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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도 모르고 지나간 곳인데…" 불황 모르던 거제 옥포동의 추락

    입력 : 2023.05.17 11:59 | 수정 : 2023.05.17 12:19

    [땅집고] 경남 거제 옥포동 사거리 도로변과 마주한 점포가 공실로 나왔다. 이곳에는 대형 통신사 영업소가 입점해있었다. /배민주 기자

    [땅집고] 한 때 조선업 호황과 함께 ‘외환위기도 비껴간다’는 말이 돌 정도로 번성했던 경남 거제 옥포동 상권이 공실로 몸살을 앓고 있다. 특히 옥포동은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가 위치한 지역으로 조선업 호황기와 함께 상권이 부흥했었지만, 지난 주말 찾은 이곳은 이전과는 달리 한산하다 못해 썰렁한 분위기가 감돌고 있었다.

    실제 거제 옥포동 상권 공실률은 심각한 수준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1분기 기준 옥포동 상권 공실률은 20%에 달했고, 1년이 지난 올해 1분기는 24.3%로 집계됐다. 1년 새 4.3%가 오른 것이다.

    같은 거제 지역에서도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와 인접해 이른바 ‘삼성타운’으로 불리는 고현동 상권 공실률과도 차이가 두드러진다. 지난해 1분기 고현동 상권 공실률은 11.3%, 올해 1분기에도 11.3%를 유지했다. 같은 기간 대비 옥포동 상권 공실률이 고현동보다 두 배 이상 높다. 지난해 1분기와 올해 1분기 각각 14.8%와 15.2%를 기록한 경남 전체 공실률과 비교해 봐도 옥포동 공실률은 높은 수준이다.

    [땅집고] 경남 거제 옥포동 옥포국제시장의 모습. 12일 점심쯤 찾은 이 곳은 방문 손님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한산했다. /배민주 기자

    [땅집고] 경남 거제 옥포동 옥포국제시장 인근 상가 모습. 1층 전체가 공실 상태다./배민주 기자

    옥포 국제시장을 중심으로 돌아본 옥포동 일대는 텅 빈 상가가 즐비했다. 옥포 국제시장은 물건을 구매하는 손님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였다. 몇몇 점포는 아예 가게 문을 닫았거나 개점휴업 상태였다.

    낮 12시 무렵 점심때가 한창이지만 인근 식당에도 손님이 없기는 매한가지. 몇 년 전 지역 유명 음식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에 나온 한 식당의 경우, 프로그램 방영 이후 입소문이 나면서 식당을 이용하려면 대기 줄을 서야했다. 하지만 이날 찾은 식당에는 점심시간 동안 딱 한 테이블이 찼을 뿐이다. 이 가게 양옆에 있는 식당도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유명 식당마저 장사가 되지 않다 보니, 적자를 버티지 못하고 비어있는 가게도 쉽게 눈에 띄었다. 옥포 국제시장을 낀 거리에는 장사를 하는 가게보다 문 닫은 가게가 많다는 주민들 말이 실감 났다. 옥포동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요즘에는 그래도 외지인이 조금씩 다시 들어와서 형편이 나아졌다”면서 “상가뿐 아니라 옥포동 원룸과 오피스텔 공실도 상당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땅집고] 경남 거제 옥포동 인근 원룸촌 일대 모습. 대규모 조선소 인력 유출로 원룸, 오피스텔, 빌라 공실이 심각한 상황으로 알려졌다. /배민주 기자

    거제 부동산 업계에서는 옥포동 상권 몰락의 원인으로 인근 아주동으로의 상권 이동과 조선업 핵심 인력의 유출을 꼽았다. 아주동은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남문이 자리 잡고 있고, 대단지 아파트가 모여있는 신도시다. 상대적으로 젊은층이 많고, 대우조선해양 근로자들이 회식 장소로 이용하는 요식업 위주로 상권이 이뤄졌다.

    아주동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예전엔 조선소 근무하는 사람들이 옥포동에 모여서 밥도 먹고 저녁에 회식도 하면서 장사가 잘됐었지만, 조선소와 가까운 아주동을 중심으로 상권이 이동하면서 옥포동 상권이 죽었다”면서 “도로변이나 버스 정류장과 가까운 원룸이나 오피스텔은 사람이 차 있지만 그렇지 않은 곳은 비워져 있어 주거지 공실도 심각한 상황”이라고 했다.

    [땅집고]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에서 식사를 하기 위해 나오는 근로자들의 모습. /배민주 기자

    상권을 뒷받침할 배후 수요가 없다는 점도 큰 문제로 지적된다. 거제 상권 소비를 이끌었던 조선소 핵심 인력은 최근 몇 년간 일자리를 찾아 평택 반도체 제조 사업장을 비롯한 다른 지역으로 빠져나간 지 오래다.

    현재 거제로 유입되는 인구는 외국인이나 하청업체 기간제 근로자와 같은 외지인이 대부분으로, 지갑 사정이 여의치 않은 이들은 소비에 적극적이지 못하다. 지난해 기준 조선소 11년차 정규직 용접 노동자의 월 임금은 200만원 정도로 상여금을 더한다고 해도 250만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들도 옥포동을 비롯한 거제시 전반에 드리워진 상권 침체에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옥포동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거가대교가 개통하면서 부산이랑 거제를 오고 가기가 쉬워졌다. 사람들이 부산으로 가지 거제에 와서 돈을 쓰려고 하지 않는다”면서 “조선소 사업이 잘 안되더라도 지역 상권이 흔들리지 않도록 체질을 개선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을 찾는 게 시급하다”고 했다. /거제=배민주 땅집고 기자 mjba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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