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 메뉴 건너뛰기 (컨텐츠영역으로 바로 이동)

"1100억 올려줬는데, 1300억 더 달라니" 공사비 갈등에 첫 삽도 못 떴다

    입력 : 2023.05.18 08:06


    [땅집고] 지난해 철거를 마친 경기 수원시 권선6구역 재개발 현장이 조합과 시공사 간 갈등으로 착공을 못한 채 빈 땅으로 방치돼있다. /유튜브거성부동산

    [땅집고] 경기 수원시 권선6구역(매교역 펠루시드) 재개발 사업이 조합과 시공단 간 ‘공사비 갈등’으로 교착 상태에 빠졌다. 당초 올해 2월 착공해 이달 중 일반분양에 나설 예정이었는데, 양측이 주장하는 공사 금액 격차가 너무 커 4개월여 동안 첫 삽조차 못뜨고 있는 상황이다.

    ■수원 대장주 ‘권선6구역’, 공사비 갈등으로 사업 지연

    경기 수원시 세류동 권선6구역 재개발은 지하 2층~지상 15층, 32개동, 총 2178가구 규모의 ‘매교역 펠루시드’를 짓는 사업이다. 지하철 수인분당선 매교역 초역세권이면서 1호선과 KTX가 지나는 수원역이 가까운 핵심지인 데다, 일반분양 물량이 1234가구로 적지 않아 수도권 예비청약자들 관심 단지로 꼽혔다. 시공사가 국내 1위 대형 건설사인 삼성물산을 필두로 한 컨소시엄(SK에코플랜트·코오롱글로벌)인 점도 기대감을 키웠다.

    [땅집고] 경기 수원시 권선6구역 재개발 공사비 변동 내역. /이지은 기자

    권선6구역 최초 공사비는 2018년 관리처분계획인가 시기에 정한 4360억4341만원으로, 3.3㎡(1평)당 423만원 수준이었다. 그런데 조합 집행부가 바뀌고 이주비 보상 문제 등 내홍을 차례로 겪은 데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발 원자잿값 상승이 겹치면서 공사비 인상이 불가피하게 됐다. 이에 지난해 7월 조합과 시공단은 공사비를 평당 538만원 수준인 총 5546억8244만원으로, 기존 대비 27.3% 인상하는 공사계약변경계약서를 썼다.

    그로부터 7개월이 지난 올해 3월, 시공단이 공사비 인상을 재차 요구하면서 갈등이 터졌다. 시공단은 공사비를 평당 680만원인 총 7010억5270만원으로 올려달라고 했다. 지난해 인상했던 금액에서 26.3%, 최초 공사계약금과 비교하면 57.8%나 증가한 액수다.

    ■“작년에 공사비 27% 인상했는데, 올해 또 26% 올려달라니”

    [땅집고] 경기 수원시 권선6구역 공사비 계약서 제 8조에 "착공 시점이 변경되는 경우 공사 단가를 '소비자물가지수' 또는 '건설공사비지수' 중 낮은 것을 적용해 조정한다"고 적혀 있다. /권선6구역 조합

    권선6구역 조합은 시공단이 요구한 인상폭이 계약서를 위반한다고 주장한다. 계약서에 따르면 착공 시점 변경에 따른 공사 단가 조정은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소비자물가지수’나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의 ‘건설공사비지수’ 중 ‘변동률이 더 낮은’ 것을 적용해야 하는데, 시공단이 이를 어겼다는 것.

    조합 측에 따르면 지난해 2월부터 올해 1월까지 소비자물가지수는 4.56% 올랐다. 같은 기간 건설공사비지수 인상률은 9%다. 계약서대로라면 둘 중 더 낮은 소비자물가지수(4.56%)를 반영해, 평당 606만원 수준인 6236억5473만원까지만 요구할 수 있다는 것이 조합 측 주장이다.

    최성길 권선6구역 조합장은 땅집고와의 통화에서 “삼성물산 컨소시엄이 요구한 공사비 인상분 26.3%는 계약서에서 정한 인상률을 크게 벗어난다”며 “그런데도 삼성물산 컨소시엄 측이 조합 공사비 인상 필요성과 관련한 구체적인 수치나 자료를 하나도 전달하지 않은 채 단가를 올려달라고만 주장하니 난감하다”고 했다.

    이어 그는 “현재 사업이 멈추면서 조합이 한 달에 납부하는 금융 이자만 15억원에 달한다. 출혈이 너무 크기 때문에 시공단이 타당한 근거만 제시한다면 원하는 공사비를 맞춰줄 의향이 있다”며 “매주 목요일마다 협상을 열어 지금까지 13차례 협상을 진행했는데도 아직 (공사비를 얼마로 다시 정할지) 결론이 안 난 상태”라고 했다.

