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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영향평가 한 번에 통과…금호벽산아파트 리모델링 마지막 고비만 남았다

    입력 : 2023.05.18 13:43 | 수정 : 2023.05.18 13:50

    [땅집고] 서울 성동구 금호벽산아파트. 이달 서울시가 심의하는 교통영향평가를 통과했다. /금호벽산리모델링 조합

    [땅집고]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 중인 서울 성동구 ‘금호 벽산아파트’가 교통영향평가를 단박에 통과해 주목받고 있다. 리모델링 추진 단지들이 교통영향평가를 통과하려면 최소 두 세 차례 고배를 마시기 마련인데, 금호 벽산아파트는 단 한 번에 교통영향평가 문턱을 넘었기 때문이다. 사업은 더욱 탄력을 받게 될 전망이다.

    이달 초 서울시 도시계획심의를 조건부 통과한 ‘금호벽산아파트’는 성동구 금호동1가 633번지 일대에 최고 20층, 20개 동, 총 1707가구 규모로 2001년 준공했다. 이 단지는 수평·별동 증축 리모델링을 통해 지하 5층~지상 21층 21개동 1963가구로 탈바꿈할 전망이다. 256가구를 일반분양으로 공급한다. 5호선 신금호역·행당역과 600m 정도 떨어진 역세권 단지이며 단지에서 700m 거리에 금북초·옥수초가 있다. 동호대교를 건너면 강남구 압구정동으로 15분 내외로 이동할 수 있어 강남 업무지구로 출퇴근하는 직장인 수요가 많은 단지다.

    [땅집고] 금호벽산아파트 위치. /네이버 지도

    이 단지는 2020년부터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하기 시작해 같은 해 12월 조합을 설립했다. 2021년 8월 시공사로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을 선정하고 내년 초 권리 변동을 위한 사업계획 승인 동의서를 징구한 뒤 이르면 2024년 말 이주할 계획이다. 최근 국토부에서 동간 간격 기준을 완화하는 조례를 내놓은 만큼 건축 기준이 완화되면 인허가 과정이 빨라져 예상보다 이주 일정이 당겨질 가능성도 높다.

    벽산아파트 소유주들이 정비사업방식으로 재건축 대신 리모델링을 택한 것은 빠른 속도 때문이다. 준공 20년차 단지이기 때문에 재건축 연한인 30년을 채운 뒤 사업 진행을 하려면 적어도 15년을 기다려야 한다. 반면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연한(15년)은 이미 충족했다. 게다가 2022년 1월 안전진단에서도 전체 동이 리모델링 사업 추진이 가능한 B등급을 받았다. 재건축 사업의 경우 안전진단 기준(최소 D등급 이하)을 충족하지 못해 사업이 주저앉는 경우가 많다. 벽산아파트 주민들은 사업에 속도를 내기 위해 단지 구조안정성 기준이 낮은 리모델링을 추진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 단지가 이번 교통영향평가를 단박에 통과할 수 있었던 이유는 통상적으로 교통영향평가에서 심의위원들이 자주 지적하는 부분을 파악하고 미리 대응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정은성 금호 벽산아파트 리모델링 조합장은 “교통환경에 따라 아파트 입주민들의 생활이 크게 달라지는 만큼 최근 교통영향평가 심의가 까다로워졌다”며 “예를 들면 통행을 위해 도로 폭을 최소 2m 이상으로 확장하거나 진입로 위치를 조정하는 등 조합 자체적으로 심의에서 나올만한 지적사항을 개선하기 위한 과정을 길게 준비하면서 본 심의에서 쉽게 통과할 수 있었다”고 했다.

    자체적으로 심의 적정성을 평가하는 등의 과정을 거칠 수 있었던 것은 금호 벽산아파트 리모델링 조합의 임원들이 전문가들로 구성돼 있기 때문이다. 조합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조합 임원은 전문성보다도 지역 일대 인지도 높은 소유주로 구성되는 경우가 많은 반면 벽산아파트의 경우 현 조합장을 비롯해 조합사무실 임원들이 건축사무소를 운영하거나, 시행업체에 근무를 하는 등 정비사업에 대한 전문성을 갖췄다”며 “그 덕에 정비사업을 추진하는 협력·용역업체, 시공사 등과 즉각적으로 소통을 할 수 있고 다른 전문가에게 조언을 얻는 시간을 단축해 시간을 줄일 수 있었다”고 했다.

    온라인 커뮤니티나 SNS 등을 활용해 조합원들과 임원이 즉각적으로 소통할 수 있었던 것도 사업 진행 속도가 빨랐던 이유다. 조합 관계자는 “조합 임원들 대다수 연령대가 40대 초중반으로 온라인으로 소통하는 데 익숙한 세대로 자질구레한 사항도 500여명이 속한 모바일 채팅방에 바로 공유한다”며 “조합원 간 빠르게 소통할 수 있었던 덕에 맨 처음 조합을 설립할 때도 동의서를 징구한 지 2개월 만에 60% 이상의 동의율을 달성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최근 건축비 상승과 금리 인상으로 사업비 증가가 예상되는 만큼 조합원 분담금 산정 과정이 이 단지 마지막 고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59㎡ 시세가 9억~10억원 정도인데, 59㎡를 보유한 집주인이 리모델링 이후 74㎡ 한 채를 받으려면 1억9000만원 정도의 추가분담금은 내야 한다. 조합 관계자는 “시공사가 2021년 제시한 건축비는 3.3㎡당 618만원으로 당시에도 높은 금액이었다”며 “동을 증축해 256가구를 일반 분양하는데 최근 물가상승률, 건축비 등을 반영해 분담금이 예상했던 것보다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전반적으로 부동산 시장이 회복되면서 이 단지도 소형 주택형 급매물 위주로 거래가 일어나고 있다. 다만 급매가 소진한 후에는 추격매수가 일어나지는 않고 있다. 김정동 리치벽산공인중개사 사무소 대표는 “리모델링 사업 속도가 빨라지면서 젊은 신혼 부부 등 실수요자들이 저렴한 축에 속하는 소형 주택을 찾고 있다”며 “59㎡가 올해 1~4월 7억2000만~8억6000만원에 거래되는 등 급매가 소진하면서 최근에는 9억3000만원으로 시세가 올라 추격매수는 일어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전현희 땅집고 기자 imh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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