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3.05.19 11:45 | 수정 : 2023.05.19 11:58
[땅집고] 전북도가 기존 한옥풍이던 전북도립국악원을 철거하고 현대식 국악원 신축에 착수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반대 여론이 재점화되고 있다. 건물 설계 과정에서 ‘한옥마을이 유명한 전주에 짓는 국악원인 만큼, 기존 한옥 느낌을 살려야 한다’는 전문가와 도민 목소리를 배제한 채 설계안대로 공사를 강행하고 있어서다.
기존 전북도립국악원 건물은 전주시 덕진구 덕진동 일대에 1985년 준공했다. 지붕을 한옥 처마로 장식한 점이 국악원의 상징이자 정체성으로 인식됐다.
다만 건물이 준공 40년 넘어 노후화가 진행되면서 각종 문제가 발생했다. 개원 당시만 해도 350여명에 그치던 국악 연수생 수가 1600여명까지 불어나면서, 건물 내 연수 공간이 부족해지고 주차 및 편의시설 개선에 대한 요구가 끊이지 않았다. 더군다나 건물 구조 안전성과 내진 성능을 측정한 결과 보수와 보강이 필요한 C등급을 받으면서 안전 문제까지 우려되는 상황. 결국 전북도는 도립국악원을 허물고 새로 짓는 사업을 진행하기로 했다.
2021년 3월 전북도는 도지사 권한으로 전북도립국악원 증개축 사업에 대한 건축설계 공모를 했다. 새로 짓는 국악원은 지하 1층~지상 4층 규모로, 연면적이 기존 2504㎡에서 4675㎡로 두 배 정도 늘어난다. 예산으로는 공사비 177억4400만원, 설계비 11억4525만원 등이 책정됐다.
같은 해 6월, 전주시에 본사를 둔 ㈜길종합건축사사무소이엔지가 제시한 설계안이 총 8표의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채택됐다.
당선된 설계안이 몰표를 받은 만큼 탈락작보다 낫다는 평가가 지배적이긴 하지만, 대부분 심사위원들은 ‘국악원 건물인데도 전통성이 엿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당시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김건옥 건축사는 “기능적, 계획적 관점에서는 우수한 것으로 판단되나 전통에 대한 새로운 해석 또는 고민에 대한 흔적을 찾을 수 없어 아쉽다”고 했다. 김희순 건축사 역시 “대지 효율성과 평면 계획이 짜임새 있게 구성됐으나, 도립국악원으로서 전통적 상징성이 전혀 없다”고 평가했고, 안선호 원광대 건축학과 교수도 “과업지시서에서 요구하고 있는 전통성에 대한 해석과 이를 적용하려는 의지가 다소 미흡하다”고 적었다.
설계안을 확인한 국악인들 역시 깜짝 놀랐다. 한옥 지붕을 얹었던 기존 도립국악원의 정체성을 살린 건물이 지어질 것이라고 기대했는데, 국악과 전혀 상관없는 외관을 한 현대식 건물에 크게 실망한 것. 이에 국악인들 사이에서 “국악원 신축 사업은 타당하지만 국악 정체성과 옛 건축 양식을 어느 정도 지켜달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주민들 사이에서도 “다른 지역도 아닌 한옥마을로 유명한 전주시에서 ‘한옥 지우기’ 사례가 나오게 돼 아쉽다”는 의견이 적지 않았다.
실제로 전국 곳곳 국악원들은 신축이나 리모델링 사업을 거치더라도, 건물 외관상 전통 느낌이 나도록 짓고 있다. 실제로 서울 서초구에 있는 ‘국립국악원’은 꼭대기에 처마가 하늘을 향해 있는 기와지붕을 얹고 있고, 인근 ‘연희풍류극장’ 역시 전통 창살 문양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건축양식을 띠고 있다. 대전 ‘시립연정국악원’도 건물 외벽에 낸 창문을 전통 패턴을 참고해 만들었다.
그럼에도 전북도는 논란이 된 설계안에 따라 신축 사업을 강행하기로 결정했다. 이미 지난해 12월 한옥식 전북도립국악원 건물은 전면 철거된 상태다. 올해 3월 새 건물 착공에 돌입해, 이르면 2025년쯤 완공할 예정이다.
다만 전라북도 측은 심사위원이나 국악인 등 관계자들이 정통성 비판을 제기했던 점을 고려해 설계안을 일부 수정했다고 설명한다. 기존 한옥식 건물보다는 전통적인 느낌이 많이 없긴 하지만, 최대한 한옥 느낌이 나게끔 설계를 변경했다는 것.
전북도 관계자는 땅집고와의 통화에서 “3층에 배치한 동그란 공연장은 장구를 형상화한 것이고, 각 층에 설치하는 갈색 루버(louver·폭이 좁을 판 여러 개를 일정 간격을 두고 배치한 것)는 가야금 현을 따서 만든 것”이라며 “조감도에는 없지만 국악원 부지에 한식 담장을 설치하고, 외벽 자재도 금속은 자제하고 고벽돌을 사용해서 나름의 한옥미를 내 볼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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