    ■시공단 “원자재 값·인건비 상승폭 너무 커…인상 불가피”

    반면 삼성물산 컨소시엄은 최근 건설 경기와 권선6구역 내부 사정 등을 고려했을 때 올해 공사비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지난해 공사비를 증액한 것은 권선6구역 설계가 변경된 데다, 일반분양 주택에 대한 마감재 변경이 필요했기 때문”이라며 “올해에도 조합에서 마감재 변경을 추가로 요청한 데다, 최근 철근·콘크리트 등 원자재 가격과 외주비 상승폭이 너무 커 어쩔 수 없이 공사비 증액을 재차 요구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땅집고] 삼성물산 컨소시엄은 철근, 콘크리트 등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고 인건비까지 오른 상황에서 늘어나는 공사비를 시공단이 홀로 감당하기는 어렵다고 주장한다. 사진은 본문 내용과 관계 없음. /연합뉴스

    업계에선 권선6구역 공사비가 ‘총액 계약’ 방식으로 정해진 것도 이번 갈등을 촉발했다고 보고 있다. 통상 정비사업장에서 공사비 계약을 체결할 때는 ‘총액 계약’과 ‘산출 계약’ 두 가지 방식 중 하나를 택한다. 총액 계약은 평당 공사비를 따져 총금액을 정하고, 이 금액 안에서 어떻게든 각종 공사를 해결해야 하는 형태다. 반면 산출 계약은 공사에 필요한 자재·상품 등을 정하고 그 단가에 따라 공사비를 산출하는 방식이라, 공사비 변경 사안에 대해 비교적 융통성이 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조합이 주장하는 ‘소비자물가지수’와 ‘건설공사비지수’가 실제와는 너무 괴리가 크다”며 “최근 2년 동안 각 지수가 큰 폭으로 올랐는데, 삼성물산뿐 아니라 협력사나 납품업체 등에도 이 상승률이 각각 적용되니, 사업장에 적용하는 지수 상승폭은 더 커야 하는 것”이라고 했다.

    ■전국 곳곳서 공사비 갈등…건설사 계약 해지 사업장도 등장

    [땅집고] 최근 조합과 시공사 간 공사비 갈등이 터진 수도권 현장 정리. /이지은 기자

    권선6구역 외에도 공사비 인상 문제를 두고 갈등을 빚는 정비사업장이 적지 않다. 심한 경우 조합이 시공사와 계약을 해지하고 아예 다른 건설사를 찾아 나서면서 사업이 지연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서울에선 서초구 신동아 재건축 현장에서 DL이앤씨가 2017년 3.3㎡당 474만원이었던 공사비를 780만원으로 증액을 요구해 사업이 답보 상태다. 경기 성남시 산성구역 재개발 조합은 기존 시공단(대우건설·GS건설·SK에코플랜트 컨소시엄)이 계약 당시보다 49% 오른 661만원의 공사비를 요구해, 결국 계약 해지를 논의하기로 했다.

    경기 양주시 삼숭지역주택주합은 지난 13일 정기총회에서 현대건설과 체결한 MOU 및 공동사업협약 해지 안건을 의결했다. 현대건설이 기존 공사비에서 약 25% 올린 3.3㎡당 643만원을 요구하면서다. 현재 조합은 3.3㎡당 400만원 후반에서 500만원 중반 수준을 제시한 쌍용건설과 한양건설을 대체 건설사로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건설업계는 최근 경기를 고려했을 때 3.3㎡당 공사비로 서울 강남권의 경우 700만원 중후반대, 수원·광명 등 경기 핵심지에선 600만원 초중반대에 형성되고 있다고 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놀던 내 땅, 내 건물에 카페 투자 해볼까? 베이커리 카페 유치와 개발 ☞ 땅집고M

    ▶ 독보적인 실전형 부동산 정보, 국내 1위 부동산 미디어 땅집고 앱에서 쉽게 보기 ☞클릭!

    ▶ 꼬마 빌딩, 토지 매물을 거래하는 새로운 방법 ‘땅집고 옥션’ ☞이번달 옥션 매물 확인

    ▶ 교통·상권·학군·시세 그리고, 아파트 주변 유해 업소까지 한번에 ☞부동산의 신





    이전 기사 다음 기사
    sns 공유하기 기사 목록 맨 위로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