거래되며 최고가 23억원(2021년 11월)에 비해 6억2600만원 하락했으나 지난달 18억5000만원에 팔리며 두달 만에 1억7600만원 올랐다. 송파구 잠실동 ‘잠실엘스’ 59㎡ 매매가는 이달 집값이 회복하며 18억원, 17억8000만원에 각각 거래됐다.
경매시장 전망에 대해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강남권 아파트 경매 수요가 서울 전역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아직까지 대출 금리가 높고, 특례보금자리론 등 모기지 정책을 적용할 수 있는 단지가 많지는 않아서 바로 반등하기엔 어렵다”고 말했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장기적으로는 강남뿐 아니라 비강남의 낙찰가율이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며 “올해 상반기 서울 아파트 급매물이 소진되면서, 저가 매물을 찾는 이들이 경매 시장으로 발길을 돌렸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다만, 경매가 ‘물건을 저렴하게 산다’는 이점이 있지만, 세입자 퇴거와 보증금 반환문제, 인테리어 비용 발생 등 여러 따져야 할 점이 많으므로 가격만 보고 달려들어선 안 된다”고 조언했다. /김서경 땅집고 기자 westseou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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