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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기지 이전 18년 희망고문하더니 장난하나" 구일섬 주민의 '분노'

    입력 : 2023.05.17 08:13 | 수정 : 2023.05.17 08:18

    [땅집고]서울 구로구 구로동에 있는 구로차량기지의 모습. /배민주 기자

    [땅집고] “1~2년도 아니고 무려 18년을 끌어온 사업입니다. 서울에 있는 8만평 부지 땅을 차량기지로밖에 활용하지 못한다면 그거야말로 국가적 손실 아닌가요? 구로동 사람들 가지고 장난친다는 생각에 화가 치미네요.” (서울 구로구 구로동 주민 A씨)

    16일 찾은 서울 구로구 구로동 일대에는 차량기지 이전 무산에 대해 대책을 촉구하는 현수막이 곳곳에 걸려있었다. 18년간 끌어온 수도권 전철 1호선 구로차량기지 이전 사업이 무산된 데 따른 구로동 주민들의 실망감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26년째 구로동에서 살고 있다는 주민 A씨는 “9일에 차량기지 이전 무산 발표가 난 이후로 이 일대 주민들의 실망감이 여간 큰 게 아니다. 18년동안 주민들을 희망고문 하면서 끌고 와 놓고서는 이제 와서 대책도 없이 무산이라니, 이해할 수 없다”면서 “8만평이 넘는 부지를 개발하지 못하고 차량기지로 쓰는 게 오히려 국가적 손실이라고 본다. 선거 때마다 표심 가지고 장난치는 것도 한두 번이지 정말 너무한 것 같다”고 했다. 또 다른 주민 B씨는 “우리도 광명시처럼 삭발하고 시위하는 모습을 보였어야 했나 싶다”면서 “다 잘 해결될 거니 가만히 있어도 된다는 말만 믿고 기다렸는데 무산이라니 허망하다”고 하소연하기도 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9일 재정사업평가위원회를 열고 구로차량기지 광명 이전 사업은 ‘타당성이 부족하다’고 결론 내렸다. 광명시로의 기지 이전으로 예상되는 지역 갈등이 심의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땅집고] 9일 구로차량기지 이전 무산이 발표된 후 구로동 곳곳에 대책을 촉구하는 현수막이 걸렸다. /배민주 기자

    구로차량기지 이전 사업은 2005년부터 시작된 사업으로 1977년 조성된 구로차량기지를 광명으로 옮기고, 그 사이에 3개의 지하철 역사를 설치하는 사업이다. 총 사업비만 해도 1조1859억원으로 25만3224㎡, 평수로 환산하면 8만5000평 부지에 진행하는 사업이다. 과거 구로공단이 커지면서 인근 지역에 주택, 상가, 빌딩이 들어서는 등 도시는 팽창하는데, 차량기지로 인한 소음과 분진 등으로 고통받는 주민들이 늘면서 외곽으로 이전해야 한다는 요구가 거셌다.

    차량기지 이전을 바라는 구로구와 주민들의 염원은 2005년 사업이 공식화되면서 빛을 보는 듯했다. 구로구 항동, 부천 범박동, 광명 노온사동이 후보지로 거론됐고, 노온사동이 최종 대상지로 선정됐다. 이후 2006년 예비타당성 조사를 시작으로 노온사동에 사업을 추진했지만 역 추가 신설을 요구하는 등 광명시의 반대가 심해 좌초됐다.

    지지부진하던 사업은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대선 구로구 유세 때 ‘기지 이전’을 공약하면서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하지만 광명시 주민들이 오염 문제를 제기하고, 삭발 시위를 벌이는 등 극렬하게 반대하면서 다시 한번 무산에 이르게 됐다.

    [땅집고] 최근 차량기지 이전이 무산된 구로차량기지 전경. /한국철도공사

    차량기지 이전에 대한 구로동 주민들의 열망은 컸다. 구로구 구일동과 구로동 일대는 속칭 ‘구일섬’이라고 불린다. 서쪽으로는 서부간선도로와 안양천에, 동쪽으로는 1호선 지상 구간과 구로차량기지에 가로막혀 ‘섬’처럼 고립돼 있기 때문이다.

    또한 구로·구일동 일대는 공장이 밀집한 데다 전철 1호선이 지상을 통과해 주거 환경이 열악하다. 온종일 철도 소음이 발생하고 차량 기지를 둘러싼 대형 차단벽으로 양쪽이 단절돼 개발도 어렵다. 서울 도심이나 여의도 등지로 접근성이 좋은데도 집값이 저평가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게다가 구로차량기지 건너편으로 갈 수 있는 지하보도가 하나뿐인 데다 외부로 나가는 출입구도 딱 두 곳밖에 없다 보니 출퇴근 시간에 교통 체증이 심한 편이다.

    [땅집고] 서울 구로구 구로1동 현대연예인아파트 입구에 예비안전진단 통과를 축하하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배민주 기자

    차량기지 이전 사업 무산으로 인해 구로동 주민들이 실망을 넘어 허탈함까지 느끼는 데는 ‘재건축’ 사업도 영향을 미쳤다. 준공된 지 30년이 훌쩍 넘은 구로동 일대 아파트는 재건축과 리모델링을 추진하고 있는데, 만약 차량기지 이전 사업이 무산돼 개발 사업이 이뤄지지 않으면 ‘반쪽’ 짜리 사업이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아파트 재건축과 함께 일대 개발이 이뤄져야 구로동 일대가 활성화할 수 있는데, 아파트 재건축만으로는 변화에 한계가 있다.

    구로동 일대 건령이 오래된 아파트는 재건축을 위한 ‘안전진단’ 단계를 지나는 중에 있다. 현재 재건축 속도가 가장 빠른 곳은 ‘구로주공 1,2단지’다. 최고 15층, 6동, 총 2100가구 대단지로 2018년 재건축 정밀안전진단을 통과했다. ‘현대연예인아파트’는 최고 15층, 6동 총 735가구로 2021년 예비안전진단을 통과했다. 지난해에는 ‘현대상선아파트’ 또한 예비안전진단 문턱을 넘었다.

    국토부는 광명시가 아니더라도 대체 지역을 찾아서 차량기지 이전을 계속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광명시와의 재협의가 어려운 상태로 대체 지역을 더 적극적으로 찾아보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하지만 국토부의 입장 표명에도 구로동 주민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구로동 주민이자 인근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광명시가 아니라 다른 지역 어디로 보내더라도 지역 갈등은 또 발생할 것이 분명하다. 대체지를 찾는 게 아니라 지하화든 데크 설치든 현실적인 대책을 마련해 제시해야만 믿을 수 있을 것 같다”면서 “18년이라는 시간을 들인 사업인 만큼 누군가는 사업 백지화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배민주 땅집고 기자 mjba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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